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린다우] 결혼 2주년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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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2 Novem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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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매우 많은 관계로 컴퓨터로 보는 것을 추천해요 )

10월 초에 결혼 2주년이었다. 결혼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나 지났다니! 마트에서 산 못생긴 꽃을 선물해줄거면 차라리 내가 직접 사겠다고 선언한 이후로 남편이 꽃 선물을 한 적이 없어서 전혀 기대를 안 했는데 하루 전날 내 단골 꽃집에서 위에 있는 꽃다발을 사왔다. (사진은 일주일 후에 찍은거라 조금 많이 시든 상태 ㅠㅠ) 예상치 못했던 꽃다발이라 감동은 몇배. 웃긴건 남편이 꽃집을 가니까 꽃집 언니가 내가 올 것 같아서 내가 좋아하는 장미를 일부러 많이 샀다고 했는데..나는 꽃집 안 간지 몇달 됐는데..? “우리 결혼 기념일인 것 기억한 거 아냐?”라고 하니 딱히 결혼기념일 축하한다는 얘기 같은 걸 안 했다고..뭐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꽃집 언니의 선견지명 덕에 내가 좋아하는 색의 예쁜 장미 꽃다발을 받았다 :)

작년과 마찬가지로 남편은 일주일간 휴가를 냈었는데 내가 학과일로 너무 바빠서 어디 멀리 여행을 가지는 못하고 결혼기념일 당일만 근교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원래 린다우(Lindau) 나들이는 (4개월도 더 된) 내 생일 선물 중 하나였는데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결혼기념일에 사용. 내 생일에는 친구들한테 결혼선물로 받았던 호텔 브런치 상품권을 사용했는데 뭔가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서로 바꿔서 기념하는 느낌이..ㅋㅋㅋ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차 타고 출발!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바깥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린다우는 결국 중요한게 풍경이라 날씨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요즘 여행 날씨운이 좋은지 이 날 최고의 날씨였다!! 화창하고 포근한 날씨!

린다우 시 자체는 규모가 꽤 큰 편인데, 일반적으로 관광하는 곳은 섬처럼 되어 있는 일부 지역이다. 린다우 중앙역은 이 섬에 있기 때문에 내리자마자 바로 이런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

이 탑 이름은 Mangturm이라고 한다. “여기서 망 봐서 망탑인가요?” 드립 날리고 싶어도 한국어 못하는 남편 때문에 속으로만 생각했다…. 근데 이렇게 글로 쓰니 왠지 부끄럽군

린다우 나들이에 포함되어 있던게 고급레스트랑에서의 점심이었는데, 린다우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기차역에서 레스토랑까지 걸어갔다. 레스토랑은 린다우 “섬”이 아니라 “육지”에 있어서 중간중간 사진 찍고 쉬면서 가니 한시간반 정도 걸은 것 같다.

도서관

Diebsturm. 지붕색이 너무 예쁘다. 동화 속 공주가 살 것 같이 생겼는데 원래 용도는 감옥 (*독일어로 Dieb이 도둑이라는 뜻)

물이 맑은 것 봐 ㅠㅠㅠㅠㅠ 바닥까지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했다. 너무 아름다움.. 날씨까지 좋으니 하늘과 호수 둘다 색이 너무 예쁘잖아..ㅠㅠㅠ 친구 중에 보덴제 (Bodensee – 원래는 보덴 호 라고 번역해야 하는데 그냥 독일어 발음으로 읽는 게 왠지 자연스러운 듯한 느낌ㅋㅋ 이 곳은 놀랍게도 바다가 아니라 호수이다!) 출신들이 여럿 있는데 그들이 갖고 있는 지역부심이 무엇인지 왠지 이해가 갔다. 나도 여기 살고 싶어!

가는 길에 주택들이 쫙 있었는데 건물들이 전부 예뻤다. 갑부들만 사는듯?ㅎㅎㅎ 린다우에는 자전거도 정말 많았는데 보행자길도 좁은데 때로는 자전거 길이라고만 표시되어 있어서 어디로 어떻게 걸어야할지 조금 난감하기도 했다.

돈 많이 벌면 나중에 이런 데서 살 수 있는건가? 아니면 다음 생을 기약해야 하는 것인가?ㅋㅋㅋ

그리고 우리가 점심을 먹은 이 날의 하이라이트

Villa Alwind am See

주소: Alwindstraße 18-20, 88131 Lindau (Bodensee)

웹페이지 : villa-alwind.de

이름대로 그냥 겉에서는 빌라 같이 생겼다. 출입구 쪽은 건물이 허름해보여서 별로였는데 내부와 반대편에서는 정말 멋있는 건물. 이렇게 보니 고급진 빌라에 초대받은 느낌이었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길래 가보고 싶었는데 뭔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참았다ㅋㅋ

평일 낮이라 그런지 원래 그런 곳인지 주로 노인분들이 많았다. 우리는 나름 특별한 날이라 전식 본식 후식까지 다 시켰는데 다른 사람들은 본식만 시키고 금방 먹고 금방 갔다. 그리고 주방장이랑 대화하는 것보니 단골인듯한 느낌이ㅎㅎㅎ서로 알고 지내는 것 같았다. 부럽다. 나도 이런 곳 단골하고 싶은데 ㅠㅠ흑흑

전식으로는 호박수프! 원래 한국에서는 호박 별로 안 좋아했는데 여기서는 호박 철이 되면 사람들이 열심히 호박 관련 음식을 해먹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도 갑자기 호박이 특별해지고 맛있게 느껴지고 ㅋㅋㅋ 수프가 유리잔에 나오는게 신기했는데, 정말 맛있었으나 먹기에는 너무 불편했다. 양이 얼마 안 남았을 때 계속 숟가락이 유리잔에 부딪히면서 시끄러웠음 ㅠㅠ

본식은 메뉴판에 없는 요리도 있는데 내가 시킨 건 메뉴판에 없던 요리. 생선이 정말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았다! 그리고 같이 나온 반찬 종류 자체는 굉장히 평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맛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메뉴판에 없어서 가격을 모르는 상태로 시켰는데 나중에 계산할 때보니 27유로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솔직히 그 가격 주고 생선 사먹고 싶진 않았는데……. 원래 내가 레스토랑 가면 시키는 음식이 항상 비싸서 남편이 너는 제일 비싼거 고르는 재주가 있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 날은 매우 억울했다 ㅋㅋㅋㅋㅋ나는 정말 몰랐다고 ㅋㅋㅋㅋ 남편이”그러니까 네가 재주가 있다는거야”라며 놀리듯이 말하고 ㅋㅋㅋ그래도 남편이 그 말을 할 때 날 구박하는게 아니라 그냥 중립적으로 말하는 거고 나의 식탐과 맛있는 걸 먹고 싶어하는 그 욕구를 잘 이해해줘서 다행이다. 원래 남편은 먹는 것에 집착 안 하는 편인데 나랑 살다보니 맛집탐방에 맛들려서 요즘은 먼저 “여기 가볼까?”하기도 하고. 이게 객관적으로 좋은건지 나쁜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줄어드는 통장 잔고와 늘어나는 뱃살) 맛있는 음식 먹는게 삶의 낙인 나로서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헤헷

후식은 여러가지 조금씩 모아둔 세트를 시켰는데 솔직히 후식은 별로였다.

밖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밖에서 먹으면 이 풍경 보면서 먹을 수 있는데 우리는 안에서 먹음.

고양이 안뇽? 처음에는 조용히 다가오더니 먹을 것 없다는 걸 눈치챘는지 갑자기 무관심한 태도로 돌변 ㅋㅋㅋ

나는 이렇게 인위적으로 조성되어 있는 정원이 좋더라고 후후

정원에 있던 꽃들. 원래는 장미도 많은 것 같았는데 거의 다 져 있었다.

이건 돌아오는 길 주택 길가에 피어 있던 꽃. 독일 길거리에서 정말정말 많이 볼 수 있는 꽃. 볼때마다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좋아하면서도 이름이 뭔지 계속 모르다가 이번에 사진으로 검색해서 알아냈다. 학명은 Rosa rubiginosa이름은 독일어로 Wein-Rose, Zaun-Rose 또는 Apfel-Rose.열매가 Hagebutte라는데 독일에서 차 Hagebuttentee 자주 마셨는데 이게 그 꽃인줄은 몰랐다. 한국어로는 로즈힙이라고 한다는데 꽃 이름은 들장미라고 해서 들장미 검색해보면 다른 꽃 사진만 나오고? 이 꽃의 한국 이름은 대체 무엇인건가.

돌아오는 길에는 다른 길로 걷기. Lindenhofpark. 나무 낙엽 물 하늘 다 완벽한 조합 같았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컨셉 사진을 찍는데 남편이 이런 것에는 정말 재주가 없다. 이건 그나마 괜찮은 구도를 잘라서 편집한건데 원본 사진은…(절레절레)

다시 섬으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망탑 반대편에서 구경하기.

사자상도 더 가까이에서 한번 봐주고 ㅎㅎ

이 탑도 올라갔다.

사실 별로 높지 않아서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데

그래도 남아도는 게 시간이고 이렇게 보면 예쁘니까 ㅎㅎ

# 구 시청사 

뒷모습.

앞모습.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봤다. 남편 우리 여기 살자..

근데 근처에 있다는 신 시청사는 어디 있는거지? 하고 한참 후에 정신차리고 보니 바로 옆에 있었다ㅋㅋ

이 동네 참새들은 겁이 없었다. 비둘기인줄.

Marktplatz

Stadtmuseum

Ristorante Pizzeria La Fontana

주소: Paradiespl. 14, 88131 Lindau (Bodensee)

웹페이지: la-fontana-lindau.de

저녁은 시내 돌아다니다가 트립어드바이저 검색해서 가장 괜찮은 이태리 음식점으로! 나는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려 했는데 남편이 이왕이면 가장 평가 괜찮은 데 가자면서 열심히 검색하더라는ㅋㅋㅋ 반년 전에 한국인들은 다른 음식점 다 놔두고 소문난 맛집 앞에서만 한시간씩 기다려 먹는다고 재미있어하던 남편 아니었나. 사람이 이렇게 빨리 변해요. 그때 당시에는 이태리음식점 1위였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10위ㅋㅋㅋ 애초에 종류가 많지 않아서 순위 변동이 잦은 듯. 가격 저렴하고 맛도 괜찮았다. 내가 시킨 건 Salbei 버터 소스를 이용한 토르텔리니였는데 Salbei 살짝 튀겨진 게 정말 맛있었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할 것 같아서 집에서 해먹고 싶었는데 Salbei 어떻게 구하냐.. 왜 차로만 팔고 그냥 잎은 안 파는 것이냐..ㅠㅠ 꿩대신 닭이라고 허브버터 이용해서 해봤는데 역시나 그 맛이 아니다.

그리고 야경. 같은 장소만 하루동안 몇번째인지ㅋㅋ 원래 내 카메라로는 야경 잘 못 찍는데 린다우 야경 사진이 역대급으로 잘 나와서 볼때마다 뿌듯하다.

이젠 정말 끝. 린다우 안녕ㅡ

하루종일 걸어다니느라 힘들긴 했지만 또 그만큼 맛난 것 많이 먹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어서 너무나 행복했던 하루. 꼭 이렇게 당일치기 여행 한번 갔다오면 앞으로 자주 다녀야지! 생각하지만 결국 또 기념일 같은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가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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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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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Comments

저도 예전에 한 달 내내 독일만 여행했을 때, 제일 좋았던 장소 중 하나가 린다우였어요! 린다우 정말 예뻐요 ㅠㅠㅠ 진짜 살고 싶은 도시 중 하나 (라고 하기엔 뮌헨도 소도시 같은 저에겐, 절레절레) 그 땐 미처 야경을 볼 생각은 못했었는데, 야경도 어마무시하게 예쁘네요.

저희도 딱 그 얘기했는데!! 처음에는 “여기 살아도 괜찮겠다” (이 주변 다른 도시들은 워낙 시골이라 배제하고 ㅠㅠ) -> “근데 아무리 그래도 좀 작긴 하다ㅎㅎ” 저는 몇년 살았다고ㅋㅋㅋ 어느새 아욱국의 크기에 적응 돼서 이 정도가 딱인 것 같아요.

[…] 그리하여 아욱국 놀러오셨을때 같이 린다우 당일치기도 했다. 예전 린다우 나들이 포스팅은 여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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