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임신] 임신테스트기 두줄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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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임신 5주4일차다. 임신을 계획하거나 이미 아이를 가져본 사람은 알겠지만 임신주수 계산법은 상식을 벗어난다. 수정/배란일을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 생리시작일을 0일로 치고 +280일(40주)을 계산해서 출산예정일을 정한다. 보통 임신테스트기로 임신을 확인할 수 있는게 빨라도 다음 생리예정일 1주일 전쯤이므로 임신사실을 알았을때 이미 임신 4주차나 5주차이다. 즉 엄마쪽으로 온지 2주 정도 밖에 안 됐는데 이미 4,5주차ㅋㅋ 이런 계산법을 쓰는 이유는 어차피 정확히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고 사람마다 생리주기가 달라서라는데.. 처음에 이 얘기를 듣고 나면 좀 이상하긴 하다. 나는 이미 알고 있어서 아무렇지 않았는데 산부인과 검진 다녀와서 5주차라니까 남편이 놀라면서 “누구 애냐 ㅋㅋㅋㅋㅋ”이래서 이상한 계산법이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됐다.

블로그 임신 후기들을 검색해보면 레파토리처럼 자주 등장하는 스토리가 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할 때는 안되더니 마음 비우고 애 없이 살자! 했더니 생겼다’ 라는ㅎㅎ우리는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어떻게 보면 좀 비슷하긴 하다. 학기 다 다니고 시험기간에 애를 낳으면 한 학기를 다 버리니까 나름 신경써서 드문드문 도전을 했는데 임신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뭘 모르고 했기에 정확하지 않았던 것 같고 그 다음에는 배란테스트기를 이용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 임신된 달은 하필 가임기 피크에 시댁이 놀러와서 그냥 (예상)배란일 전에만 도전ㅋㅋ을 했는데 신기하게 임신이 됐다. 배란테스트기도 안 쓰고 그냥 어플로 대충 예상하고 몸의 신호 (임신을 신경 안 쓸 때는 전혀 몰랐는데 배란점액으로 대충 확인할 수도 있고 기초체온으로도 알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체온은 안 쟀다)를 따라 했는데 임신이 된 것이다. 전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생리예정일 1주일전부터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한다거나 내 몸의 모든 증상을 임신증상과 비교(일명 ‘임신증상놀이’)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증상놀이는 정신에 해롭다. 정말 하나하나 임신일까 아닐까 마음 졸이고 기대하고 그랬다가 실망이 크기 때문이다. 임신 증상 자체가 워낙 생리 전 증상과 비슷하기도 하고 증상 종류도 너무 많아서… 성인 남성을 앉혀놓고 무슨 증상이 있는지 체크해보고 비교해봐도 웬만한 것은 임신증상에 다 있다 ㅋㅋㅋㅋ

게다가 나는 닌텐도 링핏에 푹 빠져서 하루에 한시간에서 한시간반을 플레이했다. 운동 하나도 안 하다가 운동을 하려니 항상 약간의 근육통을 달고 살았다. 그러니 임신으로 인한 증상이 있었더라도 나는 전부 다 근육통으로 치부해버린 것이다. 임신을 알게 된 것은 어느날 갑자기 어지럼증이 와서였다. 의자에 앉아있다가 현기증이 났는데 평소에 두통은 자주 있어도 어지럼증은 없으므로 이상한 것 같았다. 잠시 누워서 자다 일어났는데도 휘청휘청했다. 남편이 보더니 임신이 아니냐고 해서 별로 믿기지 않았지만 검사를 해봤고.. 그 결과…

아주 간혹 후기중에 거짓양성이 뜨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그러나 사실 그런 경우는 테스트기의 잘못이기보다는 초기에 자연스레 유산이 된 경우 – 화학적 유산 – 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다른 테스트기도 3개 정도 더 해봤는데 다 마찬가지 결과. 전혀 예상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얼떨떨했다.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으나 다시 쏙 들어갔다. 남편도 결과를 보더니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아빠가 된다고?’ 하는 표정이었다.

사실 나는 아이를 항상 갖고 싶었고 그래서 가장 큰 공포 중 하나는 내가 난임/불임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생리도 규칙적이고 노산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겁이 났는지..그러나 보통 그런 검사는 여러번 시도해보고 애가 생기지 않을때 하는 것이니 사실상 임신시도를 한 이후에나 내 상태가 어떤지 알 수가 있다. 아이를 낳은 친구들이 주위에 여럿 있는데 그 중 한 명은 자신의 지인들은 죄다 한방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은 첫번째에 성공을 못 해서 매우 실망이 컸다고 했었다 (본인은 두번째에 성공함). 심지어 그 지인들은 전부 피임약을 먹다 끊었는데 끊은 첫달에 성공했다고! (독일은 어릴때부터 경구피임약을 먹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요즘은 6개월이나 1년 가까이 안 되는 경우도 많은데 한방에 안 됐다고 그렇게 실망할 일인가 싶었다. 그러나 경험상 맨 처음 안 될때가 실망이 제일 큼ㅋㅋㅋ 막상 내 일이 되고 나니 친구가 한 말이 이해가 갔다. 나는 피임약은 먹어본 적도 없으니 당연히 금방 될거라고 생각을 했나보다.

막상 임신이 되고 나면 걱정이 또 많아진다. 운 좋게 산부인과 검진을 잡아놓은게 있어서 5일 정도 기다려서 5주 초기에 첫 검진을 했다. 그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걱정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자궁외임신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ㅠㅠㅠㅠ 유산되면 어떻게 하지…ㅠㅠㅠ검색해볼수록 걱정이 쌓여서 정말 사서 고생했다…

임신준비를 어떻게 했는지/하면 좋을지 적어본다.

  1. 영양제 섭취: 무엇보다 엽산섭취가 중요한데 임신 기간보다 오히려 임신 전에 먹어놓는게 더 중요하다고 한다. 물론 그 전에 섭취 안 했다고 반드시 큰일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미리미리. 나도 미리 임신준비용 영양제를 섭취하긴 했는데 원래 영양제를 신경써서 챙겨먹는 사람이 아니라서 드문드문 먹었다. 임신 중에도 계속 섭취를 해야 하므로 습관형성 차원에서도 미리 시작하는 게 좋다.
  2. 배란일/ 생리전 증상을 체크해본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생각보다 몸이 여러 신호를 보낸다. 임신 준비 전에는 몰랐는데 배란일 즈음에는 배란점액이 나와서 대충 이쯤이 내 배란일이구나 알 수 있다ㅎㅎ 그걸 임신준비 전에 미리 체크해놓으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생리전 증상을 미리 관찰해놓으면 임신증상놀이를 피할 수 있다ㅠㅠ 어플 중에서 생리일을 기록해두면 평균 생리주기와 가임기 등을 계산해주는 어플들도 있다. 그걸 활용하면 직접 계산을 할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다. 물론 배란테스트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어느 예능에서 나온 것처럼 그런 거 따지지 말고 그냥 융단폭격ㅋㅋㅋㅋㅋㅋㅋㅋㅋ을 하는게 가장 나을수도…
  3. 기초체력을 키워놓는다: 이건 가장 후회되는 부분. 지난 일년동안 (특히 코로나 기간 동안 ㅠㅠ) 살이 많이 쪘다. 그리고 임신/출산으로 몸이 망가질텐데 그 전에 미리 어느 정도 기초체력을 튼튼히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링핏 열심히 시작한건데 이렇게 금방 임신이 될 줄은;; 한국에서는 아이 낳고 나면 몸이 완전 망가진다, 손목 다 나간다, 등의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내가 독일에서 본 친구들은 다 멀쩡했다. 물론 독일 여자들이 대체로 튼튼한 편이긴 하나 후천적인 요인도 있는 것 같다.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타는 경우가 매우 많고, 조깅도 정말 많이 하고, 그 외에 다른 추가 운동도 한다. 즉 다이어트용 반짝 운동이 아니라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력 자체가 좋은 편. 나도 그랬어야 했는데.. 좀 후회가 된다. 임신 중에도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데 보통은 이전에 했던 것보다 강도는 낮게 하라고 한다. 이전에 운동을 아예 안 했던 사람은 새로 운동 배우는 것도 벅차므로 미리미리 해두는게 좋고, 무엇보다 요가/필라테스는 기본적인 것은 연습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보통 임신 후에 가장 많이 하는게 요가/필라테스이기 때문.
  4. 특히 독일에 계시는 경우미리 산부인과를 찾아놓는다 : 한국은 이상하게 산부인과 가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데 여기는 매년 문제가 없어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다. 그런 차원에서 미리 산부인과를 구해놔서 정기검진도 받고 임신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독일에 좀 살았던 분들은 알겠지만 여기 의료시스템은 정말 쓰레기다. 가정의학과(Hausarzt)를 제외하면 당일 예약은 거의 불가능하고 새 환자인 경우에 예약할 때까지 두달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아예 새 환자는 안 받는다고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공보험보다는 사보험 환자를 더 선호함 ^^) 그러니 미리 산부인과를 찾아놔야 한다. 기존 환자이면 예약이 조금 더 빨리 되는 편이다.
  5. 예방접종을 다 받았는지 확인한다: 독일에는 Impfpass라고 예방접종카드가 있다. 어릴때부터 거기에 받는 예방접종을 다 기록하기 때문에 어떤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는지 의사가 보고 확인할 수 있다. 어릴때 독일에서 살아서 예방접종을 독일에서 받았기 때문에 그 예방접종카드가 있었다. 한국에 와서는 그 어떤 예방접종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Hausarzt한테 가서 보여주고 내가 다시 받아야 하는 예방접종이 있으면 놔달라고 했다. 아마 어릴때 기본으로 받는 예방접종은 우리나라나 독일이나 비슷할 것 같다. 다만 몇개는 독일에서 성인이 돼서도 몇년에 한번, 또는 10년에 한번 갱신하는 게 있다. 대표적인 게 살인진드기(Zecke) 예방접종. 한국에서만 살았던 분들은 이 예방접종을 받았을리가 없으므로 미리 해두는 게 좋다. 내가 의학용어를 모르므로 정확히 무슨 예방접종을 다시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총 일곱번 정도를 가서 예방접종을 갱신했다. 산부인과에서는 Impfpass를 갖고 오라고 했고 내걸 보더니 perfekt!라면서 칭찬했다. 사실 부모님이 내가 어릴때 해놓은 기본 예방접종들이 잘 한 것이긴 하지만 괜히 뿌듯 ㅋㅋㅋㅋㅋ한국인들의 산부인과 방문기를 보면 그 예방접종 카드가 없어도 문제가 된 걸 못 봐서 결국은 피검사로 알아내는 것 같긴 하다. 임신 첫 검진때 피를 몇통을 빼내더라고..^^… 앞으로도 매번 그럴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뽑아내면 검사는 해주겠…지?
  6. 술/담배/커피를 끊는다: 임신이 되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으므로 언제든 “나는 임신이어도 괜찮아”하는 생활습관을 가지는게 중요하다. 사실 임신을 알아차리기 전(4, 5주차)에는 그런 것들이 아예 착상을 방해하기 때문에 (All or none) 만약 임신이 됐다면 그 기간에 했던 것들은 문제가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임신 사실을 몇달동안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그럴때는 뒤늦게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계속 걱정이 될테니 미리 습관을 잘 잡는게 중요할듯. 원래 담배는 안 했고 술도 별로 안 좋아해서 잘 안 마셨고 커피는 몇달전에 끊었다. 커피 한두잔은 괜찮다지만 커피를 끊으니까 그렇게 자주 있던 편두통이 거의 사라졌다!!!!! 커피를 이틀 정도 안 마시면 두통약을 먹어도 가라앉지 않는 두통이 심하게 생겼는데 나는 그게 저혈압 때문일거라 믿었다. 예전에 친한 학교 후배가 그게 커피 금단현상이라고 했던 말을 안 믿었는데 정말 커피를 끊고나니 그런 증상이 없어졌다. 혹시 편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면 커피를 끊을 것을 추천한다. 처음에는 커피 대신 녹차를 마셔서 서서히 끊으면 된다. 이게 중요한 이유? 임신 기간에 편두통이 오면 약을 마음껏 못 먹는다. 먹으면서도 불안하다. 그리고 원래 커피를 하루에 서너잔씩 마신 사람이라면 양이라도 미리 줄여야 하므로.. 임신 전에 연습이 필요하다.

이건 임신 확인 후에 임신 초기 임산부로서의 팁:

  1. 생리예정일 이전에 임신 확인할 수 있는 임신테스트기를 쓰지 않는다: 마음이 조급해서 결과를 최대한 빨리 알 수 있는 임신테스트기를 사지만 우선 그런 테스트기는 매우 비싸고^^…막상 임신 양성이 떠도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오히려 더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이럴 땐 진짜 모르는 게 약. 그리고 생각보다 화학적 유산이 자주 있다는데 임신이 됐다가 자연스레 생리처럼 배출되는 것….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임신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는게 더 마음 편하지 않을까ㅠㅠ..
  2. 첫 검진은 5주차쯤?: 이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겁과 걱정이 많은 사람으로서 5주차에 가는게 가장 적절한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임신확인 하자마자 4주차때 바로 병원에 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7주 넘어서 가서 아이 심장소리까지 다 듣고 온다는데 (참고로 독일은 임신후기에 처음으로 심장소리 듣는다ㅎㅎ) 솔직히 임신 사실을 안 이상 하루하루 기다리는 게 고역이라 그렇게 오래 기다리기는 힘든 것 같다. 자궁외임신이 되어도 양성이 뜨는데 혹시 자궁외임신이 아닐까 너——무 걱정이 된다ㅠㅠㅠ 초기에 가면 아기집 위치를 봐서 자궁외임신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고 그 외에도 자궁 상태를 볼 수 있으므로 마음이 편해진다. 어떤 분은 임신초에 운동을 너무 많이 했더니 피고임이 심하다고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했단다. 그래서 나도 운동을 조금씩 하는데 그게 괜찮은지 아니면 계속 누워 있어야 하는건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아기집 크기가 천차만별이기에 5주보다 일찍 가는건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가봤자 아무것도 안 보일 가능성이 큼. 나는 5주초에 갔더니 아기집이 보이긴 했는데 많이 작았다. 그것도 마음이 많이 불안한데 만약 더 일찍 가서 아무것도 안 보였으면 더욱 더 불안했겠지?
  3. 테스트기 양성이 뜬 후에도 병원 가기 전까지 불안하다면 이틀에 한번 일정한 시간에 임신테스트기를 쓴다: 보통 호르몬 농도가 짙어져서 임신 테스트기의 선 색깔이 점점 짙어진다. 나는 일정한 시간에 안 했더니 처음 테스트기하고 별반 차이가 없이 계속 옅어서 마음이 많이 불안했다. 그러나 어느 시기에 하느냐 또 수분 섭취를 얼마나 했느냐 등의 영향도 받으므로 이왕이면 아침에 일어나서 첫 소변으로 테스트하는 것 추천. 이걸 미리 알았다면 마음이 좀 더 편했을듯.

(현재는 이미 아기를 출산했고 이전에 쓴 글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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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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