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육아] 디럭스 유모차 살까 말까? 부가부 폭스 3년반 사용 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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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 Septembe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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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전에는 유모차로 고민하는 예비 부모들이 정말 이해가 안 됐었다. 그걸 부정적으로 봤던 게 아니라, 그냥 “그게 그렇게 고민할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막상 임신하고 보니, 나도 유모차 고민만 몇 달을 했던 것 같다. 결국 처음부터 마음이 갔던 부가부 폭스2를 구매했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후기를 적어볼까 한다. 이제 아이가 몇 달 있으면 네 살이 되는데, 아직도 그 유모차를 쓰고 있다. 연년생 아니고 애 하나다 ㅎㅎ 생각해보면 한두 달 쓴 후기는 많겠지만, 나처럼 몇 년간 사용한 후기는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지금 돌이켜보면, 임신과 출산 후 1년 동안 제일 아까웠던 건 육아용품을 두고 고민했던 시간이다. 대부분의 물건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건데 쓸데없이 고민하고 비교하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그리고 결국 뭘 사고 싶으면 답정너로 사게 되니까, 차라리 괜찮아 보이고 사고 싶으면 그냥 바로 사는 게 낫다. 이 후기를 보고 자기 마음이 어떤지 판단하면 될 듯. 사고 싶은 사람은 장점만 보고 살 테고, 왠지 별로일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점만 보고 안 사겠지. 이 글이 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일단, 물건을 살 때 본인만의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나는 “비싸더라도 좋은 걸 사서 오래 쓰자”는 주의라, 이왕이면 좋은 브랜드 제품을 사고 싶었다. 하지만 유모차는 처음 사는 거라 그 가격대가 정말 적절한지 감이 안 잡혔다. 아마 많은 예비 부모들도 그래서 고민을 오래하는 거겠지. 유모차 종류와 옵션이 다양하다 보니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유모차를 얼마나 자주 사용할 것인가? 유모차를 끄는 환경은 (실내, 잘 포장된 아파트 단지 vs. 울퉁불퉁한 길)?  자동차에 자주 실어야 하나 *?

*우리는 차가 없어서 부가부를 트렁크에 실을 일이 거의 없었지만 해보니 신생아 베시넷 분리해서 뼈대만 넣으면 일반 승용차에도 잘 들어갔고 신생아 베시넷은 가운데 플라스틱 부분을 제거하면 접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의외로 그때는 부피가 문제가 안 됐다. 그러나 시트는 좀 부피가 커서 앞좌석에 따로 들고 타는 게 아니면 일반 승용차 트렁크에 잘 안 들어감. 하지만 그 나이대면 어차피 절충형이나 휴대용을 탈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님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차가 없고, 독일은 유모차를 가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 유모차를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독일에서는 태어나고 일주일 안 된 아기도 외출을 자주 하는데, 이런 환경에서 디럭스 유모차는 필수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독일은 도시 한복판도 울퉁불퉁한 길이 워낙 많기 때문에 디럭스 유모차에 태워도 아이가 엄청 흔들려서 절충형 유모차로는 부족하다. 혹시 독일에서 디럭스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강력하게 디럭스 사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디럭스 유모차 사놓고 10번도 안 태웠다는 후기도 많이 봤는데, 우리는 애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돼서 10번은 넘게 썼다. 아무래도 독일은 유모차 끌고 다니기 좋은 환경이라 그랬던 것 같다. 내가 한국에 살았더라면 산책 나가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면 중고를 사거나, 아기띠로 버티거나 절충형 중에서 신생아용으로 쓸 수 있는 걸 샀을 것 같다.

자 이제 디럭스를 사기로 결정했으면 어떤 기준으로 고를지 정해보자.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준은:

  • 핸들링이 수월해야 한다 (부모의 손목은 소중하니까)
  • 어느 환경이든 잘 밀려야 한다. 독일은 길도 울퉁불퉁하고 숲이나 산이나 어디든 뚫고 가야 하니.
  • 디럭스라도 무게가 가벼워야 하고 접었을 때 부피가 적게 나가야 한다 (우리 집에 엘리베이터 없어서 유모차를 계단으로 들고 올라가야 함). 좀 저렴한 브랜드, 제품들은 폴딩이 아예 안 되거나 시트를 분리해야 폴딩이 가능한데 (대부분 신생아 베시넷은 분리해야 하고..) 그것도 미리 알아봐서 나중에 당황할 일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 시트가 부모 방향으로 돌리는 게 가능해야 함. (나는 우리 애기 얼굴 보면서 산책하고 싶어서 ㅎㅎ 실제로 꽤 오랫동안 우리쪽을 보게 하고 산책했고 좋았음.)
  • 각도 조절이 잘 되느냐. 이왕이면 눕혔을때 180도까지.

지금 와서 추가하자면

  • 한 손 폴딩 (폭스5부터는 된다는데 폭스3까지는 안 됐음. 사실 대다수의 디럭스는 한 손으로는 안됨). 없으면 없는대로 적응하게 되지만 한 손으로 가능하면 편하긴 하겠다 싶었음.
  • 유모차의 차양막이 긴가 (부가부는 엄청 길어서 별도의 햇빛 가리개를 살 필요가 없었음, 저렴한 휴대용 유모차 사용해보니 너무 짧아서 엄청 불편했음 ㅠㅠ 물론 햇빛 가리개 따로 살 수 있지만 그걸 일일이 들고 다니는 것도 귀찮고, 애들이 싫어해서 거부할 수도 있음)

부가부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준을 다 충족했다. 3년 전에 약간 할인을 받아서 1000유로 정도 주고 샀다. 비싸다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부모님이 산후조리원 비용 대신이라고, 육아용품 사라고 돈을 보내주셔서 과감하게 결정했다!

그래서 백프로 만족했느냐 묻는다면.. 이제부터 단점 나갑니다.

  • 비싼 제품치고 각 부품의 품질이 너무 안 좋다

검은색 프레임이 예뻐서 샀는데 산 지 며칠 안 돼서 저렇게 되었다..ㅠㅠ 아무래도 계단으로 들고 올라갈 때 벽에 긁혀서 색이 벗겨진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쉽게 벗겨지는 것 아닌가.. 혹시나 해서 부가부에 문의해봤더니 저건 사용자 과실이라 교체 불가능이라고. 저 하얀 게 계속 보이니 솔직히 처음부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신생아 베시넷 졸업하고는 저 부분이 아랫쪽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프레임 벗겨진 건 미관상 문제지만 이건 좀 심각. 특별히 충격을 가한 게 아닌데 신생아 베시넷 가운데 프레임이 조금씩 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저렇게 완전히 휘어 있었다. ???? 솔직히 좀 황당했다. 이건 부가부에 문의하니 바로 대체품을 보내주긴 했으나 부품 퀄리티가 너무 안 좋은게 아닌가 싶었다. 싸구려 플라스틱 조각 같은..

독일에서는 저렇게 유모차에 고리를 고정해서 그 고리에 걸 수 있는 기저귀가방을 자주 파는데 우리도 몇 번 그렇게 기저귀 가방을 사용했었다. 진짜 많아봐야 5번 정도?

그런데 그 부분이 조금 닳기 시작하더니 손잡이 부분이 막 떨어지기 시작. 지금은 비 오면 저 부분에서 때처럼 밀려서 검은색 가루들이 막 나온다. 문제는 저 손잡이 부속품 공홈에서는 항상 품절ㅎㅎㅎ 다행히도 다른 사이트를 찾아보면 팔긴 파는데 귀찮아서 안 바꾸고 있다. 우리만큼 오랫동안 다른 유모차 쓰고 있는 친구들도 많은데 그 친구들도 기저귀 가방 다 걸고 해도 손잡이 상태 좋기만 하던데 이건 너무한거 아닌가요.

  • 부속품을 추가로 살려면 비싸다

사실 부가부용 가방 등이 따로 팔기는 하고 그 가방들은 손잡이 부분이 아니라 유모차 옆쪽에 고정시키게 되어 있다. 하지만 쓸데없이 비싸다는..

우리가 산 세트에는 베시넷용 레인커버는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걸 일반시트에 했을 때는 이런 대참사가.. 일반 시트용 레인커버를 사려니까 80유로 가까이 해서…^^ 결국 아마존에서 아무거나 저렴한 것 샀다. 그런데 비싼 브랜드 공통 특징인 것 같다. 뭐 하나 작은 것 추가로 사려고 하면 비싼.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하며 잘 사용했고, 아이가 곧 네 살이 되는데도 디럭스를 쓰고 있다. 원래는 휴대용 유모차로 갈아탈 계획이었지만 너무 저렴한 모델을 구입하는 바람에 평상시에 사용하기는 불편해서 계속해서 쓰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4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또 부가부 폭스를 살 것 같다. 답정너라서 단점이 보여도 내가 꽂힌 걸 살 게 확실하다ㅋㅋ. 다만 검은색 프레임 대신 회색 프레임을 선택하고, 남편에게 유모차 들 때 더 조심하라고 했겠지.

독일 전역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부가부가 엄청 대세이고 그 외에는 약간 더 저렴한 싸이벡스 Cybex Balios 도 자주 봤다. (한국은 그게 없고 그것보다 고급라인인 프리암만 파는듯? 그건 독일에서 부가부 폭스하고 가격 비슷) 친구가 그걸 갖고 있었는데 한번 밀어봤을 때 정말 깃털처럼 가볍게 밀려서 너무 놀랐다. 아니 핸들링은 부가부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이번 겨울 끝나면 우리 유모차는 팔 계획인데 나중에 둘째를 낳는다면 부가부 말고 이 제품을 새로 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제품도 내가 모르는 단점들이 많이 있겠지. 완벽한 유모차는 어차피 없다. 조금 더 저렴한 가성비 라인으로는 ABC Design이나 Joie도 많이 있다.

아 그리고 부가부를 사면서 중고로 팔아도 꽤 받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너무 닳아서 그건 불가능 ㅠㅠ 그래도 그만큼 오랫동안 잘 사용했으니 이미 본전은 뽑고도 남았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아이가 유모차를 극도로 거부해서 사용 못했다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그냥 원가에서 약간만 삭감해서 팔아도 독일에서는 팔리기 때문에.. (감가상각 개념이 없는지 상태가 괜찮으면 원가 90%에 파는 사람들도 많음ㅋㅋㅋ) 그러니 이걸 보고 있는 사람 중에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고민 말고 자기 마음대로 하길 바란다. 그냥 사 놓고 있는 것 잘 쓰거나 아니면 빨리 팔아버리거나 하면 됩니다. 고민하는 시간이 시급으로 따지면 더 아까우니깐요 ㅎㅎㅎ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아가시절 우리 아기. 참고로 밑에 깔고 누워 있는 제품은 Babymoov Cosydream. 혹시 침대를 불편해하면 밑에 깔아줄까 해서 샀는데 필요없었고 신생아 베시넷에 잘 쓰였다. 처음에 아기들이 너무 작아서 베시넷 안에서 막 사라지는데(?) 이걸 하니 나름 고정돼서 좋았음. 그리고 Schlafsack과 담요 덮고 외출 했는데 다들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해줬다ㅎㅎ

다음 포스팅은 휴대용 유모차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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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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