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육아] 눕고 앉고 먹고: 신생아 침대, 바운서, 역방쿠, 유아용 식탁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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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는 구입해야 할 육아용품들이 대부분 부피가 커서 집이 금방 물건으로 가득 차는 것 같다. 공간이 넓지 않은 집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아이템을 고르려다 보니 “다용도”, “바퀴”, “공간활용”이라는 키워드에 꽂혀서 조금 비싸더라도 여러 용도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선택하게 되었다. 바퀴가 달린 제품을 선호했던 것도 그 이유였다. 접이식 제품도 많이 선택했지만, 실제로는 접어서 보관한 적은 별로 없었다ㅎㅎ

또 헤바메가 하는 신생아케어 수업을 들었는데 그 헤바메가 유난히 아기들을 ergonomisch(인체 공학적?)하게 키우는 걸 중요시했다. 예를 들어 기저귀 갈 때 아기의 발 끝을 잡아 다리 들어올리는 대신 옆으로 눕혀서 갈고 (결과적으로 너무 번거로워 집에 왔던 다른 헤바메의 조언대로 허벅지 사이에 팔 끼워서 가는 방법으로 타협), 아이가 누워 있을때도 다리가 상체보다 위에 있는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다. 상체가 하체보다 위에 있게 누워 있는 자세가 아기 몸에 엄청 무리가 가는 자세라고.  또 아직 애기가 혼자 못 앉을 때 함부로 앉히면 안 된다는 등 굉장히 겁을 줬다. 그 헤바메 교육의 영향 때문에 아이의 신체에 무리가 갈 만한 것은 절대 안 했는데 그래서 바운서, 쏘서, 점퍼루, 보행기 전부 다 안 들였다. 한국에서는 국민육아템인 역방쿠도 헤바메한테 사진 보여주니 그다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해서 안 샀다. (사실 독일에서는 비슷한 모양의 물건이 있기는 하지만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 대신 바운서는 아주 흔하게 사용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헤바메가 지나치게 유난 떨었던 것 같긴 하다. 그런 육아용품 사용하는 사람들이 전세계에 얼마나 많은데 다들 멀쩡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다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공간 차지 때문에 구입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유모차 다음으로 내가 가장 많이 고민한 두 가지 아이템, 신생아 침대와 유아용 식탁의자 (하이체어) 후기를 적어본다.

신생아 침대

서양에서는 처음부터 아기와 분리수면을 할 것 같지만 독일에서는 생후 1년 동안은 영유아돌연사 방지를 위해 아이와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애초에 아기들은 밤에 자주 깨니까 다른 방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 옆에 두고 자는 게 훨씬 편하다. 특히 모유수유를 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많은 독일 육아 선배들이 무조건 한쪽 면이 뚫려 있는 Beistellbett(침대 옆에 붙이는 아기 침대)를 사라고 조언했다. 밤에 아이를 위로 들었다 내렸다 하는 게 손목에 무리가 많이 간다고. 실제로 아이를 들어올릴 필요가 없으니 밤에 수유할 때 정말 편했다. (나의 손목.. 소중하니까..)

어떤 육아용품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직접 보는 게 가장 좋다. 독일에서 신생아 아기 침대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실물을 보고 나니 어떤 것을 사야할 지 감이 딱 왔다.

왼쪽처럼 천으로 된 형태는 영유아돌연사 때문에 걱정돼서 바로 제외시켰고 (아기 침대에도 웬만하면 뭐 두르지 말고 인형이나 베개도 하지 말라고 권장함) 실제로 보니 너무 조잡해 보이기도 해서 안정성에 의문이 가기도 했다. 크기도 너무 작아서 6개월도 못 쓸 것 같았고. 결국은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하얀색 제품 과 같은 것 (roba Stubenbett safe asleep® 3 in 1 Sternenzauber)을 온라인으로 구입했다.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이 매트리스, 슬리핑색 (Schlafsack), 침대 보호대가 다 포함되어 있었고 약간 할인 받아 130 유로 정도에 구매했다. 크기가 아기 침대 중에서는 큰 편이라 (45x90cm) 우리 아기는 거의 10개월 넘게 썼다.

이 제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퀴가 달려 있어서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신생아 시기에는 낮과 밤을 구분하도록 낮에는 밝고 소음이 있는 곳에서 재우라고 권장하므로 아기를 어디에 눕혀둘지 고민했을 때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침대! 어떤 아기들은 자기 침대에서는 절대 안 자고 부모 침대나 역방쿠 같은 곳에서만 자려고 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우리 아기는 자기 침대에서만 누워서 잤다. 선택지를 애초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안 자는 아기들은 안 자겠지만, 나는 이게 처음부터 전략이었다. 모르면 어차피 안 찾는다!ㅋㅋ 그래서 침대를 거실로 이동시킬 수 있는 것이 중요했다. 낮에는 거실에서 함께 지내면서 아이를 침대에 재우고 남편과 미드도 보고 했다. 다만, 바퀴가 그다지 부드럽지 않아 방향 조절이 어려웠고 바닥에 기스가 날까봐 걱정되었다.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한 번 밀어볼 걸 후회했다.

이 침대는 한쪽 면을 아래로 밀어서 내리는 게 아니라 창살을 분리해서 여는 형식이었다. 분리해 내는 침대 창살에 못이 튀어 나와 있어서 사진 왼쪽에 보이는 구멍에 끼우는 형태. 어렵지는 않았지만 번거로웠고 분리된 창살을 어딘가에 세워둬야 해서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 그런데 밤에 같이 잘 때만 이렇게 침대 옆에 두고 평소에는 닫아놨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매일 여러 번 열고 닫아야 했으면 정말 번거로웠을 것 같다.

사실 이 제품이 엄청 유명하지는 않다. 이 roba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다른 침대들이 좀 더 유명한데, 한쪽 부분을 천으로 막아놓은 형태여서 별로였고, 이 제품은 높이를 확인해보니 딱 우리 침대와 맞는 높이라서 구입했다. 비슷한 형태의 다른 제품들은 높이를 확인해보니 우리 침대와 맞지 않아 선택하고 싶어도 선택할 수 없었던 것. 보통 아기 침대 높이를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몇 가지 단계 중에 선택을 해야 해서 꼭 본인 침대 높이 확인한 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신생아 침대 중에서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는 Babybay 다. 크기도 다양하고 바퀴를 추가하거나 옆면을 위 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것 등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옵션도 많다. 솔직히 이 제품만 단독으로 봤을 때는 이게 품질이 좋은건가 갸우뚱했는데 막상 다른 제품들 보고 나니 상대적으로 좋아보이기는 했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서 구입하지 않았는데 (자기 침대를 거부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해서) 우리 애는 자기 침대에서 매우 잘 잤기 때문에 이거를 샀어도 본전 뽑았을 것 같다. 실제로 병원에 이 침대가 있어서 사용해볼 수 있었다.

병원에서 사용했던 제품은 babybay Maxi Comfort Plus Beistellbett이었는데  한 쪽을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형태고 바퀴도 있었다. 앞에서 내가 언급했던 것처럼 대다수의 Beistellbett는 높이조절을 마음대로 못 하는데 이건 어른 침대에 딱 맞게 조절이 가능하다고 한다.

바퀴도 달려 있어서 병원에서 아기 건강 검진 받을 때 유모차처럼 침대를 밀어서 이동했는데 너무나 부드럽게 잘 이동했다. 내가 중요시했던 모든 기준을 완벽히 충족시켜서 둘째를 가진다면 이 침대를 살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구매한 제품과 달리 모든 부속품을 따로 구입해야 하므로 꽤 비싸다. 

사실 내 블로그를 보면 “왜 중고로 안 사지?” 생각할 수 있는데 일단 독일은 상태가 괜찮으면 중고가도 너무 높고 이런 제품은 보통 직접 가서 가지고 와야 하는 데 우리는 차가 없다ㅠㅠ. 그리고 한참 코로나 유행할 때라 더더욱 조심스러웠다.

유아용 식탁의자 (하이체어)

처음에는 낮에 침대에 그냥 누워 있었지만 아이가 점점 깨어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바운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Peg Perego 페그페레고 하이체어 Siesta follow me. 이 제품은 아이를 완전히 눕힐 수는 없지만, 거의 눕는 자세로 아기를 앉힐 수 있었다. 내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오래 바닥생활을 피하고 싶었는데 아이가 부모가 활동하는 높이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서 이렇게 높은 곳에 누워 있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퀴가 있어서 남편이 재택근무할 때 잠깐 씻을 시간이 필요할 때도 남편 방에 잠시 아기를 밀어놓고 나올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장난감도 일부러 구매했는데 사실 별로 필요는 없었다. 바퀴를 멈추고 서게 하는 것도 위에 있는 버튼으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어서 편했다 (사진에서 Go라고 적혀 있는 부분).

또 하나의 장점은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엄청 쉽게 높이 조절 가능하다는 것. 바닥에서 빨래 개거나 할 때 아이가 지켜보게 하는 것도 쉬웠다.

식판은 쉽게 구멍에 끼웠다 뺐다 할 수 있어서 편리했고 플라스틱이라 세척이 정말 쉬웠다. 특히 윗부분만 들어올려 닦으면 돼서 더 좋았다. 의자를 접을 수도 있으나 정작 그렇게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지하창고에 접혀서 잘 보관중.

단점을 말해보자면

저 천으로 된 커버 부분 세탁이 귀찮았다. 원래 옛날 버전은 인조가죽 재질이었는데 그냥 천으로 쓱 닦으면 된다고 했지만,  그게 오히려 좀 찝찝했다. 이건 새로운 종류의 천 (Wonder Grey와 Wonder Green 색상)이라며 잘 더러워지지도 않고 역시 천으로 쓱 닦으면 된다고 했지만, 사실 크게 믿지는 않았다. 그래도 세탁기에 돌릴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매일 빨기는 어려워서 그냥 닦아내기만 하면 요구르트 같은 음식 냄새가 배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트립트랩 같은 원목 의자는 세탁할 수 없으니까 관리가 더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사용해보니 음식물이 천에 더 잘 배니까 이쪽이 더 까다로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트립트랩은 직접 사용해보지 않아서 확실히는 모르겠다.

안전띠 부분도 불편한 점이 있었다. 윗부분은 쉽게 분리되는데, 아랫부분은 나사로 고정되어 있어서 세척할 때 번거로웠다. 그리고 안전띠 구멍으로 음식물이 들어가는 건지, 시트를 벗기고 나면 아랫부분 플라스틱에 찌꺼기가 자주 껴 있었다. 문제는 작은 홈이 많아서 잘 닦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음식물이 많이 튈 것 같을 때는 식판 전체를 덮을 수 있는 큰 턱받이를 사용했다. 우리 아이는 요란하게 먹는 편은 아니어서 괜찮았지만, 여기저기 다 던지고 흘려가며 먹는 아기라면 아무래도 머리 뒤쪽에도 음식이 많이 묻었을 것 같다.

그리고 바퀴도 기대만큼 부드럽지 않았다. 앞부분이 일자로 고정되어 있어서 방향을 바꾸기가 너무 어려웠고, 결국 아기를 앉힌 상태로 하이체어를 밀고 다니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냥 제자리에서 앞뒤로 살짝 흔들흔들 하는 정도만 가능했다.

가격은 독일에서 트립트랩과 비슷한데, 이 제품은 모든 기능이 한 번에 다 포함되어 있어서 따로 추가 구매할 필요가 없다. 반면 트립트랩은 기본 제품만 사고 나머지는 따로따로 구입해야 하니, 따지고 보면 이쪽이 더 저렴한 셈이다. 다만, 이 제품은 무게 제한이 있어서 앉아서 사용할 때는 15kg, 눕히는 모드에서는 9kg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우리는 세 돌까지 잘 사용했다. 트립트랩은 10살 넘어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혹했지만, 지금 보니 아이가 만 3세 정도만 되어도 약간 높은 쿠션만 깔면 일반 의자에서도 문제없이 밥을 잘 먹을 수 있다. 오히려 트립트랩은 자리만 차지하고 번거로울 것 같아 안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독일에서는 트립트랩보다 저렴한 버전으로 Hauck도 많이 쓰는데, (한국에서는 송일국 삼둥이 의자로 더 비싸게 마케팅된 듯) 원목 의자는 고민 끝에 아예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운 구매였다. 하이체어로만 사용했다면 만족도가 떨어졌겠지만, 여러 용도로 다양하게 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이 제품은 독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기템은 아니지만, (네이버) 독일 맘카페에서 자주 추천한 아이템이라 구매했다. 독일 부모들은 주로 트립트랩, 이케아 하이체어, Hauck를 많이 사용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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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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