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육아] 3. 12개월 완모 성공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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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적어놨던 모유수유 관련 글인데 조금씩 수정하며 적다보니 이제서야 공개를 한다. 하정훈 선생님과 정유미 선생님 유튜브에서 늘상 강조하는, 출산하자마자 24시간 모자동실을 실천한 산증인이 내가 아닐까 싶다. (독일에서는 다르게 하고 싶어도 다르게 할 수 없는 ㅎㅎㅎ) 내가 한 모유수유 방식이 결국 ‘정석’에 가까운 방식인데 이 글을 통해 내 경험을 나누려고 한다. 독일에서는 출산병원에서 수유 관련해서 도움을 주는 헤바메들이 따로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람들의 태도는 천차만별인 것 같다. 내가 읽은 많은 (한국인들의) 독일 출산 후기에서는 유축해서 젖병으로 먹이거나 분유를 주고 싶다고 해도 무조건 모유수유 하라고 강요해서 결국 황달 생기고 몸무게도 너무 줄었던 ㅠㅠ 그런 후기들이 많이 있었는데, 내가 있던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도와주기 힘들어서 그런지 오히려 유축과 분유를 권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헤마메도 바쁘다보니 한참 기다려야 했고, 오전에만 근무해서 생각보다 도움을 많이 받을 수는 없었다. 워낙에 출산 전부터 “임신,출산보다 모유수유가 훠어어어얼씬 힘들었어요..ㅠㅠ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이런 글을 많이 읽어서 미리 모유수유 관련 유튜브들을 봐두었던게 도움이 됐다. 그 중 가장 추천하는 것은 맘똑티비! 워낙에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을 잘 해줘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냥 심심할 때마다 관련 영상들을 보면서 시뮬레이션 해보면 좋지만 그 중 가장 많이 도움 받았던 게 아래 두 영상이다.

물론 실전은 또 다르긴 하지만, 이런 걸 아예 한번도 안 보고 갑자기 모유수유하려면 더욱 더 정신 없다. 일일이 찾아볼 시간도 없다.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 병원에서

독일에서는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 젖을 물린다. 많은 출산 후기에 갓 태어난 아기가 어떻게 젖을 무는지 신기하다고 적혀있었는데 우리 아기는 전혀 물지 못했다. 유두보호기까지 가져와 이리저리 시도를 해보고 거의 구색 맞추기 급으로 “물었다!” 하고 끝났다. 병원에는 모유수유만 따로 전담하고 도와주는 헤바메가 있었는데 아기가 계속 자니까 나중에 오겠다고 하고 오후에서야 처음 시도해봤다. 그런데 아기가 자꾸 놓치고 운다. 정말 10초 이상을 물지 못하고. 유두보호기도 받아서 시도해보지만 (그럼 보통 더 잘 문다) 여전히 힘들었다. 자꾸 빠지고. 다들 유두 모양은 좋다고 했는데 아기가 빠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헤바메는 아기 혀 모양이 특이한 것 같다고 지켜보자고 했다.

혼자 계속 3시간 텀으로 먹이려고 고군분투했던 것 같다. 사실 처음 하루는 기록을 해 놓질 않아서 어떻게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낮에는 그래도 아기가 잠을 잘 잤는데 밤에는 정말 미친듯이 울었다. 그래서 아기를 먹이려고 하면 10초도 안 돼서 잠들거나 자꾸 자기가 못 물어서 엉엉 울었다. 잠들어서 침대에 내려놓으면 며칠 굶은 아기처럼 다시 엉엉 울었고 그래서 다시 물리는 10초도 안 돼서 잠들었다. 회음부가 찢어져서 앉아 있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수유할 때는 허리를 반듯하게 피고 90도로 앉아서 먹이라고 해서 정말 괴로웠다. 게다가 병원에서 주는 수유쿠션이 너무 불편해서 더욱 힘들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수유쿠션을 바꿔보니 괜히 더 고생한거였구나 싶었다. (수유용품 관련한 포스팅은 여기에.) 오전과 밤에는 남편도 없이 혼자서 이 모든 걸 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 결국 쪽쪽이를 줬는데 그마저도 잘 물지 못했다.

다음날 모유수유 상담을 받을 때 헤바메가 아기 혀 모양이 특이한 것 맞다고, 자기가 아는 의사가 있는데 거기를 가보라고 했다. (참고로 헛소리였다. 아기 혀는 너무나 정상적이었다. 그 헤바메 뭐냐 정말.. 나는 큰일난 줄 알았다..) 그리고 유축기 대여를 해줬다. 독일은 젖병 사용에 부정적인 편이라 유축을 해서 수유할 때 주사기에 길고 가는 관 같은 걸을 달아 그걸 아기 볼에 넣고 조금씩 같이 넣어주라고 했다. 옆에서 남편이 도와줬는데 잘 보이지도 않고 미친듯이 흘러내려서 그렇게 하고 나면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10ml가 그렇게 많은 건 줄 몰랐다. 20분 동안 찔끔찔끔 주입하면 그 10ml를 겨우 다 넣었다. 유축을 하면 10ml 정도가 나왔다. 그래도 남편이 있을 때는 남편이 아기 기저귀도 갈아주고 이것저것 챙겨줘서 괜찮았는데 남편이 가고 나서 밤에는 수유, 기저귀, 유두보호기와 유축기 세척을 다 혼자 해야해서 아예 쉴 수가 없었다. 아기는 미친듯이 울고. 밤에 있던 간호사는 불친절했고 모유수유를 도와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젖병에 유축한 걸 먹이고 그것도 모자란 것 같으면 분유를 보충하라고 했다. 어차피 유두보호기도 인위적인 건데 젖병이라고 뭐 다르냐며 (근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젖병 무는 건 습관이 되면 모유수유는 정말 어려워지는데 유두보호기는 상대적으로 덜 그렇다. 이왕이면 젖병은 안 쓰는 게 좋다) 그때는 이미 황달이 있을 수 있다고 했던 터라 그냥 받아들였다. 그리고 황달이 있을 때 분유도 같이 주면 더 낫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했다. 원래 신생아는 며칠 못 먹어도 괜찮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읽어서 방심하고 있었는데 황달수치가 높아졌다는 말에 갑자기 두려워졌다. 물론 계속 먹이기는 했지만 역시 물지 못하니 충분히 못 먹고 있구나 싶어서. 그래서 그 이후에는 유축한 것과 분유를 주로 먹였다.

집으로 방문 오는 헤바메는 병원 퇴원 다음날부터 우리 집으로 왔다. 헤바메는 아기 혀를 보더니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앞으로 열심히 해보면 직수 성공할 수 있을거라고 말을 했다.

기준은 몸무게

모든 것의 기준은 몸무게가 잘 늘고 있느냐였다. 헤바메의 기준은 1주일에 100g 이상 늘면 ok. 원래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기준은 좀 더 높은데 아무래도 아기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조금 널널한 기준을 제시했던 것 같다.

1일 1젖병의 원칙

개인적으로 완모를 성공한 비결(?)이 있다면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헤바메는 아기들에게 젖병을 물리다 보면 아기들이 젖병으로 먹는 게 더 쉽다는 것을 금방 파악하기 때문에 직수가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래서 하루에 딱 한 번 (그건 기억 못 할 거라고ㅋㅋ) 젖병을 물리는데 (헤바메는 그걸 조커젖병이라고 표현했다ㅎㅎ) 그때는 최대한 많이 먹이라고, 유축한 것이든 분유든 상관없다고 했다. 이 원칙이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했던게, 아예 젖병을 주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직수를 한번에 완전히 포기해버렸을 텐데 하루에 한 번 쓸 수 있는 조커이다 보니 정말 모유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 짜내고 도저히 안 되었을때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있다는 게 묘하게 마음을 안정시켰다.

이 방식의 또 한가지 장점은 유축을 잘 안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젖병은 한 번만 쓸 수 있으니까 유축을 계속 해봤자 마지막에 한 번 먹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수시로 먹일 수는 없다. 힘들어도 계속 직수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모유를 모을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유축을 피하게 되고 그래서 자연스레 직수에 정착을 하게 된다. (이전 글에서 왜 유축이 별로인지 적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아기가 워낙에 못 무니까 유축을 조금 해서 10에서 20ml를 직수할때 주사기로 입 안에 같이 흘러보내줬다. 아기 동기부여 되라고.. 그런데 이 과정도 너무 힘들었다. 계속 줄줄 흐르고 정말 조금씩 소량을 넣어줘야 하니까 보통 신경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주사기로 입에 넣어주면 안되냐고 했더니 정 안되겠으면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해보니까 아기 사레 들린다ㅠㅠㅋㅋㅋㅋ 그래서 포기. 독일병원에서부터 젖병 사용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참 무식한 방법인데, 이렇게 해서 젖병을 사용하지 않으면 확실히 완모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 ‘직수만이 답이다’라는 말을 정말 철저하게 지키는 방법.

아기는 계속 잔다. 단, 수유할 때.

모유수유가 어려운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무엇보다 아기가 계속 잠든다는 점 때문이었다. 방금전까지 며칠 굶은 것처럼 울어대다가 물리자마자 잠든다. 그럼 좋은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내려놓는 순간 미친듯이 다시 울기 때문. 그러면 그냥 수유쿠션 위에 잠든 채로 두면 안되냐고? 나는 회음부 찢어진 상처가 전혀 아물지 않은 산모인데?ㅠㅠ 앉아있는 것 자체가 압력이 가해져서 너무 아파서 마음 같아서는 빨리 먹고 빨리 잤으면 좋겠는데 꼭 먹을 때만 잔다. 턱 아래를 쓰다듬고 손을 주물럭거리고 귀도 주물럭거리고 여러모로 깨우려고 노력을 해야 했고, 가장 좋은 방법은 기저귀 가는 것. 그래서 보통 한 쪽을 먹이고 나서 남편이 기저귀 갈고 오고 다른 쪽을 먹였다. 아기가 잠에서 깨도록 일부러 먹일 때 옷을 벗겼는데, 신생아는 따뜻한 뱃속에 있다가 갑자기 세상으로 나오면 너무 춥기 때문에 보통 여러겹을 입히고 있고, 우리의 경우는 Schlafsack까지 해서 눕혀놨는데 수유할 때마다 Schlafsack (그것도 이중으로 입혔다..) 벗기고 겉옷 벗겨서 바디만 입힌 채로 수유했다. 옷을 벗기고 입히는 것도 엄청 번거로운 일이었다 (다 남편 담당ㅎㅎ)

다 먹었나? 했는데 10분도 안 돼서 찾을 때도 많아서 거의 눈치게임에 가까웠다. 뭐 어쩌겠나. 달라면 줘야지.

쪽쪽이

유두혼동 올까봐 쪽쪽이를 안 주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 헤바메는 그냥 쪽쪽이를 줘도 된다고 했고 어차피 나는 병원 입원했을 때부터 계속 주고 있었다. 그런데 쪽쪽이로 진정이 될거면 배가 고픈게 아닐텐데 어차피 상관이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 아기의 경우 배고픈 거면 그런 걸로 달래지지 않았기 때문에ㅎㅎㅎ 초반에는 아기가 단지 빨기 욕구 때문에 우는건지 배고픈건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헤바메는 웬만하면 그냥 무조건 젖을 물리라고 했다. 어차피 배고픈 거든 빨기 욕구이든 젖을 물리면 아기는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두 개가 다 충족되는 것이니까. 이때 젖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고. 그래서 웬만하면 젖을 물렸지만 느낌상 확실히 배고픈 건 아닐때,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모유가 나올 것 같지도 않을때 쪽쪽이도 자주 사용했다. 초반부터 쪽쪽이가 애착인형처럼 되어서 자러 갈때 하나 물리고 손에 하나 쥐어주면 알아서 잠들었다. 스스로 물건을 잡고 쥘 수 있는 때가 되면 밤에 깨어서도 알아서 쪽쪽이를 찾아 물고 다시 잠들기도 해서 나는 쪽쪽이 예찬론자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 젖병 사용하는 게 훨씬 문제인 것 같고 직수 횟수가 초반에는 12번이나 된 적도 있어서ㅋㅋㅋ 내가 쪽쪽이 때문에 젖을 덜 물린 건 절대 아니라서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이건 아기마다 다르다고 하니 지켜보고 판단하면 되는 것 같다.

젖몸살 없이 수유하기

젖몸살에 관한 글을 워낙 많이 읽어서 가장 많이 걱정했던 부분이 젖몸살이었다. 한국에서는 가슴 마사지를 다들 필수로 받던데 여기는 그런게 딱히 없다. 헤마메 중에서 간혹 그런 마사지를 해줬다는 후기를 본 적도 있는데 우리 헤바메는 마사지? 그런거 필요없는데? 하고 아무것도 안 해줬다.. 결과적으로 나도 필요 없었다. 젖몸살 전혀 없이 지나갔는데 내가 생각했을 때 비결은 내가 수유하기 전과 후에 열심히 필수로 사용했던 가슴패드, 그리고 젖몸살은 아니지만 유두통증 방지에 도움 됐던 유두보호크림 (모유수유 용품 관련 포스팅에 상세한 설명도 적어놨다. 나름 꿀팁(?)들도 있으니 그 제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읽어보면 좋을 듯.) 그리고 워낙 수시로 직수를 하다보니 젖몸살이 올 틈이 없었던 것 같다.

저녁때 몰아먹는 아기 그리고 신생아 통잠

태어난지 2주차쯤에 아기가 저녁때 엄청나게 몰아먹고 나름 6시간까지 통잠을 잔 적이 있었다. 사실 신생아 때는 네시간 간격으로 먹이라고 하니까 깨워야 하나 물어봤더니 헤바메 생각에는 산모가 잠을 잘 자면 그것도 나름대로 모유 생성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몸무게가 정상적으로 잘 늘고 있으니 깨울 필요가 없다고 했다.

죽음의 성장급등기

우리는 3주차쯤에 왔는데 헤바메 말로는 조금 빠른 편이라고 했다. 수시로 먹었다. 초죽음이 되었다…

처음 한 달 수유 시간. 최대가 320분ㅎㅎㅎ 참고로 이건 순수 수유시간이다. 앉아서 수유쿠션, 쿠션과 베개 등으로 자세를 제대로 잡고 수유하다가 아기 잠들면 계속 깨우고, 기저귀 갈고, 수유 하고 나서 아기 잠들면 그대로 더 앉아있기도 하니까 정말 하루에 최소! 2시간 정도는 더 계산해야 한다. 하루에 평균 6시간을 수유로 보내는 것.. 수유 횟수는 최대 13회ㅋㅋㅋㅋ (나 어떻게 한 걸까?;;) 정말 아기가 먹고 싶어할 때마다 그냥 먹였다. 신생아 시기에는 워낙 자주 찾아서 수유텀을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처음부터 잘 먹는 아기도 있지만, 엄마도, 아기도, 연습이 필요하다. 사실 진짜 너무 힘들었다. 회음부가 너무 아프고 처음 열흘 정도는 절대적인 수면도 부족해서 좀비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것. 그게 그 당시 내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다.

15분씩 번갈아가면서 먹이는게 한쪽만 30분 먹이는 것보다 낫다

한번은 한 쪽을 거의 한시간 가량을 먹였는데 30분도 안 돼서 아기가 울어서 정말 기가 빨렸다. 헤바메한테 물어보니 처음 15분동안 거의 80% 정도가 나오기 때문에 그 이후에 먹는 것은 사실상 아기를 배부르게 하지는 않는다고. 그래서 차라리 양쪽을 15분씩 먹이고 그래도 배고프면 다시 처음 먹였던 쪽을 다시 먹게 하는 게 낫지, 한쪽을 오래 먹이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번갈아가며 먹여야 가슴도 모유를 더 많이 생성해야겠다는 신호를 받아서 모유 생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실제로 이렇게 했더니 수유텀이 더 길어졌고 모유양도 많아진 것 같았다! 그래서 주변에 같은 문제로 고민하던 산모들에게도 널리널리 전파했다.

유두보호기 서서히 끊기

처음에 워낙 못 먹어서 유두보호기를 하고 먹여야 했는데 헤바메가 계속 없이 먹이는 것도 시도해보라고 했다. 처음에 한 채로 먹였다가 모양도 잡히고 그러면 슬쩍 빼보는 등 가끔씩 없이 먹이는 걸 시도해보라고. 보통 유두보호기를 하고 먹이면 그냥 먹는 것보다 양이 더 적을 수밖에 없다고? 처음에는 시도조차 안 했었는데 헤바메가 계속 언급을 해서 조금씩 해봤더니 나중에는 없이도 잘 먹이게 되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는데 하다보면 된다는 게 신기했다.

통잠 그리고 늘지 않는 몸무게

아마 모든 부모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 1순위가 통잠 자는 아기가 아닐까 싶다. 엄마(=나)를 닮은 우리 아기는 잠을 자는 게 주특기가 되어 두 달이 조금 넘었을 때부터 10시간씩 통잠을 자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밤수가 사라졌다. 수유텀이 갑자기 길어지면 젖몸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원래 수유했던 시간에 깨게 되면 유축을 해야 한다는 헤바메의 조언을 듣고 유축기를 사서 유축을 했다. 젖을 살짝 비우는 것이기 때문에 전부 다 유축하는 게 아니라 아프지 않을 정도만 조금 짜내는 것이다.

줄어든 수유 횟수와 줄지 않는 수유 시간

2개월이 조금 안 되었을 때 이미 수유 횟수는 5회, 3주 후쯤에는 4회로 줄었다. 모유수유를 하면서 딱 한 가지 후회되는 점은 너무 일찍 수유 횟수를 줄인 점이다. 수유 횟수가 줄어드면 먹는 절대량이 줄기 때문에 아기 몸무게가 더디게 는다. 확실히 횟수가 줄 때마다 아기가 성장곡선에서 점차 아래로 내려가는 게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하위 5% 정도로 적게 나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태어났을 때, 그리고 통잠 자기 이전에는 딱 표준 50%였던 아기가 점점 몸무게가 적은 편에 속하며 10%까지 내려가는 걸 보고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수유 시간이 줄지 않았다. 육아 선배가 어느 순간 수유 시간이 3분대로 내려갈 거라고 했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적으면 30분, 많으면 1시간까지 걸렸다. 이유식 후기 갈 때까지 계속 그랬다. 그러다보니 밤에 깨우지 않는 이상 수유 횟수를 늘리는게 불가능해보였는데 통잠 자는 애를 굳이 깨우고 싶진 않았고.. 그렇게 꽤 일찍부터 수유 횟수는 적고 수유 시간은 긴 채로 모유수유를 계속 했다. 그런데 아주 가끔, 아기가 평소보다 일찍 깨서 수유 횟수가 5번이 될 때는 오히려 총 수유 시간이 줄었다.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면 수유텀을 줄이고 어떻게든 횟수를 늘릴 것이다. 아기 몸무게 걱정도 그렇고, 수유시간이 긴 것은 꽤나 불편한 일이다ㅠㅠ

5개월차인데 별로 줄지 않았던 수유 시간. 다른 이용자들과 비교해보면 하루에 거의 1시간 가량을 더 길게 수유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나마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평균 100분으로 줄었고 11개월쯤 되어서야 30분대로 줄었다. 내게는 끝까지 3분컷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나 쉬웠던 단유

아기 9개월차부터 수유 횟수는 3회로 유지하다가 돌이 될 무렵 아침에 깼을 때, 저녁에 잠들기 전 2회로 줄였다. 그렇게 1주일 정도 하다가 갑자기 단유를 하고 싶어져서 아침 수유를 중단했다. 그리고 3일 후에 저녁에 잠들기 전에 하는 수유도 중단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야 그렇다 쳐도 저녁에 잠들기 전에 하는 수유는 아기가 찾을 줄 알았다. 보통 저녁 때 수유하고 나면 비몽사몽 상태로 내 팔에 조금 안겨 있다가 침대에 눕혔기 때문에 수유 하는 게 아기한테는 일종의 수면의식처럼 각인되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아기는 울지도 않고 찾지도 않고 아쉬움 하나도 없이, 마치 한번도 모유수유를 한 적이 없는 것처럼 너무나 평화롭게 침대에서 잠들었다.

단유를 하고 나면 아기보다 엄마가 더 아쉬워 한다던데 아기가 전혀 아쉬움이 없어 보여서 나는 조금 황당했고ㅎㅎ 단유해서 홀가분한 마음이 컸다. 단유하고 나서 젖몸살이 올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이미 모유량이 많이 줄어서 그런지 큰 문제 없었다. 가끔씩 샤워하면서 젖을 비워주고 페퍼민트차와 Salbei차를 열심히 마셨다. 초반에 썼던 가슴팩으로 얼음찜질도 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모유수유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초반의 어려움 때문에 성공할 줄은 몰랐고, 목표는 6개월이었는데 어쩌다보니 1년 넘게 완모를 했다. 1년을 하다보니 좋았던 점은, 보통 생우유나 킨더밀쉬를 돌부터 마시게 하는데 (독일 저녁 이유식으로 주는, 우유를 물에 희석해서 끓인 형태로 만든 우유곡물죽은 보통 6-7개월부터) 그 이전에 단유를 하게 되면 아기한테 갑자기 안 주던 분유를 줘야 해서 맞는 분유 찾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왕 길게 할거면 우유 먹이기 전까지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아기 몸무게 걱정 때문에 모유를 오래 먹인 것도 있었는데 오히려 단유하고 나니 밥 먹는 양이 늘어서 몸무게가 훨씬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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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육아] 1. 모유수유 후기/ 모유냐 분유냐

[독일생활/육아] 2. 모유수유 용품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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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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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국에서 교환학생신분으로 현재 독일 인턴을 지원중입니다.. 블로그를 보니 인턴쉽 독일에서 하신것도 정말 부럽고 멋지고,, 아기까지 있으시다니.. 정말 존경스러워요.. 저는 관광학과 마케팅 분야의 학생인데, 혹시 전공분야가 무엇인지 여쭈어두 될까요?? 좋은 기운을 받고싶네요. 성지순례하러 매일와야겠어요..

별거 없는데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어요ㅎㅎ 저는 인턴할 당시는 전공이 파이낸스쪽이었는데 지금은 약간 방향을 틀었어요. 분명 좋은 인턴자리 찾으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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