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 폭탄 때문에 피난가야 했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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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 Decemb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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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슨 찌라시 신문 기사제목 같지만 과장은 아니다.
아침 8시부터 동네방네 소방차들이 다니면서 시끄러운 사이렌소리와 함께 Achtung! Achtung!으로 시작해 신속히 집을 나서라는 내용의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폭탄’하면 테러부터 연상되는 흉흉한 시기지만 제목에서 말하는 폭탄은 2차 세계 대전 때 폭탄. 뮌헨에서 공사장에서 폭탄이 발견돼서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는 기사는 종종 접했기 때문에 며칠전에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폭탄을 발견했다는 기사 제목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알고보니 폭탄은 무려 1.8톤이나 되는 거대한 폭탄이었고 (처음에는 3.8톤이라고 해서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클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심지어 시내 중심에서 가까워서 대피해야 하는 인원이 엄청 났다. 터지면 도시 재건축해야 함..^.^ 그리고 우리 집도 해당범위에 있었다 ^.^
 
크리스마스라 애초에 아욱국을 떠난 사람도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해당지역 인구는 대략 5만4천명. (역사상 가장 많은 대피 인원이라고 한다) 최대한 빨리 폭탄 제거 작업을 해야 하지만 이 지역에는 병원도 많아서 그 사람들을 다 대피시켜야 하고 폭탄 규모도 커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 이런저런 요소들을 다 감안해서 가장 빨리 잡힌 날짜가 결국 12월 25일이었다. 신문 기사도 계속 나고, 위 사진에 있는 전단지도 집집마다 뿌리고,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는 장소도 여러 군데 잡아놓고,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일반인들이 자기 집에 머물러도 된다고 알리기도 하고.. 전쟁상황처럼 정말 갑자기 “다들 대피하십시오!”하고 난리가 난 것은 아니었지만, 크리스마스를 오붓하게 집에서 보낼 생각이었던 사람들에게는 이것도 날벼락 ㅠ_ㅠ 우리 부부는 그렇다쳐도 만약에 시부모님이 여기에 사시고 우리가 다른 도시에서 오는 거였다면 정말 난감했을 것 같다..
 

원래 26일에 일하기로 했던 남편은 오늘 오후도 일해야 했고, 8시부터 집을 나서야 했는데 (늦어도 10시까지는 집을 비우라고 했다) 원래 근교 도시를 가려고 했는데 레스토랑에 전화하면 거의 다 영업을 안 하거나 대부분 예약이 꽉 차서 (크리스마스니까 당연하지ㅠㅠㅠ) 결국 위험반경이 아닌 도시 내의 장소를 가기로 했고, 그 장소는…
 
 
# 동물원 
아 부활절에 이미 갔었는데…ㅠㅠ…..(그때 사진 정말 잘 찍어놔서 옛날 블로그지만 링크  공유.)
게다가 어젯밤 시누이와 통화하고 나서야 둘다 뒤늦게 깨달은 점이 있었으니..우리 이번주에 시댁에서 다른 도시 동물원 가기로 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망했어요. 하지만 다른 대안을 찾기에는 이미 늦었었고, 그리하여 아욱국 동물원에서 우리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역시 겨울에는 볼 수 있는 동물도 더 적고 심심하지만, 우리처럼 동물원으로 피난온 사람이 많을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꽤나 한산해서 다행이었다.
 
귀찮아서 사진을 별로 안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많다. (스압 주의)
 

 
내가 휘파람 부니까 나를 계속 쳐다보던 갈색 알파카. 그때 이후로 나도 모르게 동물들 관심 끌려고 계속 휘파람을 불었는데 매일 사람들의 귀찮음을 견뎌내는 동물들이 그런거에 반응할리가 없지. 옆에서 남편이 제발 휘파람 소리 그만 내라고 ㅋㅋㅋ그런데 나도 모르게 계속 그랬다. 관심 좀 가져줘 동물들아ㅠㅠ
 

세상만사 귀찮은 표정으로 앉아있던 침팬지. 팔을 드는 것도 귀찮았나보다. 계속 저러고 있음 ㅋㅋ
 

옆에서는 사육사가 코끼리 씻기고 있었는데
 

그 물을 마심 ㅋㅋㅋㅋㅋㅋㅋ넘 귀엽…
 

 독일어로 Erdmännchen인데 진짜 얼굴 표정이 사람 같아서 놀랐다
 

만사귀찮을때의나.jpg
얘네 좀 귀여웠던게 저렇게 누워 있다가 갑자기 한마리가 일어서서 주위를 막 둘러보면 나머지 두마리도 따라서 막 일어서서 목 쭉 뻗고 있다가, 다시 한마리가 저렇게 퍼져있으면 다른 두마리도 따라했다ㅋㅋ
 

쳐다보고 있어도 사람한테 전혀 관심 안 보이다가 문이 쿵!하고 닫힐 때마다 사육사라고 생각하고 저렇게 몸을 쭉 뻗고 그 다음에는 순식간에 가운데로 집합해서 기다린다 ㅋㅋㅋㅋㅋ똑똑한 아이들.
 

이번 동물원 방문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요즘 꽂힌 사슴 구경 ㅋㅋㅋㅋ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사슴은 찾을 수 없었고..대신 얘가 나를 슬픈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흑흑. 하지만 대신 귀여운 동물들을 잔뜩 봤다 ㅋㅋ
 

얘 이름은 독일어로 Chinesischer Muntjak이었는데 한국어로 찾아보니까 ‘아기사슴’이란다. 이름도 너무 귀여워ㅠㅠㅠㅠ
 

귀여워서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저렇게 나를 위해 포즈를 취해줬다. 진짜 저 상태로 가만히 서서 카메라를 쳐다봄.ㅋㅋㅋㅋ
 

지난번에도 내 마음을 훔쳤던 바다표범들. 저렇게 배까고 수영하고 있거나
 

떨어진 낙엽 갖고 둘이서 장난치거나
 

아니면 저렇게 와서 빤히 쳐다보거나ㅠㅠㅠㅠㅠ
 

아…얘 진짜 너무 귀엽다. 내 심장을 가져요 엉엉엉. 지난 부활절에도 나에게 하트 콧구멍을 발사하던 애기 바다표범이 있어서 같은 애인가 했는데 그래도 8개월이나 지났는데 너무 안 자란 것 같아서 아니려나…긴가민가 했었다. 그러나 옆에 있던 남편도 같은 애라고 확신했고, 옛날 사진 지금 다시 보니까 조금 자라긴 했다ㅋㅋ
 

진짜 얘는 아욱국 동물원의 연예인급이다. 다른 애들은 수영하기 바쁠 때 저렇게 가만히 목 내밀고 서서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는 것 같다 ㅋㅋㅋㅋ
 

그 외에는 귀여운 펭귄들도 보고
 

숏다리 말도 보고 (이름도 Zwergponyㅋㅋㅋ)
 

귀여운 수달도 보고ㅋㅋㅋㅋ
 

근데 저렇게 두마리가 같이 다녔는데 갑자기 한마리가 뒤에 있는 애 엉덩이쪽을 훑어서 순간적으로 19금인 줄 알고 나도 모르게 한국어로 “어머!”라고 말했다 ㅋㅋㅋㅋㅋ옆에 있던 남편이 빵 터져가지고 지금 당황해서 한국어 튀어나온거냐고 ㅋㅋㅋㅋㅋ나…너무 음란마귀 씌었나ㅋㅋㅋㅋ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오리였고…항상 볼때마다 궁금한 거는 얘네는 동물원 소속일까 아니면 알아서 들어온 것일까..ㅋㅋ
 

하트 모양 새 >_< 색도 너무 예쁘다.
 

환상적인 깃털색
 

동물원에서도 약간의 크리스마스 분위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비록 주위환경은 뭔가 이상하지만 ㅋㅋㅋ..
 

이 옆에는 사자와
 

피곤한 하이에나 한마리. 하이에나 무서운 것과는 별개로 귀 모양이 너무 귀엽.
 

그런데 오늘 내 기준 하이라이트는 사막여우ㅠㅠㅠㅠㅠㅠㅠ너무 좋아ㅠㅠㅠㅠㅠ근데 자고 있어서 너무 안타까웠다. 창문을 꽝꽝 두드리고 싶었다. 남편이 하지 말라고 말림 ㅋㅋㅋ
 

재밌는 건 처음에 왼쪽에 있는 애만 보고 “한마리밖에 없나?”하면서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남편이 “옆에 바로 있잖아” 말하고 나서야 보였다는..위장 하나 확실하다 허허
 

한시간 반 정도 돌아다니다가 동물원 안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따뜻한 음료 하나 마시고
 

지극히 독일스러운 감자전 주문. 어제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마켓 가서 소세지 시킬까 감자전 시킬까 고민하다가 소세지 먹었는데 그때 못 푼 한을 여기서 ㅋㅋㅋ
 
이렇게 오전 시간을 동물원에서 때우고 점심에는
 
 
# 남편 직업탐방
ㅋㅋㅋ원래 신문사 들어가려면 별도의 출입허가가 필요해서 한번도 못 들어가봤는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따라 들어갔다. 마치 초등학생이 부모 직장 따라가는 직업탐방의 날 같다며 허허허
 

1층 로비에서도 느껴지는 크리스마스 분위기
 

컴퓨터 화면이 저렇게 이상하게 되어 있는 이유는 신문지면이 어떻게 나오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남편이 주요 데스크에서 일하는 동안, 나는 남편의 다른 작업실에서 혼자 시간 때우기. 괜히 크리스마스라고 혼자 있는데 전구 켜놓기ㅋㅋ
 

컴퓨터도 있고 텔레비전도 있고 호호. 블로그 사이트 접속이 될지 안될지 몰라서 공부할 것도 잔뜩 들고 왔는데 결국 지금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사진 정리하고 포스팅하고 있다. (솔직히 공부 안 하게 될거라고 약간은 예상했음)
 

제일 윗층 올라가서 이런 멋진 전망도 찍고. (클릭해서 보면 더 멋짐*)
 

 

이런 멋진 노을도 찍고 :)


본격적인 폭탄제거 작업은 3시쯤 시작했는데 방금 전에 거의 4시간만에 제거 작업 성공적으로 완료!!!!!!기자는 그 이후에도 할 게 많아서 당장 집에는 못 가지만 그래도 드디어 다 끝나서 다행:) 오후에는 경찰이나 소방차도 해당지역에는 들어가면 안 돼서 도둑들이 마음 놓고 (물론 목숨 걸고 하는 것이지만) 도둑질을 할 수 있었는데…과연 아무 피해 없이 무사히 이 하루가 마무리될지…아니면 이제 막 피해소식들이 속출할지 ^^; 그래도 폭탄 터져서 크리스마스에 재난이 발생하는 거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건 아니니 참 다행이다.

 

내가 신문사에서 기다리기로 했을때 남편 동료들이 나 심심해서 괜찮겠냐고 했는데 남편 왈: 내 아내 한국인이야. 한국인은 인터넷만 있으면 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그의 말은 옳은 것으로 증명되었다. 블로그를 하는 게 이래서 참 좋아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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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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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Comments

이 글 보니까 지난 번에 만났을 때 핸드폰 카메라 설치한 얘기가 떠올라서 또 혼자 현웃! XD 그래도 다행이예요 창문이 안 깨지고 아무 것도 도둑맞지 않아서(..)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라고 치자..고 하기엔 사실 실제 폭탄 제거 시작 시간보다 너무 일찍부터 대피하라고 한 감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_^;;;;;; 덕분에 사진으로나마 신문사 구경도 하고! 저 같은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신기할 따름이네요 :D 그나저나 바다표범 진짜 귀엽네요 >_<

원래 크리스마스날 계획이 딱히 없었는데 나름 다이나믹한 하루였기 때문에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던 크리스마스였어요 히히. 평생 못 해볼 경험이기도 하구요. (제발 그러기를..ㅋㅋㅋㅋ) 덕분에 남편 직장 탐방도 하고ㅋㅋㅋ겉에서 보면 오래되고 칙칙하고 허름한 건물인데 내부는 꽤나 깨끗하고 현대적이어서 놀랐다는ㅎㅎ 저도 어디까지나 제3자이기 때문에 매우매우 신기했답니다ㅋㅋ바다표범 짱 귀엽죠?>_< 아욱국 동물원이 재정난이 심하다는데 저런 애를 활용(?)해서 홍보를 하면 괜찮을텐데 역시 마케팅 전략이 부족한 민족이여요..

1.8톤 폭탄이라니 상상도 못할 양이다…. 상상도 못할 경험인데 넘나 평화롭게 잘 지냈네 ㅋㅋㅋㅋ

그치ㅋㅋㅋ근데 결과가 안 좋았으면 정말 끔찍했을거야…폭탄제거하신 분들은 영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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