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있는 고양이인데 저기 누워있는 모습이 방학 때 나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ㅋㅋ)
으아아아 안돼….방학아 끝나가지마..라고 외치고 싶은 요즘.
원래 방학 때는 아무것도 안 하기에 끝나갈 때쯤에는 빨리 개강해서 친구들도 보고싶고 공부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물론 그래놓고서는 항상 개강 첫날 ‘내가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후회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이번 방학의 팔할은 역시나 소파와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했지만 중간중간 여행도 갔다오고, 사람들도 만나고, 일도 해서 이전 방학보다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으로) 알차게 보냈다. 그래서 그런지….개강 안 했으면 좋겠다.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 엉엉ㅠ_ㅠ 원래 계획에 있던 ‘공부’를 아예 안 했다는 죄책감을 덜고 싶은 게 사실 주된 원인인 것 같기도. 못 지킬 계획인 건 알았다만……그래도 아예 안 할 줄은 몰랐지..ㅋ.ㅋ.ㅋ.ㅋ….
…나름 세달치 포스팅이라 무지무지 길어질 예정….스마트폰으로 보면 매우 짜증이 날 것이에요
# 만남의 방학
독일에 오면 무척 외로울 줄 알았는데 역시 살다보면 친구도 생기고 조금씩 ‘내’ 친구, ‘내’ 대학, ‘내’ 도시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적응이 되어가는 것 같다.
시험 끝나고 친구 집에서 그릴파티. 지금 대학교에서 사귄 친구들은 전부 다른 도시 (또는 나라) 출신이라서 방학 때는 아욱국에 없다. 다들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재미있는 추억 하나 만들고 몇달간 못 봤당ㅠㅠ 방학이 끝나가는 것은 싫지만 이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것은 좀 신난다 :)
이번달에는 (남편)지인 중에 생일인 사람도 많아서 생일파티도 여러번 다녀왔다. 예전에는 그 사람들이 남편 친구이지, 내 친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자리는 부담스러웠다..(게다가 독일인밖에 없으니 그들이 하는 ‘당연한’ 주제의 대화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느낌을 너무 자주 받았다 + 직장동료들이 많아서 자기들끼리 일 얘기..-_-;) 원래 술 마시는 파티를 별로 안 좋아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서 small talk하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았는데 자꾸 보다보니 이제 ‘낯선 사람’을 만나는 빈도수가 적어지고 (어디선가 한번씩 본 사람들ㅋㅋ) 나도 내 근황에 대해서 조금씩 할말이 생기다보니 편해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낮에 만나서 맛있는 거 사먹고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게 밤에 이 술집 저 술집 배회하며 노는 것보다 훨씬 좋다.
오랜만에 옛날 튀빙엔 기숙사 친구들과 Ulm에서 재회하기도 하고. 튀빙엔에 남아있는 친구가 거의 없다는 것도 너무 슬프고, 자주 못 만나서 아쉽고.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도 편하고 유치하게 놀 수 있다는 게 좋다.
어느 주말에는 예전에 우리 집에 와서 함께 보드게임을 했던 친구들이 우리를 본인들 집에 초대해서 제2회(ㅋㅋ) ‘게임의 밤’을 가졌다.간단하게 먹을 것도 준다고 했는데 갔더니 호박수프를 준비해놨었다! 호박수프라길래 호박죽의 맛을 상상했는데 (싫어하진 않는데 딱히 좋아하진 않음;;) 전혀 다른 맛이었다. 완-전 깔끔하게 맛있음. 짜지도 않고. 마치 비싼 고급 레스토랑에서 나올법한 맛이었다ㅠㅠㅠㅠ사진을 보니 다시 먹고 싶다. 아무래도 레시피를 조만간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예전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가 갖고 싶어했으나 더 이상 안 팔아서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팔긴 파는데 50유로쯤 함;;) 못 받았던 ‘호텔’이라는 보드게임을 처음 해봤다. 모노폴리와 비슷한데 규칙이 더 단순하고 잔인해서 (더이상 돈이 없으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호텔을 부지+건물+기타 전부 포함해서 경매로 내놓으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사는건데 원래 본인이 50000 정도 투자했어도 사려는 사람이 딱히 없으면 1000에도 팔릴 수가 있음^^;) 자본주의 끝판왕의 게임이라고ㅋㅋㅋㅋ 그런데 내가 해냈다ㅋㅋ 전혀 기대 안 했는데 마지막에 하나 빼고 호텔 전부 다 구입. 남편이랑 나랑 둘이 남아서 게임 중단시키고 내가 이긴 걸로 했다. 현실에서 못 될 재벌, 게임으로라도 되니 완전 신나더라는ㅋㅋㅋ이렇게 이기고 나니 이 게임 꼭 갖고 싶어졌다.
왜 내가 해외에 있는데 한국이 별로 그립지 않을까 고민해봤는데 생각보다 주기적으로 원래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들을 만났기 때문인 것 같다. 몇달전에 부모님도 오셨었고. 이번 방학 때는 교환학생 마치고 다시 한국 돌아가는 후배,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로 교환학생 가는 대학동기를 만났다.
너무나 예쁜 Hofgarten. 이 날 날씨도 너무 좋아서 행복했다.
남편도 불러서 처음으로 집 근처에 있는 Kahnfahrt를 이용해봤다. 전기로 가는 게 있고 직접 노를 저어가며 하는 게 있는데 남편이 직접 해야 하지 않겠냐며 자신감 있게 말하길래 그걸로 했는데ㅎㅎㅎㅎ 남편아 너 왜 자꾸 나한테 물 막 튀겨?? 친구 앞에서 부부싸움 할뻔했다ㅋㅋㅋ코스가 짧은데도 잘 못하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도 이렇게 보니 꽤 분위기 있네?ㅎㅎ (실제로 보면 별거 아님ㅋㅋ)
친구가 놀러오면 정말 좋은데 떠나고 나서는 얼마간 약간 외로운 기분이 든다.
이번 학기에 놀러온다고 말한 사람들이 5명 정도 되는데 과연 실제로 몇명이 올지.. :) 아직까지 학교를 다니고 있는 후배/동기들이 있어서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이래저래 독일을 자주 온다. 독일과 관련된 과를 전공했던 것이 이런식으로 좋을 줄이야.
블로그에 이미 올리기도 했지만 이번 방학 때는 작년부터 블로그로 꾸준히 교류했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났다. 이렇게 쓰면 굉장히 블로그 친목을 활발히 한 것 같지만 이전 블로그에서 이웃추가 고작 30명 했었고 그중에서도 블로그 안 하는 지인 10명, 내 블로그 올 일 없는 파워블로거 10명 빼면 실제로 추가해놓고 구경가는 이웃은 단 10명뿐이었다. 그것도 댓글 달고 열심히 얘기하는 사람은 더 적고.. 그래서 이번 방학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이나 최근에 블로그를 거의 안 하시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교류했던 사람들을 거의 다 만났다고 보면 된다ㅋㅋㅋ한분은 이웃 순회투어 하냐고 했는데 그 얘기 듣고는 빵터졌다ㅋㅋㅋ맞네맞네. 지금 이 블로그에서는 거의 혼자 놀고 있지만 이전 블로그에서는 유입이 꽤 됐었는데,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가려가며 사귀는 이 소심한 성격을 고려하면 역시 네이버 검색이 한국에서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깨닫게 된다….(대부분이 검색에 의한 유입이었을테니..) 근데 왜 또 딴얘기 하고 있니
이번주에는 나의 Lieblingsbaby♥를 만났당! 실제로 보니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조그만해서 놀랐다. 사진으로는 어린이인데 실제로 만나니까 완전 ‘아가’ (본인 스스로를 ‘아가’라고 부르는 것도 너무 귀엽..심쿵…>_<) 정말 살아있는 인형 같았다. 내가 선물로 가져간 인형을 예뻐해줘서 다행이었다. (거의 30분동안 고심하며 고른 펭귄인형ㅋㅋ) 인형 이름을 뭐로 할까 고민하다가 언니의 제안으로 내 블로그 닉네임 ‘수수’가 되었다. 그런데 ㅅ발음을 못해서 ‘두두’라고ㅋㅋㅋ나는 며칠 지나면 잊혀지겠지만 이 인형이 집에 남아있으니 ‘수수’라는 이름은 기억되겠지 허허 아이가 있는 집에 손님으로 가는게 좀 미안했는데 맛있는 점심도 먹고 후식도 먹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너무 좋았다. 그런데 애기가 에너지가 넘쳐서 4시간쯤 지나니까 슬슬 정신혼미. 아기들을 보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몸이 따라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 정말 육아는 체력과 인내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 정말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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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초상권은 소중하니까..귀염터지는 뒷모습만ㅎㅎ) |
목요일에는 (역시나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아욱국 이웃 두분과 함께 점심*_* 원래 같은 도시에 사는 한국인은 경계하는데ㅋㅋ 예전에 용기를 내서 만나기로 했던게 너무 다행이다. 사교성 좋은 언니 덕에 이 도시의 점점 많은 한국인들을 알아가고 있다ㅋㅋ
Manyo
주소: Schertlinstraße 12A, 86159 Augsburg
아욱국에서 정말 유명한 일식집인데 나는 처음 갔다. 여기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 그리고 다들 하는 말이 비싸니까 무조건 점심에 가야 한다고 ㅋㅋㅋㅋㅋ
이렇게 눈 앞에서 직접 철판에 요리를 볶아준다.
사진 보니까 벌써 또 가고싶당…또르르..
그리고 어쩌다가 얻게된 쿠션파데 헤헤>_< 잘 쓸게요 ㅎㅎ 케이스만 봐도 취향저격. 역시 한국이 이런거 정말 잘하는듯…
# 여전히 깨볶으며 사는중
산 지 얼마 안 된 립밤을 어딘가에 놓고 잃어버려서 며칠동안 슬퍼했었는데 남편이 가방에서 발견하고서는 이렇게 귀엽게 내 책상 위에다가 올려뒀다. 아침에 출근하느라 정신 없었을텐데 괜히 감동.
우리는 결혼기념일과 연애 n주년 기념일이 일주일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기 때문에 당연히 연애 기념일은 조금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날 점심에 만요에 갔던 건데 남편이 자기랑 저녁 때 어디 맛있는 거 먹으러 안 가고 점심에 다른 사람이랑 외식한다고 삐졌다ㅋㅋㅋ사실 진짜 삐졌다기보다는 삐진 척이 하고 싶었던 거겠지만. 그래서 전날 밤에 간단한 케익이라도 사와야겠다 싶어서 카페 검색도 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렇게 남편이 초콜릿을 놓고 갔다. 초콜릿이야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소소하게 이렇게 의미 있는 날을 챙기는 것, 그리고 너무나 스윗한 멘트 때문에 완전 감동 받았다. 남편이 이렇게 사랑꾼이라는 것은 나와 내 블로그 독자들밖에 모른다. 나도 원래 엄청 앵기고 강아지처럼 쫄래쫄래 쫓아다니는데 밖에 나가서는 둘다 체면 차리느라 항상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ㅋㅋ
케익을 사지 않고 예산을 높여서 남편이 좋아할만한 물건을 찾았다. 자기 돈 주고 사기는 아까운데 선물 받으면 좋아할만한 걸로. 언니랑 같이 골랐는데 보고서는 둘이 더 신나가지고ㅋㅋㅋㅋㅋ
컵 안에 회전하는게 있어서 밑에 배터리를 넣고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컵 안에 있는 내용물을 막 휘저을 수 있다. 그런데 저걸 활용하려면 커피나 핫초코 같은 걸 마셔야 할텐데 남편은 커피 안 마시고….핫초코 마시려면 우유 데워야 하는데…이 컵은 전자렌지 사용이 안됨 ㅋㅋㅋㅋㅋㅋㅠㅠㅠ 굉장히 쓸모없는 기능이었다ㅋㅋㅋㅋ사실 기능 때문에 산게 아니라 디자인 때문에 산 거 였는데 가격만 엄청 비싸지고 쓸모없는 병맛 기능. 그래도 남편이 보면 정말 막 뛸듯이 기뻐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담담한 반응이라 마음이 아팠당. 남편이 나는 잘 감동시키는데 왜 나는 남편을 잘 감동시키지 못하는 걸까.
사실 남편을 감동시키려면 내가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면 되는데..요즘 요리에 대한 귀차니즘이 너무 커졌네? 다음에 기념할만한 일이 있으면 도전해보는 걸로.
이렇게 요즘도 평화로운 우리의 결혼생활 :)을 자랑하며 기나긴 포스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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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Comments
가비
October 15, 2016 at 9:53 am
ㅎㅎㅎ귀여운걸요! 참 전자렌지 사용 못 하는건 아쉽아쉽ㅠㅠ 남편분 너무 süß해요~~ 두분 알콩달콩:)
남은 방학을 더 즐기세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거 너무 피곤…ㅠㅠ
이번학기도 화이팅! 또 만나요 곧 <3 그리고 잘 써용ㅎㅎㅎ 하얀언니 <3
Sue
October 15, 2016 at 2:18 pm
이제 개강이라는게 믿기지 않음..ㅠㅠ심지어 월요일 8시 수업 2연강 헛헛 아이 신나라ㅠㅠㅠㅋㅋ파데 아직 못 써봤는데 후기 읽어보니 잘 맞을 것 같은 느낌! 내일 써보겠습니당ㅎㅎㅎ 피부 희다고 공짜 득템도 하고 신나네용 헤헤 <3 조만간 또 만나용!!:)검색하다가 아욱국에 있는 카페들을 좀 발견했는데 함께 탐방갑시당ㅋㅋ
Kätchen
November 8, 2016 at 4:57 pm
우왕 수수님!!! 홈페이지는 두번째 와봐요ㅜㅜㅋㅋ게을러서 주소 누르는게 블로그랑은 다르게 쉽지 않네요.. 그런점에서 제가 누군지 맞추신다면 넘나 영광이겠지만 모르실거같아욬ㅋㅋ 되게 더 잘 적응하시며 생활하시는거 같아서 보기좋아요~ 내 이야기가 생기니 좀 나아지셨다는 말이.. 어쩌면 제가 찾고 있던 해답일까 싶었어요!!!
아 그러나저러나 시국이 이런데 ㅠㅜ뮌헨에 집회잇다고 하던데 가세요? 아욱국에서도 멀죠ㅠㅜ?? 저는 가까스로 이사온 도시에 집회가 있어 참여해요~
저도 이웃만남 하고싶으요ㅠㅜ힝ㅋㅋㅋㅋㅋㅋ왜 난 아욱국이 아닌가!!? 암튼 저 여기 너무 많이 적은거같고 이건 비밀도 안돼서 민망.. ㅎㅎㅎㅎ 이만 갈께요 ㅋㅋ 전 클***에욬ㅋㅋ
Sue
November 13, 2016 at 5:37 pm
평소에 댓글 확인을 잘 안 해서 이제서야 읽었네요. 네이버 블로그 하다가 다른 데에 들어오려면 엄청 귀찮죠?ㅋㅋㅋ 비밀댓글 없는 것도 좀 그렇고ㅠㅠ 그냥 가끔씩 들어오기만 하셔도 저는 너무 감사합니다. 댓글까지 남겨주면 더 행복하구요 헤헤 그리고 처음 문단만 읽고도 알아맞혔어요;)
저 뮌헨 집회 다녀왔어요! 조금 망설인 것도 있었는데 한국에서 집회 참석 못 하는거, 여기서라도 마음을 보태야겠다 싶어서 다녀왔는데 여러모로 생각도 많이 들고 좋더라구요. 그나저나 어디 계시는건지 추론을 해봐야겠네요ㅎㅎㅎ 요즘 블로그 안 하시는 것 같던데 확인은 하시나요? 여기는 제가 생각해도 정말 너무 공개적인 것 같아요ㅋㅋㅋ
날씨가 너무너무너무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고 >_< 이번 새로운 한주도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