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출산] 출산 후 독일 병원에 입원한 후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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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에 독일에서 아이를 출산한 후 3박 4일 병원에 입원했던 후기. 원래 자연분만을 하면 2박 3일 정도를 있는다. 보통 아이가 태어나고 48시간 정도가 지나면 U2라는 검사를 병원에서 하는데 나는 아기가 한밤중에 태어나서 3박 4일을 머무르게 되었다. 기본적으로는 2인실이나 3인실에 배정이 되는데 (공보험의 경우 무료) 자리가 비어있는 경우 1인실 또는 가족실에 머무를 수 있다. 이건 보통 미리 예약을 못 하고 당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추가 비용은 병원마다 다른데, 내가 간 병원에서는 1인실이 1박에 125유로였다. 가족실의 경우는 보호자까지 같이 침대와 음식이 제공돼서 같이 머무를 수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가족실은 닫은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내가 갔을 때는 1인실이 있어서 혼자 머무를 수 있었다.

1인실에는 화장실/욕실이 같이 있었다. 수건, 드라이기, 샤워가운, 샴푸, 바디워시, 칫솔 등도 다 구비되어 있었다. 내가 간 병원에 원래 다 있는건지 1인실이 특별했던 건지는 모르겠다. 옷장도 있어서 가져온 옷을 보관하기 좋았고 그 안에는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는 작은 락커도 있었다. 병실 문을 닫을 수 없기 때문에 출산가방을 놓고 분만실에 갈 경우를 대비해서 이왕이면 출산가방으로 자물쇠 있는 캐리어 가져가는 걸 추천. 내가 누운 침대에는 버튼이 있어서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었고 각도 조절도 가능해서 평소에는 납작하게 누워있다가 수유할 때는 90도로 세워서 수유할 수 있어서 편했다. 침대 옆, 그리고 화장실에는 사람을 호출할 수 있는 버튼도 있었다. 이건 병원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자연분만의 경우) 출산할 때도, 입원했을 때도 환자복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 옷을 입고 출산하고 입원했을 때도 사복을 입고 있는다. 그래서 옷을 일부러 많이 챙겨갔는데 방 온도가 거의 25도로 더웠고 (우리는 집에서 원래 19도 정도로 지낸다) 호르몬 때문인지 땀도 많이 나서 침대에 있을 때는 위에는 수유나시, 아래에는 (병원에서 제공되는) 그물팬티만 입고 이불 덮고 있었다ㅎㅎ 밖으로 이동할 때는 샤워가운이나 바지를 입고. 그리고 집에서 슬리퍼를 갖고 와야 한다! 이왕이면 삼선슬리퍼처럼 그냥 발을 쏙 놓고 물이 닿아도 되는 걸로. 출산때부터 가져와서 사용하는 걸 추천. 출산가방에 관한 건 따로 포스팅할 예정이다.

병실 한쪽 끝에는 기저귀갈이대도 있었고 아래 서랍에는 기저귀, 천, 아기 옷 등도 전부 있었다. 아기 옷이 전부 있기 때문에 퇴원할 때 입힐 옷만 필요한데 병원 아기 옷이 좀 입히는게 불편해서 다음에 또 출산한다면 따로 가져갈 것 같다. 독일은 한국처럼 속싸개를 많이 하지 않는다. 그걸 pucken이라고 하고 하는 경우도 있으나 아기 발달에 안 좋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다. 아기가 딱히 모로반사가 있는 게 아니라서 한달 가까이 된 현재까지도 한번도 속싸개를 해본 적이 없다. 손싸개도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아기는 태어난 직후부터 손톱이 너무 길었는데 병원에 손싸개도 없어서 집에서 손싸개를 갖고 왔다. 일주일 정도 씌웠다가 헤바메가 사실 손싸개 불필요하다고 해서 결국은 벗겼다.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원래 독일에서는 영유아돌연사 때문에 아기이불도 절대 덮지 말라고 하는데 병원에서는 이불이 있었다. 대신 아주 무거운 이불이어서 고정이 됐다.

독일은 아기가 아파서 니큐에 가야 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모자동실이다. 심지어 제왕절개 직후에 산모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소변줄 차고 있어도 모자동실이라고 들었다.. 장점은 아기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아기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 (오타 아님 ㅋㅋㅋ). 물론 몸이 너무 안 좋고 상황이 힘들 때는 간호사가 아이를 데려가서 대신 기저귀도 갈아주고 아기를 봐주기도 했다는 후기를 보긴 했는데 나의 경우는 그럴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회음부 상처 때문에 앉아 있을 때 너무 아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가 어지러워서 쓰러지거나 기절하거나 그러진 않았기 때문에 함부로 간호사를 불렀다가는 욕만 먹을 것 같은.. 아이를 출산한 산모는 환자가 아니고 아이를 출산했는데 그 후유증이 큰 산모만 환자인 느낌? 이제 엄마가 되었으니 알아서 아이를 잘 봐라- 하고 내던져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출산 과정에서 그랬듯이 역시나 타이밍의 문제도 컸다. 아기가 밤에 태어나서 처음 몇시간을 혼자서 아기를 케어해야 했기 때문.


아기는 한밤 중에 태어났고, 출산 후에 내 상태를 봐야 했기 때문에 몇시간 분만실에 머물다가 새벽 3시에 입원병동으로 옮겨졌다. 남편은 집에 가야 했고 그렇게 혼자 아기와 함께 남았다. 간호사가 잠시 아기를 데려가서 씻겨주고 (독일은 하나도 안 씻겨준다고 들었는데 머리에 붙은 피딱지며 잔여물들을 제거해주었다) 기저귀와 옷도 입혀서 돌아왔다.

너무나 작고 소중한 아기. 전날 밤부터 가진통으로 잠을 거의 못 잔 상태라 깨어 있는지 거의 40시간 가까이 되었는데도 한참 아이의 모습을 관찰했던 것 같다. 아기가 쩝쩝대길래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배고픈 건 아닐까 싶었는데 간호사를 불렀더니 배고프면 완전 다르다고 밤에 자기 혼자 근무하니까 이런 사소한 걸로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혼을 냈다. 그리고 새벽 5시가 되었는데 아기가 끊임없이 울기 시작했다. 아기들은 태어난 직후에는 계속 잠만 잔다고 들었는데.. 당황스러웠다. 어떻게든 달래려고 했는데 도저히 멈추지를 않아서 결국 간호사를 호출했다.

간호사는 또다시 짜증을 내며 신생아들은 엄마와의 접촉이 중요해서 그런거라고, 아기를 몸 위에 올려두고 자라고 했다. 혹시나 아기를 떨어뜨리거나 질식의 위험이 있어서 그러고 싶진 않았다. 걱정된다고 말하자 단호하게 그럴 일은 없다며 내 의사는 다시 묻지도 않고 아기를 내 몸 위에 올려두고 가버렸다. 불안해서 혼자 낑낑대면서 이불을 몸에 양 옆으로 꽉 감기게 잘 덮고 양팔로 아이 엉덩이를 받쳤다. 당연히 제대로 자지는 못했다. 원래 등 대고 바로 누워서 잘 자지도 못하는데다가,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되지, 출산한 지 5시간밖에 안 된 몸인데 3.5킬로의 아이가 위에서 누르고 있지.. 잠이 올 리가 없었다. 호르몬은 또 미쳐날뛰고 있는 중이었다. 드디어 사랑하는 아기를 만났다는 행복감과 안도감, 그러나 출산과정 때부터 축적된 고통과 서러움이 동시에 작용했다. 특히 환자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오는 서러움이 컸던 것 같다. 내가 아기의 보호자이긴 하지만 병원에 누워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내가 환자라서 그런게 아닌가? 꼭 내가 기절하고 피를 몇 리터를 쏟아내야 환자인건가 싶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산후조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아무리 독일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갓 출산한 사람한테 이토록 야박할 수 있을까 싶었다.

출산 후 일주일 정도까지는 똑바로 누워서 자면 온 몸이 땅 밑으로 짓눌리는 듯한 기분에 호흡 곤란이 오기도 하고, 눈물도 왈칵 쏟아지고 꼭 몸이 고장난 것 같았다. 그런데 내 산후조리를 한 헤바메는 그게 육체적으로 정말 문제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아직 출산과정을 다 극복하지 못해서 후유증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히 첫날 밤의 기억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시간이 더 지나니 거짓말처럼 그런 증상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7시가 되자 아침식사가 배달이 되었다.

내가 먹었던 식사들. 아침, 저녁으로는 독일식으로 빵이 제공된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게 뭐야 하고 경악하겠지만.. 독일에서 병원밥을 먹어보거나 후기를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 정도면 상위 10% 식단이라는 것을ㅎㅎ 한국 이웃분이 내가 간 출산병원 밥이 독일 치고 맛있는 편이라고 했었는데 개인적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빵 종류도 여러가지 중에서 선택 가능하고 치즈, 햄, 잼 등도 종류가 다양하고. 그런데 나는 그냥 기본 적인 것만 선택했고 아침으로는 항상 따뜻한 스크램블을, 저녁에는 스프를 추가로 시켰다. 점심도 거의 열가지 메뉴 중에서 선택 가능했고, 전식, 후식, 스프 등도 다 따로 지정 가능했다. 맛도 좋았다. 그래서 식사는 백프로 만족.

오전이 되니 거의 15분 간격으로 의사들이 들어와서 나의 상태를 체크했다. 자궁 상태 확인한다고 배도 만져보고 회음부 확인하고.. 어지럼증은 없었는지 (다행히도 없었다), 화장실은 갔는지 (꼭 맨 처음 화장실 갈 때는 다른 사람과 같이 가라고 한다. 이때 쓰러지는 경우도 꽤 있나보다) 등. 의사들 뿐만 아니라 청소부, 다음 날 식단을 확인하는 간호사 등 끊임없이 사람이 왔다갔다 해서 나는 거의 못 잤는데 다행히도 아기는 계속 잠을 잤다. 모유수유를 전담하는 헤바메가 모유수유 관련해서 도와줬는데 아기 혀가 짧은 편이라 내 유두를 잘 물지 못했다. 아기가 빠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결국 유두보호기를 이용해서 하라고는 했으나 헤바메가 특이케이스(?)인 것 같다며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오전에만 상담을 해줘서 오후에는 그냥 혼자 이리저리 해봤다. 그런데 수유쿠션은 지나치게 낮고 흐물거리는 데다가 똑바로 앉아서 수유를 하면 회음부 통증이 정말 어마어마해서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처음에는 어차피 모유가 잘 나오지도 않고 이틀 정도는 아기들이 못 먹어도 괜찮다는 말을 읽었기에 그렇게 조급하지도 않았고 특히 분유를 줘야 겠다는 생각도 못 했다. 아기가 좀 작게 태어났다면 걱정을 했겠지만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오후에는 남편이 왔다. 원래 코로나로 인해서 면회는 남편 한 명, 오후 2시에서 7시반 사이 1시간만 가능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원칙이었고, 다행히도 면회시간 내내 있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했다. 2인실의 경우는 지나가다 봤는데 병실이 많이 좁아서 산모들 침대 간격이 2m가 안되는 것 같아 보였다. 아마 여기는 좁아서 동시에 면회가 힘들었을 것 같다. 남편은 ffp2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했고 산모인 나도 누가 병실에 들어오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했다. 의료용 마스크 정도면 된다고 해서 kf80을 썼다. 간호사가 아기 기저귀 가는 법을 보여줬고 남편이 기저귀를 갈았다. 그러나 우리가 신생아 케어 수업에서 본 방법과 많이 달랐다. 거기서는 옆으로 돌려가며 애 허리와 등에 무리가 가지 않게 다리 잡고 들지 말라고 했는데 병원에서는 딱 그렇게 했다..(현재는 두가지 방법을 적절히 섞어서 기저귀를 간다). 오후에는 일하는 사람들도 많고 다들 친절했다. 남편이 물이나 간식 같은 것도 갖다주고 아기 안아주기도 하고.. 둘이서 있으니 확실히 편했다. 아기는 몇번 울긴 했으나 그외에는 계속 잤다. 저녁이 되어서 남편은 집에 갔다.

밤이 되었고 아기가 미친듯이 울기 시작했다. 젖을 주면 1분도 안 돼서 잠이 들었다가 다시 침대에 내려놓으면 미친듯이 울기 시작..이걸 거의 두시간을 넘게 반복했다. 낮에는 들리지 않던 아기들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걸 보니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간호사 말로는 신생아 99%는 야행성이라고^^… 최근에 출산한 친한 언니랑 이 얘기하다가 마피아게임이라고ㅋㅋㅋ 밤이 되었으니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주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은 웃지만 그때는 정말..수유하다 잠들면 그 자세로 둘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회음부 상처 때문에 직각으로 앉아있는 상태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간호사가 쪽쪽이를 갖다줬고 아기는 처음에 쪽쪽이를 제대로 물지도 못 해서 금방 다시 깨서 울고..결국 첫날 밤처럼 애기를 내 위에 올려두고 잤다. 이 날도 몇시간을 못 잤다.

또 중간중간 아기 기저귀를 갈아야 했는데 태어난 후 아기 배변에는 온갖 것들이 다 있어서 거의 폭탄에 가깝다. (하필 낮에는 오줌기저귀만 있었고 남편이 갈았다) 간호사한테 기저귀 가는 것 한번만 보여달라고 했다가 그동안 수백번 봤을텐데 직접 하라고 또 혼났다ㅠㅠㅋㅋㅋ그래도 할말은 해야 겠어서 “딱 한번 봤고 그마저도 남편이 했다”라고 하니 옆에서 봐주고 조언도 해줬다. 하나하나 쉽지 않은 초보 엄마. 아기는 너무 사랑스럽고 천사 같았지만 밤에는 정말 힘들었다.

쓰다보니 길어져서 다음 편에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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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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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Comments

독일에서 아기 낳기까지 두달 정도 남아서 SUE님의 글들을 아주 열심히 읽고 있어요. 고통이 여실히 느껴지지만 고통에만 치우치지 않은 내용이라 왠지 더 무서운 것 같아요…ㅎㅎ

일단 너무나 축하드려요😍 저는 코로나& 공휴일의 여파로 안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ㅠㅠ 다른 사람들은 독일에서도 간호사들의 도움 많이 받고 좋은 경험한 것 같더라고요. 역시 뭐든지 케바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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