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출산] 출산 후 독일 병원에 입원한 후기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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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글은 여기에.

입원 둘째날 아침. 다시 의료진이 찾아와서 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특히 대변은 봤냐며 물었다. 아직이라고 하니 요구르트와 Leinsamen을 주더니 이거 먹고 물도 많이 마시라고 했다. 역시 약을 주기보다는 자연적인 방식을 좋아하는 독일..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진작에 요구르트 같은 것을 많이 먹어둘걸 싶었다. 참고로 출산 후에는 몸이 제기능을 잘 못한다. 특히 나의 경우는 화장실을 가야 하는 느낌이 없었다;; 한달 지난 지금도 약간 압박감이 느껴지지 출산 이전처럼 정상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출산 후에는 몇시간 간격으로 의무적으로 화장실을 갔다.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아서 처음에 좀 놀랐다.

아기 상태도 체크를 했는데 몸무게는 250g 정도 줄고 황달수치는 정상범위인데 약간 높은 편이라고 했다. 그래도 큰 문제는 없다니 마음이 놓였다.

아기가 배고파서 우는 것과 다르게 울길래 팔에 안아서 흔들면서 걸어다녔더니 울음을 그쳤다. 내가 아이의 신호를 이해했다니!하면서 스스로 뿌듯했다. 하지만 아이를 내려놓으면 울어서 몇시간을 안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점심식사가 왔는데 먹을 수가 없었다. 한시간 가량을 기다리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아기띠처럼 아기를 옷으로 내 몸에 묶고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한 손으로는 밥을 먹었다. 밥에 진심인 한국인.. 간호사한테 밥 먹어야 하니 애를 봐달라고 차마 할 수 없었다.. (오전 간호사는 밤에 근무하시던 분보다 더 바빠 보였고 말투가 더 차가웠다..) 아마 부탁했으면 바쁘다고 백프로 거절 당했을 것이다.

오후에는 남편이 왔고 전날 왔던 모유수유 담당 헤바메가 상담을 해줬다. 아기가 젖을 잘 물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전날부터 의심했는데 혀 모양이 특이한게 확실하다면서 자기가 아는 어떤 의사를 추천해줬다. (그래서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지금은 문제 없이 수유하고 있다. 그냥 애가 입은 작고 혀가 좀 짧은데 반대로 내 유두는 커서 합이 잘 안 맞은 거였다..) 우선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계속 젖을 물리되 유축을 해서 동시에 모유를 주사로 삽입을 하라고 했다. 그래야 아기가 유두혼동 없이 계속 모유수유를 할 수 있다고.. 유축기도 대여를 해줬다. 원래 처방전이 있으면 약국에서 무료로 유축기 대여 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바로 병원에서 받으니 편리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병원에 있는 유축기를 썼다.

오후에 있던 간호사들은 정말 친절했다. 진통제나 회음부 통증 완화하는 패드는 직접 가지고 오지 못해서 매번 간호사들을 소환해야 했는데 보통 다른 사람들은 급하게 던져주듯이 가져다주고 사라졌는데 오후에 계셨던 분들은 항상 친절하게 갖다주고 또 필요한거 있냐고 묻고 언제든지 힘들면 말하라고 했다ㅠㅠ. 천사들..그런데 오후에는 근무인원이 더 많아서 그게 가능했던 것 같기도. 유축기로 첫 유축을 했다. 10분 하라고 했던 걸 잘못 들어서 30분 가량을 했는데 15ml가 나왔다. 간호사들이 보더니 양이 많다고 칭찬했다. 헤바메가 말한대로 모유수유하면서 남편이 유축했던 모유를 주사를 이용해서 애기 입에 삽입해줬는데 옆으로 새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옆에서 붙어서 계속 있어야 해서 이건 분명 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도와주지 않을게 확실했다.

남편 면회시간이 끝나서 집에 갔고 이제 아이와 둘이서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아기 황달수치를 다시 쟀는데 그새 수치가 높아져서 먹는 양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계속 모유수유를 하긴 했지만 세시간 간격은 지키지 않았고 아기가 제대로 먹지 못했으니 양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신경써서 먹여야 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 아기한테 미안했다. 어차피 초유는 잘 나오지 않아서 어떤 산모들은 출산 며칠 후에나 좀 나오니 나 정도면 괜찮지 않나 생각했던 것이다. 혼자 모유수유하면서 유축했던 모유를 삽입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간호사는 차라리 젖병을 쓰라고 했다. 그리고 분유를 추가로 주라고, 혼합수유 하는게 황달에는 더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했다. 아기는 분유를 먹여서 그랬는지 다행히 잘 잤다. 그러나 나는 아기 모유수유 하고 분유 가져와서 먹이고 유축하고 기저귀 갈고..게다가 유축기 부속품이 한 세트 뿐이라서 유축하고 나면 화장실에서 셀프로 세척까지 해야 했다. 그렇게 하고 나서 누우면 다시 아기는 배고파서 깨고 나는 먹이고..무한반복. 그래도 호르몬의 영향인지 씩씩하게 의욕적으로 하다가 순간 세척하다가 현타가 왔다. 아니 이거 씻는 것까지 내가 셀프로 해야 하나 싶어서. 그냥 부속품 한두세트 더 갖다줬으면 잠시라도 더 편히 쉴 수 있는데. 역시 나는 아기 보호자이지 환자는 아니구나ㅎㅎ 이렇게 하고 나니 밤이 지나갔다. 한 두시간은 잤으려나?

오전에는 U2 검사가 있었다. 이건 언제 있는지 미리 알 수가 없고 의사가 갑작스레 호출을 한다. 편히 밥 먹고 이제 모유수유를 하려고 준비중이었는데 갑자기 간호사가 들이닥쳐서 빨리 검사 받으러 가라고 하고 30초 동안 속사포로 가는 법을 설명했다. 그리고 내가 벙찐 채로 쳐다보자 “여기 다 적혀있어!” 하고 서류 사이에 있던 쪽지 하나를 가르키고는 급히 나갔다. 나도 덩달아 마음이 급해져서 막 서두르다가 아기는 엉엉 울고.. 그러다 생각해보니 내가 조금 늦게 간다고 난리나나? 싶어서 정신차리고 아기 옷 제대로 입히고 쪽쪽이 물리고 나도 옷 똑바로 입고 출발했다.

아기침대에 바퀴가 달려 있어서 그냥 침대를 밀고 이동하면 된다. 다행히도 쪽지에 길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길치인 나도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기 상태를 상세하게 검사해준다. 아기를 보더니 아주 튼튼하다며ㅎㅎ 아기가 태어났을 때부터 다들 아기가 크다고 했는데 가는 길에 다른 신생아들을 보니 우리 아기 큰 것 맞구나 싶었다. 내 눈에는 정말 작아보였는데ㅎㅎ Vitamin D와 Fluorid이 들어있는 알약도 받았는데 생후 2년까지 매일 아기한테 줘야 한다고 한다. 다음 처방전은 소아과에서 하는 U3 검진 때 의사한테 받으면 된다고.

검사를 마치고 남편을 불렀고 남편이 금방 왔다. 검사 받기 전에 수유하려다가 못 했기 때문에 분유를 달라고 했더니 간호사가 투덜대면서 세번이나 “이거 드럭스토어 가서 직접 사야 해요.”라고 하더니 가지러 갔다. 아니 내가 집에서 먹일 것 추가로 챙겨가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지금 먹일 것만 달라고 한건데 그렇게 말할 필요가 있나? 사실 나는 그런 대우가 익숙해져서 그냥 듣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남편이 많이 놀란 눈치였다. 그래 네가 있을 때 근무하던 간호사들은 다 천사였지..나는 이보다 더한 불친절함과 꾸중까지 들으며 혼자 버텼다ㅠㅠ 흑.. 결국 그 분은 분유 두개나 갖다주며 분유 구매할 때 꼭 pre 붙은 걸 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또 급히 쌩 나가심;;

시어머니께서 팁을 줬냐고 물으시길래 간호사들한테 물어봐서 남편이 저금통에 돈을 조금 주고 왔다.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네. 솔직히 지내면서 서러웠던 것 생각하면 별로 안 주고 싶었지만 간호사들의 불친절함이 비단 개인의 문제일까. 대우가 거지 같으니까 그렇겠지..ㅠㅠ 코로나로 인해서 그 민낯이 극명하게 드러났지만 의료 인력 대우가 너무 안 좋다. 쥐꼬리만한 월급에 인력은 부족해서 노동력은 갈아넣고. 사회에 정말 필요한 인력인데 그만큼 인정도 못 받고. 그래도 그게 내 잘못은 아닌데 말을 좀 친절하게 할 수는 없는 거였나. 내가 왜 매번 간호사 호출을 할 때 굽신굽신하면서 비굴하게 간호사 눈치를 봐야 하는건가 싶었다. 내가 독일 산 게 몇년인데, 한국 같은 서비스는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고 그냥 그러려니 하는 편인데 몸이 아픈데다 모든게 처음이라 불확실한 상태에서 이런 일을 겪으니 정말 힘들었다. 남편이 옆에 계속 같이 있었으면 훨씬 견딜만 했을 텐데..코로나..ㅠㅠ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남편이 이렇게 예쁜 꽃다발을 준비해놨다. 지금까지 본 꽃다발 중에 제일 예뻤다. 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에 남편이 집안 대청소도 해놔서 집이 너무나 쾌적하고 아늑했다. 소파에 앉아 있는데 드디어 집에 왔다는 안도감에 펑펑 울었다. 이렇게 집이 좋은거구나.

예쁜 옷으로 갈아입은 우리 아가💙

출산부터 입원까지 혼자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이 너무 힘들어서 그 이후 남편과 함께 집에서 한 육아는 훨씬 수월했다. 아무래도 며칠간 잠을 많아봤자 하루에 세시간 정도 잔 거라 더 그랬던 듯. 아직 우리를 기다리는 고비들이 수없이 많겠지만 이때를 생각하면 다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ㅎㅎ 앞으로 우리 셋이서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 엄마는 강해야 한다는 것을 체감했던 3박 4일의 시간. 입원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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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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