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로운 우리 학교 연못의 모습. 여름에는 이 곳에 앉아서 햇살을 즐기느라 공부를 안 하게 된다…(는 핑계이자 사실) 그리고 갤럭시 s7은 위대하다. 이게 무보정 핸드폰 사진이라니!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한 학기 내내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 많은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 소소하게 남편이랑 데이트도 하고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들도 방문하고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냈는데 ㅎㅎ 그것을 기록하기에는 스스로가 너무 게을렀던 것 같다. 이제와서 하자니 그것도 그렇고. (물론 갑자기 방학 때 밀린 몇달치 포스팅이 올라갈 가능성은 매우 높음 ㅋㅋㅋ) 그렇다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다. 그냥 모든 것이 귀찮고 또 귀찮았다. 여름학기는 항상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아직 학기가 끝난 것은 아니고 지난 월요일에 첫 시험을 치르고 아직 무수히 많은 시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8월말이 되어서야 방학을 맞이하는 ㅠ_ㅠ 그러면 왜 이 글을 쓰고 있는가… 시험기간에는 벽 보고 있는 것조차 공부하는 것보다는 더 재미있으니까^^..
이번 학기부터는 심화전공을 시작했다. 그런데 스스로 그렇게 빡센 수업들을 고르지 않아서 다 재미있게 들었다. 문제는 재미있게 듣기만 하고 복습을 안 했다는 것에 있지만 자유롭게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내가 싫어하는 의미없는 내용 암기와 말장난 가득한 그런 수업들은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돼서 행복했다. 처음으로 위붕(Übung: 강의에서 배운 내용 조교가 문제 풀이 해주는 수업)도 맡아서 독일어로 다른 학생들 앞에서 수업도 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추가로 설명해주려다가 말 버벅대고 같은 말 반복하느라 다른 위붕들하고 진도가 안 맞아서 고생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빠르게 끝내고 추가로 다른 내용도 설명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나는 발음은 원어민이라서 외국인 티가 안 나는데 어휘에서는 당연히 부족한 점이 많아서 조금 힘들었다. 발음이 좋은 것은 엄청난 장점이지만 문제는 상대방이 내가 완벽한 모국어 화자가 아니라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어떨 때는 ‘쟤 왜 저러지?’ 싶은 순간이 생기는. 차라리 ‘저 사람은 외국인인데 독일어 되게 잘하네.’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그게 뭐가 문제지?’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내 개인적인 기준으로, 한국에서 쭉 살아온 한국인이 기본적인 맞춤법을 자꾸 틀리면 ‘저 사람 뭐지?’ 라는 생각부터 든다. 나도 독서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맞춤법은 기본 중 기본인데 본인 모국어 맞춤법도 제대로 못 하면 그 사람의 전문성에 믿음이 안 간다. 특히 공부를 한다는 (또는 웬만큼 했다는) 사람이 그러면 더욱 그렇다. (외않됀데……..-_-라는 용어를 보고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 ㅋㅋㅋㅋㅋ 그런데 정작 나도 요즘은 맞춤법이 너무 어렵다. 이 글도 실수투성이겠지. 무엇보다 띄어쓰기가 정말 어렵다!!!!!) 해결책은 발음과 상응하는 어휘까지 완벽한 모국어급 독일어를 구사하는 것이겠지만 그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 어쩌겠어. 독일에서 계속 살거면 더 노력하는 수밖에.
예를 들어 어느 날은 ‘빼다’라는 말이 생각이 안 났다 …ㅠㅠㅠㅠ머릿속에서는 계속 ‘뺄셈을 하다’라는 말 밖에 생각이 안 나서 누가 질문을 했는데 말을 얼버무렸다. 설명은 했지만 속시원하게 명확하게 설명을 못 하고 내가 쓴 답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 학생은 내가 질문을 제대로 대답 못 했다고 느꼈겠지? 언어적인 한계로 나의 능력(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이 평가절하 되는 그런 상황들이 너무 싫다. 누가 봐도 외국인이면 ‘독일어로 설명하기는 좀 힘든가?’ 이런 식의 반응이 나올 수도 있는데 말이다. 원래 상대방이 외국어로 말하고 있는 것을 알면 조금 너그러워지니까. 그래서 개인적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직간접적으로 내가 독일에서 태어나서 어렸을 때 살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아서 독일어가 완벽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꼭 말하는데 수업 중에도 이 사실을 한번 언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다가 결국은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하기는 하다.
처음에 오다가 나중에는 더이상 안 오는 학생들이 있어서 조금 신경쓰였는데 (작은 그룹이라서 얼굴들이 어느정도 기억남) 반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매주 앞에 앉아서 열심히 듣고 질문도 하고 정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참여해준 학생들이 있어서 힘이 났다. 그리고 내가 수업을 들을 때 항상 다른 학생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화가 났었는데 예상했던 것과 달리 너무 조용해서 신기할 정도였다. 위붕을 하기 전에는 그래서 내가 학생들을 미워하게 될 줄 알았다ㅋㅋ 그런데 정반대로 너무 예뻤다.. 그래서 원래 안 해도 되는데 항상 추가로 이것저것 준비해서 보충설명도 해주고 내가 설명을 잘 해줘서 얘들이 다들 시험 좋은 점수로 통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토리움(Tutorium: 독일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 대학의 경우 자율적으로 찾아가서 수업 관련된 내용 질문 아무거나 다 할 수 있는 보충수업 형태) 도 했는데 처음에는 한 주에 한두명씩 찾아왔다. 그래서 거의 일대일 과외수업을 하는 형태였는데 정말 재미있었고 좋았다. 학생이 이해할 때까지 상세하게 설명을 해줄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다. 위붕의 경우는 시간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해할 때까지 ‘떠먹여’ 줄 수는 없어서 학생들이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도 질문이 있지 않은 이상 어느 정도 모른척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의 표정에서 백프로 만족!하는 표정을 보기는 힘들고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는데 투토리움의 경우는 학생들이 정말 만족하는 표정으로 돌아갔고, 무엇보다 몇번씩이나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정말 고마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면서 가서 뿌듯했다. 정작 학생으로서 투토리움을 가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몰랐는데 다른 조교 학생들한테 물어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돈 벌기에 최고! 꿀! 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래도 나는 매주 학생이 한두명이라도 찾아왔지, 다른 데는 한달 내내 0명인 적도 많다고..ㅎㅎ) 그것과는 별개로 만족해하며 돌아가는 학생들의 표정이 매우 큰 보상 같았다. 막판 3주동안은 평균 10명이 찾아와서 멘붕..이었지만…그래도 잘 끝마친 것 같아 보람 있었다.
학기 초에는 장학금 제의도 들어왔었다. 독일에는 직접 지원하는 장학금도 있지만 학교에서 성적순으로 추려서 추천 명단 보내서 장학금 지원하라고 편지가 오는데 그 명단에 들게 된 것이다! 심지어 우리 학과에서는 나만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EU 시민이어야 하고 여러가지 제한 조건이 붙는데 하나 같이 그 제한조건이 애매하게 걸려서 결국은 지원 안 했지만..그 과정에서 어떤 교수님이 면담 하자고 불러서 대화를 나눴는데 많은 위로가 되었던..시간이었다. 앞으로 뭐를 할지 모르겠다고,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는 게 명확하고 뭐를 할 지 분명히 알고 그걸 위해서 노력하는데, 나는 솔직히 시키면 어느정도 다 잘 할 수 있는데 정작 내가 잘 하고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교수님이 “웬만큼 다 잘 하니까 굳이 좁게 선택해서 그것만 파지 않아도 되는 걸 수도 있죠. 어차피 석사를 한다면 그 전까지 고민해도 결코 늦지 않아요. 처음부터 길이 명확한 사람은 별로 없어요.” 라고 말해주셨다ㅠㅠ 그리고 그 전에 “남편은 뭐하는데?” 하고 물었는데 내가 기자라고 하니까 표정이 ‘아……..그럼 남편한테 조언 얻기는 글렀군.’ 하는 표정이어서 너무 웃겼다 ㅋㅋㅋㅋㅋㅋㅋ(뭐 어느 나라든 그렇겠지만 독일에서 기자는 무조건 경험이 중요해서 비교적 어릴 때부터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함. 가끔 천부적 재능으로 경험이 별로 없는데도 글을 엄청 잘 써서 기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그건 엄청난 재능+ 운빨 이라고 얼마전에 남편과 동료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음. 즉 내 남편= 처음부터 길이 명확했던 사람) 아무튼 그래서 나는 하나하나 주어진 걸 열심히 하고 너무 내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공부를 하러 가야겠지. 이번 학기 시험 성적은 안 봐도 전보다 떨어진다…ㅠㅠㅠㅠㅠㅠㅠㅠ게으른 자여… 시험기간이 끝나면 우리는 여행을 간다!!! 내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하지만 숙소나 교통 빼고는 아무것도 안 했다는 허허 방학만을 기다린다…방학을 위해 공부하자
Blog Comments
Bashert
July 27, 2017 at 5:58 pm
하하. 학교 모습이 제 남편 학교랑 느낌 완전 비슷해서 깜짝놀랐어요. ㅋㅋㅋ 그이 학교엔 저런 커다란 연못도 없는데..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는 건 좋은 동기부여가 되겠네요. 시험 최선을 다 하시길! ^^ – 엘리
Sue
July 28, 2017 at 10:22 am
글을 쓰면서도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연못…!(급히 수정^-^)저도 얼마전에 다른 대학교 사진 보다가 비슷한 건물을 봤는데 요즘 유행인건지ㅎㅎㅎ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