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육아] 독일에서 셀프 산후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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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산후조리원, (한국식) 산후도우미, 친정/시어머니 없이 산후조리가 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하다. 단, 남편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그리고 헤바메(Hebamme, 독일에서 조산사, 산후도우미의 역할을 하는 직업)를 꼭 구하자.

앞선 포스팅에서 왜 독일에서의 산후조리를 선택했는지 적었다. 출산을 한 지 두 달이 지났을 때쯤 몸도 거의 회복이 다 되었고 아기와의 일상에도 잘 적응한 것을 보면 나름 성공적인 산후조리를 마쳤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90%는 남편 때문, 90%는 헤바메 때문, 20%는 아기가 순해서라고 말할 수 있다. (왜 합해서 100퍼센트가 넘는지는 묻지 말자. 남편과 헤바메가 둘다 너무너무 고맙기 때문에 그 누구의 공도 줄일 수가 없었다ㅋㅋㅋㅋ40퍼센트씩으로 나누면 왠지 둘다 적어보이잖아?)


집안일: 남편이 다 하거나 외주를 줘라

산후조리원을 안 가고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한국식 산후도우미나 가사도우미를 안 부른다고 그 사람들이 해주는 일들(빨래, 설거지, 요리, 아기 케어 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걸 누가 하느냐. 남편이 한다. 남편이 전부 한다.

독일에서는 남자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보통 두 달 정도 육아휴직을 쓴다. 세후 월급의 65프로, 최대 1800유로를 받을 수 있는데 (수입이 적을 경우 퍼센트가 올라감)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무작정 육아휴직을 많이 쓰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한 달을 쓸 경우 아예 돈을 못 받게 되어 있어서 다들 육아휴직을 쓰면 기본 두 달을 쓰는 것이다.. 남편의 경우 다른 사람이 본인 업무를 대신 해주지는 못해서 공백이 길어지면 복직했을 때 일이 너무 많아서 우선 한 달을 썼고 내년에 두 달에 나눠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이미 애를 낳은 친구가 신생아는 어차피 많이 자서 굳이 남편이 초반에 육아휴직을 많이 쓸 필요가 없다고 조언하기도 했고. 이게 산모가 얼마나 빨리 몸을 회복하느냐에 따라 다를텐데 개인적으로 한 달은 좀 짧고 두 달은 또 좀 길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6주가 적절한데 그렇게 주단위로 육아휴직을 쓸 수는 없다는 게 문제. 코로나의 유일한 장점이 남편이 백프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덕분에 남편이 한달만에 복귀를 하기는 했어도 가끔씩 내가 밥을 먹거나 씻고 싶을때 아기를 남편한테 맡겨놓을 수 있고, 남편이 아기 기저귀도 갈아주고 해서 편리하다.

산후조리 기간동안 나는 아기의 모유셔틀, 남편은 나의 집안일셔틀. 아기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 나는 열심히 몸을 회복하고 좋은 모유를 많이 생산해서 아기가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남편은 그 외의 모든 일을 잘 하는 것이 임무이다. 처음에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컸다. 그러나 입장 바꿔서 생각하면 나는 9개월간 임신하고 출산을 했으니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서로 역할이 바뀌었더라면 나도 기꺼이 그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 시기에 어설프게 집안일 한다고 나섰다가 몸을 제대로 회복 못 하면 나중에 모두가 더 고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처음에는 남편이 딱 한 달만 모든 걸 할 계획이었던 것 같은데 내 몸이 전부 회복이 안 돼서 그럴 수가 없었고 이내 현실을 받아들였다. 한달 반 정도는 남편이 정말 모든 집안일을 다 해줬다. 그렇게 해주는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 반대로 남편은 내가 조금씩 집안일을 하면 고맙다고 했다.

같이 육아를 하면서 누가 누가 더 힘드나 비교하기보다는 서로를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어차피 한 배를 탄 육아동지, 운명 공동체이니까. 아기를 낳은 직후 너무 싸워서 이혼위기가 올 뻔했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어서 걱정했는데 우리는 싸우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서로한테 조금 짜증이 나 있는 상태여도 아기한테는 더욱 웃으면서 말하고 아기를 귀여워하면서 화를 푼다ㅋㅋ웃는 자가 일류야!

산후조리원이 산모를 위한 게 아니라 남편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있던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원래도 남편이 나보다 집안일을 더 잘 하고 더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혼자 다 하는 것은 또 달랐다. 정작 남편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는 많이 미안했다. 미안하지만 애써 모른 척 했다. 어차피 길어봤자 한두달이다. 그때는 푹 쉬자. 남편이 도와줄 상황이 안 되면? 외주를 줘라! 코로나 때문에 현재는 안되겠지만 해외 파견 산후도우미도 있다고 하고 독일 내에서도 한인 산후도우미가 있다고 한다. 네이버 카페 행복한 독일맘이나 베를린리포트 찾아보면 될 듯.


정신적인 회복

이전 포스팅에도 올렸는데 다음 영상을 꼭 보자. 출산 후에 마음이 약해지고 정신력이 무너졌을 때 보면 도움이 되는 영상이다.

출산과정과 그 이후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병원에서 입원했을 때 서로운 게 많았는데 헤바메가 왔을 때 털어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어차피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다 알고 병원 분위기가 어떤지도 다 아니까 잘 공감해준다. 남편은 이해심도 많고 얘기도 잘 들어주지만 여자들처럼 공감하고 맞장구 쳐주는 건 잘 못 한다ㅎㅎ카톡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소리를 내서 통화를 하는 것이 더 좋다. 친한 언니가 무작정 지금 통화가능해? 라고 해서 한시간을 넘게 통화를 했는데 아직 출산을 하지 않았는데도 얘기 들으면서 맞장구 쳐주고 너무 멋있다고 잘 했다고 칭찬해주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 (이 글을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S언니 고마워요♥) 블로그에 후기를 적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다시 한번 겪었던 과정을 되새기면서 오히려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글을 읽는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호르몬의 작용으로 출산 후에도 감정이 널뛰기를 하고 눈물이 막 나고 하는데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참는다고 참아지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산후우울증이 올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것은 없었다. 잠시 우울한 것은 정상이지만 그게 몇주간 지속될 때는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가라고 한다.


산후회복 운동

처음에 수유쿠션과 수유브라를 안 맞는 걸 썼더니 어깨와 목이 완전 아팠다ㅠㅠ. 이때 도움이 많이 됐던 스트레칭. 10분 정도 밖에 안 돼서 수유하고 나서 하기 딱 좋다.

임신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던 요가테라스. 2주 이내에 하면 좋다고 하는데 열흘 정도 됐을 때부터 했다. 우선 회음부 방석을 해도 앉아 있는게 쉽지 않았고 30분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한다는 게 처음에는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 동작이 간단해서 힘들지도 않고 하고 나면 확실히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다. 이후에 할 수 있는 다른 운동들도 있는데 솔직히 안…했다..ㅎㅎ

이외에도 유튜브 검색해보면 워낙 많이 나와서.. 본인에게 맞는 걸 하면 될 것 같다. 독일의 경우 출산 6주~8주 이후부터 Rückbildungskurs라는 산후회복운동 수업이 보험 커버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유튜브는 항상 같은 걸 보면서 혼자서 따라해야 하는데 그런 수업은 시간도 정해져있고 다 같이 하고 매번 운동을 조금씩 다르게 하니까 더 꾸준히 하게 되는 듯? 독일에는 Rückbildungskurs 외에도 산후에 할 수 있는 맞춤 필라테스, 요가나 아기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 (아기를 운동기구처럼 이용하거나 유모차를 끌어서 하는 운동 등ㅋㅋㅋ) 등도 많이 있다.

Rückbildungskurs 첫 시간에 배웠던 팁:

  • 발이 골반기저근(Beckenboden)에 중요하다. 테니스공, Igelball 등의 공 위에서 발을 수시로 굴려라. 집 안에서 맨발로 다녀라. 계단 올라갈 때 까치발을 들어라.

  • 호흡도 중요하다. 츠, 슈 소리 등을 내면서 숨을 내쉬면 효과적이다. 노래도 많이 부르자.

  • 윗몸일으키기는 절대 금지.

  • 소변 볼 때 똑바로 앉고 힘주지 말기. 자주 가는 것 안 좋다 (산모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사탕 빠는 것처럼 입을 움직이면 도움이 된다. 대변 볼 때는 오히려 뒤로 확 기대서 등을 동그랗게.

  • 기침이나 재채기 할 때 어깨 뒤로 머리를 돌려서 해라. 앞으로 하거나 밑으로 하면 무리가 가서 안 좋다.

  • 처음 6개월 조깅 금지. 요가, 필라테스 등 좋은 운동 많다. 조깅은 절대 금물.

  • 자전거는 너무 많이 하는 것 금지. 그냥 일상적으로 타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 유모차 잡을 때 엄지가 위로 오게 거꾸로 잡는 것도 해보자. 손 잡는 방법 바꿔가며 걸으면 골반기저근 회복에 도움이 된다.

 


산후조리 음식

한국에서는 출산 후 먹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미역국이 있고 출산 후에 영양소 신경써서 잘 먹으라고 하지만 독일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수분 보충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프 같은 것을 많이 먹으라고 하기는 하는 듯? 남편이 집안일을 다 해줄 수는 있어도 음식까지 신경쓰는 건 무리였기 때문에 이건 돈을 좀 썼다. 독일에도 산후조리음식이 팔지 않을까 해서 검색을 해보니 두 군데 정도가 나왔다.

첫번째는 Mothers Finest. 재료는 100% 유기농으로 주문을 하면 며칠 이내로 직접 만들어서 보내준다. 내가 시킨 것은 “Ganze Familie XXL Kraftspeisenpaket All In” 으로 가격은 200유로 정도. 냉장보관하면 유통기한이 3개월 정도 된다고 한다. 개인이 직접 만드는 것이다보니 포장이나 배달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까 했는데 아무 문제없이 잘 왔다.

이렇게 박스 안에 더 작은 박스들이 있었고 그 내부에 유리병이 있었는데 박스 사이즈가 유리병 사이즈 하고 딱 맞아서 흔들려서 깨질 위험도 없었고 아이스팩이 들어가 있어서 신선한 상태로 왔다.

긴 유리병은 주로 수프고 (가끔 밥도 같이 들어있었음) 작은 유리병은 파스타나 퀴노아에 쓰이는 소스. 파스타와 퀴노아도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었다.

각 유리병은 두끼의 음식을 커버하니 이 음식으로 하루에 한 끼를 해결하면 한달 정도를 먹을 수 있다. 그냥 냄비에 5분 정도 데워 먹으면 돼서 간편! 맛은 건강한 맛ㅎㅎ 내가 직접 요리를 한다면 이토록 다양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까 싶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보통 독일인들이 한국인보다 훨씬 짜게 먹는 편이라 걱정했는데 산후조리음식이라 그런건지 간이 매우 약해서 오히려 조금 밍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조리가 간편하고 영양 면에서도 좋은 것 같아서 강력하게 추천. 물론 매끼 제대로 된 밥을 챙겨먹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부실하게 느껴질 수도. 나의 경우는 원래 하루에 한 끼는 수프나 스무디 같은 걸로 간단하게 해결한 경우가 많아서 양이 적당하게 느껴졌다.

두번째는 Gesund & Mutter. 이 사이트는 수프뿐만 아니라 영양 보조제, 차, 간식 등 다른 것들도 많이 팔고 수프의 경우는 직접 만든 게 아니라 기존 판매되는 유기농 수프와 카레를 세트로 해서 판다. 가격은 40유로 정도로 위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저렴.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랬다. 일반 슈퍼에서 파는 Maggi, Knorr 이런 수프보다야 건강하겠지만 어쨌거나 공산품이고 딱히 산후조리를 위해서 제작된 수프도 아니고 맛도 그냥 그랬다. 너무 강하달까? 특히 저 작은 병에 든 것은 인도식 커리였는데 맛은 인도 레스토랑에서 파는 것과 비슷했으나 그렇기 때문에 향신료도 엄청 셌다. 요리가 간편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 말고는 굳이 구매할 이유를 못 느꼈다.

이건 같은 사이트에서 파는 Stillkugel. 모유수유할 때 배고프기 때문에 그걸 방지하고자 먹는 고칼로리의 과자(?)인데 70g에 5유로나 하는 엄청난 가격 때문에 추천하기 망설여지지만 산후조리 기간에 이 정도 사치는 괜찮지 않나 싶다ㅎㅎ.주 재료는 대추고 추가된 것에 따라 여러가지 맛이 있는데 초콜릿, 딸기-코코넛, 딸기-레몬 맛이 가장 맛있었다. Rewe에 Powerballs라고 검색해보면 더 저렴하고 양도 많은 게 나오는데 재료를 보니 내가 사먹은 것과 비슷하다. 먹어보지는 않아서 평가는 못하겠지만 저 가격이 부담된다면 한번 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구글에 검색해보면 Stillkugel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나오는데 (보통 대추 말고 다른 곡물류로 만드는..) 출산 직후에는 신경쓰기 힘들고 출산 전에 미리 만들어놓으면 좋을 것 같다.

출산 전에는 이런게 왜 필요하나 했는데 밤에 모유수유할 때 정말 너무 배고파서 버터쿠키 같은 것을 먹었는데 먹어도 먹어도 허기졌다ㅠㅠ. 그런데 이 Stillkugel 같은 경우는 두세개 정도 먹으면 더이상 배고프지 않아서 이름에 걸맞는 기능을 하는구나 싶었다.


처음 두 달 반은 남편과 따로 먹었다. 만약에 같이 먹을 요리를 해야 한다면 HelloFresh도 괜찮다. 매주 레시피와 재료를 집으로 보내주는데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여러 메뉴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배달 휴식이나 중지도 간편하다. 전부 다 배달이 되니 장을 따로 볼 필요도 없고 메뉴 고민도 할 필요 없으니 편리하다. 음식 종류도 꽤 괜찮고 조리법은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어렵지도 않았다. (다만 조리시간은 실제로 하면 적혀 있는 시간보다 더 긺..) 한 끼에 일인당 6 – 7유로 정도 하기 때문에 독일 식료품 물가를 생각하면 꽤 비싸기는 한데, 구글에 HelloFresh Rabatt만 검색해도 신규 가입자 할인이 많아서 한 달 정도 해 보는 것은 크게 부담 가지도 않는다.

우리는 임신 전 한 3달 정도 사용했었는데 임신하고 나니 헬로프레쉬 레시피만 봐도 울렁거리기도 하고 (웃긴 건 입덧은 전혀 없었음. 그냥 왠지 모를 거부감;) 계속 이용하다보니 그 메뉴가 그 메뉴라 약간 질려서 관뒀었다. 이번주부터 다시 시킬 예정.

그 외에는 한독몰, 다와요, 푸드정 같은 (온라인) 한인식품마트에서도 한국 반찬이나 음식 배달이 가능한데 임신 기간 중에는 즐겨 사용했으나 산후조리할 때는 조미료나 강한 양념이 전혀 끌리지 않아서 이용하지 않았다. 또 프랑크푸르트나 뮌헨 같은 대도시에는 간혹 반찬만 만들어서 도와주시는 분이 있다고 했는데 나는 알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가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천사같은 한국 이웃이 있었으니….ㅠㅠ

3주간 매일 국과 반찬 한 종류씩 챙겨주셔서 하루 한끼는 든든하게 한국식으로 먹을 수 있었다. 정말 우연히 이사간 옆집에 한국 가족이 살아서 신기했었는데 이렇게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ㅠㅠ. 내가 인복은 정말 좋은 듯… 그 후에는 열흘에 한번씩 미역국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소분해서 얼려놓은 다음에 밥, 미역국, 김치, 간단한 반찬 한두개를 곁들여서 먹었다. 사실 밥이 가장 걱정됐는데 이렇게 해서 나름 잘 해결한 것 같다.


회음부 상처

나름 순산했던지라 크게 문제가 됐던 것은 회음부 상처뿐이었다. 병원에서부터 Paracetamol이나 Ibuprofen 진통제를 먹었고, 아프면 참지 말고 복용하라고 들었다. 참고로 아스피린 계열은 모유수유할 때 좋지 않아서 피하라고. 그래도 너무 자주 복용하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헤바메한테 물어보니 아침, 저녁 한 번씩 복용하는 것이면 큰 상관 없다고 했다. 아 그리고 처음 열흘 정도는 모유수유할 때 자궁수축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돼서 가진통 있는 것처럼 배가 아프기도 했다ㅠㅠ 그때도 진통제가 도움됨.

회음부 상처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누워 있는 것이다. 앉으면 압력이 가해져서 엄청 고통스럽다. 그러나 말이 쉽지 아기 모유수유하고, 밥 먹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다 가는 것 같다. 누워서 쉴 시간이 잘 없다ㅠㅠ 신생아가 하루에 17시간 이상을 잔다는데.. 분명 우리 아기도 많이 자는 것 같았는데.. 정신차려보면 하루가 지나가 있었다. 참으로 신기하다. 그래서 더욱 더 의식적으로 아기가 잘 때는 같이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병원에서부터 했던 건데 올리브오일을 뿌린 후 냉동고에 얼린 패드를 오로패드 위에 부착해서 회음부 부위 붓기를 빼는 것이다. 시원해서 좋은데 지속력은 별로다. 한 10분쯤 가려나? 생각날 때마다 수시로 사용했다.

이건 dm에서 파는 Happypo라는 제품인데 휴대용 비데이다. 말이 비데이지 그냥 밑에 물 넣고 누르면 위로 물이 나오는 간단한 원리의 제품. 출산 전에 여러 군데에서 이걸 추천한다고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도 출산가방에 넣어야 할 필수품이라고 생각한다. 출산 후에는 소변 보는 일도 고통스러울 수 있는데 그때 저 비데를 이용해 살살 물을 뿌려주면 좋다.

회음부 상처나 치질이 있는 경우 카모마일 추출물을 사용하면 좋다고 해서 저 비데에 집어넣어서 같이 뿌려줬다. 보통은 좌욕을 많이 한다는데 나는 귀찮아서 있는 제품을 잘 활용하기로. 헤바메는 그냥 수시로 써도 된다고 했는데 약사는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아침 저녁으로만 하라고 해서 약사 말을 들었다ㅎㅎ

 


내가 독일에서 남편과 둘이서 했던 산후조리를 대략적으로 적어보았다. 물론 돌이켜보니 약간 미화된 것도 있겠지만, 처음 열흘만 정말 힘들었고 그 이후에는 조금씩 적응이 됐던 것 같다. 산후조리 셀프로 가능하다!!! 하지만 여유가 된다면 외주를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ㅎㅎㅎ 아기를 돌보는 것 말고 집안일 같은 그 외의 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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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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