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 결혼 1주년

어제는 결혼한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딱 20대 중반일 때 결혼했기에 내 친구들 중 대다수가 미혼이다. (생각해보니 친한 친구 중에는 결혼한 사람이 아예 없다..) 그러다보니 자주 받았던 질문은 “결혼해보니 어때?”였다. 물론 언제 결혼하든 그 질문을 많이 받을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가 이미 결혼한 상황이라면 굳이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다. 그때마다 딱히 할 말이 없었는데 내가 느끼기에 연애할 때와 별로 다른 게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랜 롱디를 끝마치고 같은 곳에서 산다는 것? 그건 분명 큰 변화이지만, 우리는 신기하게도 같이 살면서 서로 안 맞아서 싸운 적이 없다. 처음에는 남편이 착해서 많이 참아준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그냥 애초에 우리 두 사람이 성격이나 습관이 잘 맞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천생연분인가..ㅎㅎ 물론 ‘항상’ 평화로웠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싸웠다고 표현하기는 힘들고 서로 조금 짜증낸 정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그라들지만)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ㅎㅎ:) 남편이 아프거나 일을 오래 해야 하는 날이면 왠지 안쓰럽고 볼때마다 너무 잘생긴 것 같고ㅋㅋㅋ 내가 맨날 귀엽다고 볼 꼬집고 앵기고 사랑한다고 하고 찡찡대고 그런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죽을거면 같은 날 한날 한시에 죽어야 한다고 하고 요즘 며칠간은 헤어질 때마다 이게 우리가 마지막으로 보는 걸수도 있으니 사랑한다는 말을 잊으면 안된다고 꼭 사랑한다고 말을 하고 남편한테도 그 말을 강요한다ㅋㅋㅋㅋ이렇게 써놓으니 나 완전 극성이네. 아무튼 나는 남편이 너무 좋다. 매일매일 더 좋아진다. 같이 살면 서로 지겨워질 줄 알았는데^^;ㅋㅋ결혼한지 1년만에 결혼을 후회하는게 더 이상하지만, 살면 살수록 진국인 사람과 결혼했다는 게 참 다행이다 싶다. 손님으로 놀러온 친구들이나 부모님도 남편 참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하면 내가 다 뿌듯하고.
남편이 여름휴가를 8월에 2주 쓰고 남은 휴가를 이번주에 썼는데 연초에 휴가기간을 정할 때 왜 날씨가 비교적 더 따뜻할 9월에 쓰지 않고 10월에 쓰냐고 잔소리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 결혼기념일이 껴 있는 주라서 이번주에 휴가를 쓴 거였다 (감동) 물론 그렇다고 일주일동안 특별히 뭐를 한다거나 계획한 것은 없었다. 그냥 집에서 게으름 피우고 집안일 하고. 그래도 결혼기념일 당일은 조금 특별하게 보내야 하니 어제는 간만에 외출을 했다.
 

Therme Bad Wörishofen
주소: Thermenallee 1, 86825 Bad Wörishofen
 
작년에 결혼선물로 친구들이 줬던 이용권을 이제서야 사용했다^^; 두개 받았는데 따로 가도 된다며ㅋㅋㅋㅋㅋ그래도 사이좋게 두손 잡고 갔다. Therme(온천)와 Sauna(사우나) 구역이 따로 나눠져있는데 우리가 받았던 것은 온천 4시간 이용권. 찜질방이나 사우나는 갔다오면 항상 피부가 뒤집혀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온천은 적당히 따뜻하고 편안해서 좋다. 입구에서 락커키를 받고 추가시간 30분당 1.5유로 추가비용이 있다는 안내 받고 입장. 웹사이트에서 사진을 보고 가긴 했었는데 ‘그래도 사진과 현실은 다르겠지’하고 전혀 기대를 안 하고 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대만족. 생각보다 시설이 좋았다. 게다가 평일 오전에 갔더니 대부분 노인분들만 있었고 그렇게 북적거리지가 않았다. 편하게 누워 있을 수 있는 데도 많았고 여러 온천탕(그 중에서 사해와 같은 효과라며 몸이 둥둥 뜨는 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 남편은 괜히 궁금하다고 얼굴 물에 담갔다가 눈이 따가운 고통을 겪어야 했다ㅋㅋㅋ바보)과 허브향이 가득한 찜질부스(?), 레스토랑과 수중 Bar 등 온갖 것들이 다 있었다. 완전 힐링하고 옴!>_< 레스토랑과 바의 경우는 락커키에 칩이 내장되어 있어서 신용카드처럼 기계에 갖다대면 나중에 나오면서 후불로 계산하면 되는 편한 시스템이었다.

4시간 이용권이었기 때문에 중간에 밥을 먹으면 시간이 아까울 것 같아서 다 끝나고 나와서 음식을 사먹었다. 사진을 잘 보면 유리벽이 있고 그 너머에 있는 사람들은 수영복 (또는 상체누드;) 차림인 것을 볼 수 있다. 가기 전에는 중간에 배고프면 어떻게 하나 궁금했는데 레스토랑까지 있으니 그런 걱정은 노노. 음식은 독일식 또는 이태리식인데 안에 있을 때 별로 냄새가 안 나서 좀 신기했었다.

내가 시킨 것은 연어구이와 파스타가 함께 있는 메뉴. 독일 레스토랑에서 먹을 때는 기대치가 0이라서 (ㅠㅠ 너무 짜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안 짜고 나름 담백!
4시간의 짧으면서도 긴 힐링타임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컴백. 그 잠깐의 외출이 힘들었는지 집에 와서 바로 뻗고ㅋㅋㅋ 충분히 휴식을 가진 후에 저녁때 외식!

Trattoria Crudo
주소: Am Pfannenstiel 20, 86153 Augsburg
 
원래 이태리 식당은 시내 중심에 있는 Mille Miglia를 가끔 가는데 거기는 가격대도 너무 높고 자리도 엄청 적고 좁아서 이번에는 다른 곳을 새로 시도해보기로 했다. 트립어드바이저로 검색해봤는데 평점도 높고 집에서 가깝길래 당첨! 후기에는 예약필수라고 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손님이 한명도 없어서 순간 당황. 웨이터가 멋쩍게 웃으면서 “오늘 유난히 좀 한가하네요”라고 했다. 본인도 좀 민망했던 듯. 시간이 좀 지나니까 다른 손님들도 많이 왔고 전화로 미리 주문해서 포장해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특별한 날이니까 전식-본식-후식 다 시켰다ㅋㅋㅋ나는 브루스케타, 남편은 호박수프.

본식은 나는 홍합, 남편은 그냥 피자ㅎㅎ 홍합 맛은 나쁘지는 않았는데 소스에서 뭔가 비린 맛이 나서 다 먹지는 못했다. 홍합 특유의 비린 맛이라기보다는…고수가 들어가있는듯한 맛? 그래서 물어봤는데 고수는 없다고 했다. (뭐지..) 나중에 웨이터 언니가 본인은 화이트와인이 더 맛있다고ㅋㅋ 아무튼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 본식 먹고 나서 이미 엄청 배부른 상태였는데 남편이랑 나랑 둘다 후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뭐가 있냐고 물어봤더니 웨이터 언니가 여러 메뉴를 읊어주더니 조금씩 맛보기로 먹어볼 수 있는 메뉴가 있다면서 둘이서 그거 시키면 딱일거라고 추천을 해줬다. 그중 뭐를 맛보기로 주는지는 셰프 마음이라면서ㅋㅋㅋ 다 괜찮았는데 사진 오른쪽에 있는 파나코타가 가장 맛있었다.
여기 이태리 웨이터 언니가 너무 재미있었다. 엄청 친근하고 뭔가 정신없는 수다쟁이ㅋㅋ 우리 부부와 친한 이태리 친구와 성격이 너무 비슷해서 이태리 종특인가- 하는 생각이ㅋㅋㅋㅋㅋㅋ 우리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남자분이었는데 그분은 엄청 친절, 상냥, 수줍음 이런 느낌이었는데 교대 후 이 웨이터 언니는 (‘언니’라는 표현이 너무 잘 맞음ㅋㅋ) 엄청 적극적. 처음에 여기 처음 온 거냐고 묻고, 자기가 이 근처 사는 사람들은 다 안다고 하고.(위치가 시내 중심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여기는 ‘동네맛집’ 같은 느낌) 그리고 내가 홍합을 조금 남겼더니 왜 이렇게 조금 먹었냐고 계속 뭐라고 하더니 나중에 이 후식에 있던 포도를 안 먹었더니 이거 다 비타민이라면서 먹기 전에는 안 치운다고 막 잔소리하고ㅋㅋㅋㅋ(그런데 남편과 나는 둘다 포도 싫어해서 끝까지 안 먹었다는게 함정^^;) 좀 특이했던 것은 나한테는 반말(duzen)을 했는데 남편한테는 끝까지 존댓말(siezen)을 했다. 집에 오면서 남편한테 네가 늙어서 그렇다고ㅋㅋㅋㅋ (그런데 별로 반박을 하지 않던 남편 ㅠ_ㅠ;;) 독일 웨이터라면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는 간섭쟁이였는데 그게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정말 친근한 느낌이어서 오히려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이렇게 배터지게 먹고 합해서 45유로 나왔다. 앞으로도 종종 찾아갈 듯:)

맛있는 음식으로 마무리한 우리의 결혼기념일. 남편이 집에 와서 앞으로도 매년 결혼기념일은 특별하게 보내자고 말해서 너무 좋았다. (나의 게으름 때문에 과연 그렇게 될지는…모르겠지만..ㅎㅎㅎ) 앞으로도 잘 살아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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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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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 Comments

    아 이렇게 댓글 남기면 되는데, 비공개는 안되나봐요ㅠㅠ 아니면 할 줄 몰라서 그런가…
    핸드폰으로 봤을 때는, 아예 댓글창이 안 떴는데. 노트북켜서 본 기념으로 히히
    제가 누군지 알기를 바라면서!
    결혼기념일 다시한번 축하해용ㅎㅎ 특별한 날 잘 보내셨네요!!! 스파는 Erding에 있는 것보다 괜찮나요? 독일에서는 에어딩만 가보고 많이 실망해서 안 가게되는…그래도 여기는 훨씬 괜찮아보여요! :)
    우리 담주에 만나용~~~수다타임!

    첫문장만 읽고도 알아차렸지요ㅋㅋㅋ아이폰으로 댓글이 안 달리나봐요. 댓글 어떻게 다는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전부 아이폰 사용자ㅠㅠㅋㅋ비밀댓글 기능은 없는 것 같아요..네이버와 다른 아쉬운 점이죠ㅎㅎ
    에어딩은 안 가봤는데 궁금해서 웹사이트 가보니 좋아보이는데요??^^; 제가 이런거 딱히 다니지가 않아서 비교대상이 없어요ㅋㅋ그래서 여기 추천해주기가 애매..저는 좋았는데 다른 사람 기준에서는 어떤지 모르니까. 근데 여기는 제대로된 미끄럼틀이나 파도풀 같은게 없어요. 정적으로 누워있고 아~편안하다~이런 느낌ㅋㅋㅋㅋ그래서 노인들이 많은가^^;
    담주에 봐용!!:)ㅎㅎ

    결혼 1주년 기념일이었군요! 늦었지만 축하합니다!!! <3 전 제 주변에 결혼한 사람 반, 안한 사람 반인 30대 중반이지만, 결혼하고 나도 좋은지 물어보는 건 여전한 거 같아요. 아마 결혼 후 만족감이 커플마다 상이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 좋은 시간 보내신 것 같아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네요.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이 함께한 좋은 시간. 최고죠. 앞으로도 좋은 부부의 삶 만들어가시길 기원합니다!

    헤헤 감사합니다:D 하긴 남의 연애사/결혼사는 항상 궁금하긴 하죠ㅎㅎ그러고보니 연령대와는 관계없는 관심사네요ㅋㅋ
    둘다 그렇게 활동적인 성격은 아니라 저녁때 집에서 같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정적인 활동만 하는데 기념일 핑계(?)로 다른 활동을 하니 좋네요. 과연 우리는 앞으로도 이렇게 기념일을 매년 챙길지는 모르겠으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