[독일생활] 벌써 3년

(이 포스팅은 11월쯤 썼다가 잊고 방치해둔 포스팅ㅠ_ㅠ 많이 써놨길래 버리기는 아까워서 엄청 늦었지만 이제서야 올린다.)

이 곳 아욱국에서 산 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신기한 일이다. 얼마 전에 튀빙엔에서 알고 지낸 친구들이 놀러와서 같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어떤 곳에서의 기억들은 너무나 강렬해서, 절대적으로 그 곳에서 보낸 시기에 비해 그 곳에서의 시간이 훨씬 강하게 각인되는 것 같다”라고. 나에게는 튀빙엔이 그런 곳이었다. 비록 1년이라는 짧은 시기였지만, 나에게는 한국에서 보낸 전체 대학생활을 압도하는 시기였다. 남편은 그곳에서 학사와 석사를 둘 다 했는데 이제는 아욱국에서 산 기간이 더 길어졌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남편도 놀란 것을 보면, 그에게도 그 시간이 그런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의미겠지. (당연하지, 나를 만났는 걸, 후훗) 최근에 읽은 한 소설에서는 이것을 ‘시간의 밀도’라고 표현했는데 매우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언젠가 반드시 튀빙엔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득한 추억 같은 느낌이고, 다시 돌아가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 절대적인 시간을 이길 수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적응이 빠른 편이라 (또는 포기가 빠른 편이라) 내가 사는 환경의 변화가 있을 때 그것에 빨리 수긍하는 편이다. 게다가 내가 선택해서 가게 된 곳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처음에 튀빙엔에 갔을 때 정말 아-무것도 없지만 만족했고 (대신 너무나 예쁜 곳이라는 사실은 꼭 언급해야겠지만) 서울보다 작다느니, 시골에서 할 일이 없다느니 하는 불만은 없었다. 검색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가는 것 아닌가. 본에서는 반대로 불만 투성이었지만 그때 깨달은 것은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결국 나만 불행해진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싫으면 떠나야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지금 사는 곳이 꽤나 만족스럽다. 서울에 비하면 당연히 소도시지만, 독일에서는 나름 대도시에 속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걸어서 슈퍼에 갈 수 없는, 버스가 항상 30분 또는 1시간에 한대씩 오는 그런 곳에서는 절대 못 살 것 같은데, 독일에서 나름 큰 도시에 살면서 매사에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와 비교하면서 독일이 구리다느니 별로라느니 하는 말을 달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안 간다. 애초에 천만명이 사는 서울 같은 도시가 전세계 놓고 봤을 때 몇 개나 된다고. 독일에서 가장 인구 수가 많은 도시가 360만명이 안 되는 베를린인데, 하물며 다른 도시들은 오죽할까. (심지어 독일 인구 수가 한국 인구의 1.5배 이상이라는 것까지 감안하면;;) 더 웃긴 건 유럽 내에서도 베를린이 인구수 5위고 1000만 넘는 것은 이스탄불과 모스크바 뿐이라는데 이스탄불 서울 면적 9배, 모스크바 4배^^… 나도 서울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한국 사회의 모든 특성을 배제하더라도 대도시의 정신없음 자체를 생각하면 그렇게 거기서 살고 싶지는 않다. 뮌헨조차도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 정신없고 메마른 곳인걸ㅋㅋ (물론 또 살게 된다면 아주 잘 적응하겠지만 말이다.)

독일이 심심하다고 하지만 (그리고 어떻게 보면 사실이지만) 그만큼 다른 일을 찾아서 하게 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도시의 소소한 이벤트에도 관심을 갖고 즐거워한다든가, 아니면 취미생활을 많이 한다든가. 대체로 보면 운동을 정말 많이 하는 것 같다. 우리는 그다지 운동을 좋아하지 않으므로…주로 소소하게 시내에서 데이트를ㅋㅋ

Damenhof. 여름에 특정 가게에 렌트를 해줘서 개방을 하는데 이번 해는 Glimmer Bar 라는 칵테일 바가 여기에 있었다.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가운데에 발도 담글 수 있는 작은 풀장(?)이 있음.

건물도 멋있고 분위기 좋고. 다만 메뉴는 별로였다 ㅠㅠ 원래 남편 친구들이 좋아해서 종종 가는 칵테일 바인데 여기서 영업할 때는 칵테일 종류도 확 줄고 기본 칵테일도 없어서 영 별로였다. 분위기만 좋았던 걸로.

사촌언니 한명(뮌헨에 온 사촌언니들은 다른 사촌ㅋㅋ)이 아우크스부르크에 놀러와서 Fuggerei 구경.

그 안에 있는 Tafeldecker는 손님 오면 항상 Fuggerei 보고 나서 세트로 같이 가는 곳. 바이에른 음식을 타파스 형태로 시킬 수 있는데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시킬 수 있고 그나마 덜 짜서 내가 유일하게 마음 놓고 한국인을 데려갈 수 있는 독일음식점이다. (물론 정말 싱겁게 먹는 사람한테는 이것도 짤 수 있지만 이게 정말 그나마 안 짜다 ㅠㅠ) 처음에는 정말 맛있다고 느꼈는데 여기도 여러번 가니까 요즘은 그냥 그렇다. 타파스 메뉴가 생각보다 잘 안 바뀌어서 그런듯?

그리고 3년 만에 처음으로 간 Sonnendeck. 그동안 남편은 여러번 갔는데 나는 그때마다 어쩌다보니 같이 안 갔다. 주차장 위에 모래 깔아놓고 해변가처럼 해 놓은 곳인데 되게 좋았다. 진작에 가볼걸!

이때 엄청 더울 때였는데, 우리 집은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도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결국 여기서 더위에 뻗어서 침대에서 잠들었음ㅋㅋㅋㅋ

그리고 하루는 근처 지역에서 하는 Singoldsandfestival에 갔다. 30살 생일을 맞이한 친구가 전부터 예매해놓고 다 같이 갔는데 비가 계속 왔고 솔직히 독일 노래는 정말 내 취향이 아니라서ㅋㅋㅋㅋㅋㅋㅋ버티는게 힘들었다. 무엇보다 비 맞으니까 너무 추워서 발이 얼어있었다. 하지만 30살 생일이니 그냥 미리 가는 게 예의도 아니고 끝까지 있었다.

무대는 두 군데로 나눠서 번갈아가면서 했고, 음식과 음료도 다양하게 팔았다. 여기저기 히피스러운 장식은 덤. 사실 음악이 핵심인 거지만 나는 그냥 음식 먹고 분위기 즐기러 다시 갈 의향은 있다. (소소한 이벤트 즐기기의 일환으로ㅋㅋㅋ)

일주일간 시부모님이 놀러오신 적이 있는데 나는 이미 인턴할 때라 일 끝나고 아욱국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남편과 둘이 외식할 때는 절대로 독일 음식점에 가는 일이 없는데 (차라리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지..) 시부모님은 항상 독일 음식점에 가고 싶어하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작 우리가 시부모님 방문하면 항상 이탈리안, 그리스 음식점 그리고 햄버거 집만 가는데.. 왜 여기만 오면 ㅠㅠㅠㅠ 내가 그 얘기를 남편한테 하니 남편이 바이에른 음식이 맛있어서란다ㅋㅋㅋㅋㅋ웃기네 너도 딱히 그렇게 열광하지는 않으면서.

Brauhaus Riegele. 아우크스부르크 맥주 양조장인데 음식도 팔고 나름 괜찮다. 여기 음식도 나름 독일음식 치고 괜찮다. 일부러 채식 요리 시켰는데 왜 독일음식은 뭘 시키든지 먹고 나면 배가 터질 것 같은지 알 수가 없다ㅋㅋ 맥주 여러 종류를 시음할 수도 있는데 시부모님하고 올 때마다 여러가지 이유로 안된다고 해서 못 시켰다가 이번에 드디어 주문하는데 성공! 맛은 없었다. 너무 쓴 맥주가 많았음 ㅠㅠ

여기 맥주나 맥주관련 용품 파는 샵도 같이 있는데 선물용으로 꽤 괜찮다. 샴페인처럼 생긴 맥주도 있고 크리스마스때는 맥주 아드벤츠 캘린더도 있고ㅋㅋㅋ 하지만 나는 맥주맛을 모르니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

시부모님의 페이보릿 식당 Bauerntanz. 아욱국 오시면 여기는 항상 가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독일식당이면 뭐해. 그래봤자 독일식당인걸?! 내가 시킨건 두번째 음식. 가을에만 잠시 팔던 호박이 들어간 채식요리였는데 맛있었다. 브로콜리도 되게 맛있어서 놀랐던 기억이ㅋㅋㅋ 나는 전혀 채식파가 아닌데 시부모님이 계속 독일식당만 가셔서 채식메뉴를 시켰다. 왜냐고요. 독일식당에서는 맛이 없을 수가 없는 고기요리도 맛이 너무 없기 때문이죠!!!! 대부분 소금을 들이부어서 고기 시키는 게 너무 위험함ㅋㅋㅋㅋ

시부모님과 함께 시내 구경. 도시 곳곳에 피아노 설치해두고 연주할 수 있게 했는데 이 날은 전문가(?)가 공연하는 것이었음. 몇년전에 이걸 처음 봤을 때는 너무 신기했는데 매년 보다보니 연례행사처럼 익숙.

시부모님과 돌아다니다보나 못보던 것들도 발견하고.

시어머니 생신으로 선물했던 Augsburger Puppenkiste 셀프 상품권. 시어머니께서 너무 좋아하시면서 티켓 살때 다른 사람들한테 며느리가 그렸다면서 자랑하시고 나중에는 액자에 넣어서 보관까지 하셨다. 작은 일에도 칭찬 엄청 많이 해주시는 시어머니. 항상 잘 맞는 건 아니지만, 시어머니 보면서 ‘애는 이렇게 키워야지’하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많다. 저번에 동양 친구들하고 얘기 나누다가 다 같이 동의한 건데 동양 부모님들은 애가 기고만장해져서 잘못(?)될까봐 너무 칭찬에 인색하다는 것. 반면 독일 부모는 ‘뭐 저런 것까지 다..’ 싶을 정도로 칭찬도 많이 하고 막 자식 뿌듯해하고ㅋㅋㅋ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으나 적당한 지점을..찾아야..

꽤 유명한 마리오네트 극장인데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Jim Knopf und Lukas der Lokomotivführer, Das Sandmännchen 등이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장화 신은 고양이를 보여줬는데 내용 기억이 잘 안 났는데 뒤에 있던 애가 스포를 해버렸다. (이거 뭐 화낼 수도 없고..?ㅋㅋ) 마리오네트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크기도 크고 무대도 멋지고! 정말 집중해서 재미있게 봤다. 움직이는 사람이 소리도 내고 노래도 부르는건지, 아니면 따로 하는건지, 몇명이 어디서 어떻게 인형을 움직이고 무대는 어떻게 움직이는 것인지 (그렇다. 무대가 움직인다!!!) 등 무대 뒤/위에서는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지.

아버지날과 어머니날이 따로 있는 독일. 시누이 커플하고 함께 시부모님께 린다우 여행을 선물했는데, 상품권 직접 만들어서 저렇게 반으로 자른 다음 아버지날과 어머니날에 따로 반쪽씩 보냈다. 꾸민다고 글씨체 이것저것 다 해보고 딱 중간에서 잘리게 레이아웃 엄청 신경썼는데, 웃긴건 시부모님의 반응. 시아버지는 전화 통화로 어떻게 저렇게 반듯하게 잘랐냐고 했고 (남편이 자름) 시어머니는 글씨체 너무 예쁘고 꽃 아이콘도 예쁘다고 (내가 혼자 함) 극찬을 했다. 어떻게 딱 성별로 이렇게 중요포인트가 다를 수가 있지ㅋㅋㅋ

그리하여 아욱국 놀러오셨을때 같이 린다우 당일치기도 했다. 예전 린다우 나들이 포스팅은 여기에.

Kurofune에서 파는 벤또. 여기 처음 갔을 때는 양도 적고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맨날 가고 싶다. 너무 맛있음. 핸드폰을 보아하니 인턴 기간동안 나의 퇴근메이트였던 S언니군.. 딱히 시간 약속 하고 만난 건 아닌데 같이 퇴근할 때가 많아서 좋았다. 충동적으로 외식도 많이 하고ㅋㅋ

여긴 Pastissima. 아욱국에서 알게 된 다른 한국 분 하고 같이 갔는데 맛있었다! 이때 이후로 못 가봤는데 남편이랑 같이 가봐야지. 생각해보면 아욱국에서 은근 많은 한국 사람들을 다양한 루트로 만난 것 같다. 오히려 처음 왔을 때는 한국 사람들 멀리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한국인 모임이라든지 그런건 전혀 안 갔는데 대학교에서 보기도 하고 블로그 통해서 만나기도 하고 친구 파티에서 우연히 보기도 하고ㅋㅋ 아욱국이 작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이랑 나름 잘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Rathausplatz에 있는 Aposto. 아욱국에 놀러왔던 남편 삼촌, 고모가 여기 괜찮다고 해서 갔는데 정말 별로였다. 원래 이탈리아 음식점은 독일에서 다 어느정도 평타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냥 뭔가 별로였다ㅠㅠ. 음료수는 괜찮았음!

이 날 Turamichele라서 애들이 풍선 날리는 것도 보고.

아욱국 중앙역에 새로운 영화관이 생겼는데 이때 오픈 기념으로 영화 한편에 3유로인가? 밖에 안해서 남편이랑 삘 받아서 영화 두편 연달아 봤다ㅋㅋㅋ인크레더블2와 미션임파서블! 인크레더블은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미션임파서블은 처음 봤는데 보다가 잠들뻔…톰 크루즈 영화 본지 오래됐는데 이 정도로 연기 못하는 줄 몰랐다. 얼굴 근육이 안 움직이심..영화 시작전에 아이스크림 광고 나오면서 직원이 앞에서 아이스크림 팔러 돌아다닌다. 그런거 처음봐서 신기했고, 며칠 전에 회사 동료와 (흑흑 이제는 끝나버린 인턴생활 ㅠㅠㅠㅠㅠㅠ갑자기 다들 보고싶군) 얘기하다가 그 사람이 토블레로네 아이스크림 더 이상 회사 매점에서 안 팔아서 아쉽다고 해서 다른 동료들하고 “그런 아이스크림이 있다고?”하고 불신했던 적이 있어서 신기해서 사진 찍었다. 그리고 사먹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였음. ㅋㅋ

 

완전 뒷북 2018 여름이야기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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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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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보니 나도 아욱국 가고싶다!!!! 코로나 풀리면 독일 다시 가고싶다!!! 스파게티 아이스크림 다시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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