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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내가 일하고 있는 학과 세부전공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다. 경제/경영학부에서 주로 ‘수학’과 관련된 일을 하는 세가지 세부전공 연합 파티였는데 다녀와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내가 인복이 참 많다는 것. 그래서 감사하다는 것.
몇달 전에 메일로 초대장을 받았는데, 단체 메일 다른 수신자들을 보니 9월에 나와 함께 통계학 컨퍼런스 일을 했던 학생들 전부 다 초대받았었다. 그 부분이 조금 놀라웠던게, 그 학생들이 전부 이 학과 소속이기는 하지만 서너명 정도는 컨퍼런스 때만 잠깐 도와준 인력이었고, 원래 이 세부전공 내에서 정기적으로 일을 하는 학생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와줬다’고 하기에는 시급 다 받고 한 일이었으니 오히려 학생 입장에서는 방학 때 단기알바 시켜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 상황이었다 = 나ㅋㅋㅋㅋ) 그 때 2주일 도와준 것을 계기로 모두를 연말파티에 초대한다는게 신기했다. 정확한 가격이야 모르겠지만 나름 전식-본식-후식 세 코스가 나오는 식사였고, 거기에 펀치와 1인당 음료수 하나 가격은 전부 공짜였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독일에서도 학과 차원에서 돈을 내려나? 돈이 좀 남아서 전부 다 초대할 수 있나? 생각했었는데.. (예전에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 들은 말로 교수님들은 법인 카드가 있고, 학생들 밥을 사주거나 학과 차원에서 이런 일이 있을 때 쓰라고 나오는 예산이 어느 정도 있다고 들었는데 독일은 어떤지 몰랐다) 나중에 학과 비서로 일하시는 분 차를 타고 오면서 우연히 알게 된 사실로는, 전부 교수님 세분이 직접 사비로 사셨다고..! (이 날 약 50명이 왔었다..;;) 그래서 본인도 이 식당예약을 하긴 했어도 정확한 가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 “연말파티는 회비 형태로 돈을 모아서 할까요?”라고 물어봤는데 교수님들이 쿨하게 직접 내신다고 했다고 ㅠㅠㅠㅠ((박력)) 그 얘기 듣고 막 감동받고 있는데 비서분이 “그런데 우리가 최고의 팀을 갖고 있으니 그 정도는 해야지;)”라고 하면서 우와우와!하면서 듣고 있는 나와 다른 분 간접칭찬도 해주고. 컨퍼런스 때도 그랬고, 이 날 밥 먹으면서도 그랬는데, 자기 학생들을 남들 앞에서 치켜세워주는 이 분들이 정말 너무 천사라고 느꼈다.
이번에 수업자료 수정하는 일을 하면서 회의할 때마다 나만 너무 쭈구리 같아서 슬펐던 적이 많았다. 나야 수학 전공이 아니니 안 배운 것은 당연히 알 수가 없는데 회의할 때 나랑 같이 일하는 박사과정생(그리고 이 친구는 경제수학 전공이라 수학에 대해서는 당연히 매우 잘 알고 있음.)과 교수님이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토의할 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잘 이해 못해도 우선 고개 끄덕끄덕하거나 그냥 가만히 앉아 있을 때가 많아서 ‘나는 아무 도움도 못돼.’ 하면서 자책감이 들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사실 내가 다 알거라고 기대하고 일을 시킨 것도 아니고, 오히려 하면서 배우라고 시킨 일이겠지만, 그럴때마다 한없이 자괴감이 들었는데… 이 날 교수님이 나를 모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가 만점자였다고 치켜세워주고 (물론 끈금없이 그런게 아니라 대화 맥락상 그럴 이유가 있긴 했는데)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은 다음 통계학 시험 채점할 때는 모범답안 준비 안 하고 그냥 내 답안을 복사해서 쓰기로 했다고 농담하고 (그렇다…나 이번학기에 통계학2 시험 보는데…주변에서 그건 너한테 껌이지~ 당연하게 잘보겠지~ 이러고 있어서 내용 전혀 껌 아니고 잘 이해 안 가는 것도 많은데 시험 생각만 하면 부담감에 어깨가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것 같고 다크써클이 땅끝까지 내려갈 것만 같다…..ㅋㅋㅋㅋ….하 망했어요) 같은 식탁에 앉아있던 다른 세부전공 사람들은 잘 몰라서 막 주눅들어있는데 갑자기 관심 받고 당황하고 이랬다. 그때 쿨하게 농담으로 받아쳐야 했는데 그냥 어쩔줄 몰라하다가 끝났다 허허허
그것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우리 학생들이 정말 최고지” 이런 말 여러번 나오고..여기서 일하면서 나는 처음부터 ‘나에게 일을 시켜주시다니 감사감사’하고 있었는데 ‘우리랑 일해줘서 너무 고맙다’라는 느낌을 풍겨서, 학생들을 봉으로 보지 않고 같이 일을 하는 ‘동료’로 보는 것 같아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특히 이 날은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퇴임한 노교수님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전 대학원생들까지 여럿이 왔다. 정말 격의 없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정말 가족같음을 느꼈다. 이미 오래전에 떠난 사람인데 이전의 수고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초대하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그 초대에 응해서 오는 것도 그렇고. 그만큼 일과 연구를 함께 하면서 얼마나 두터운 신뢰관계가 쌓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나는 아직 제3자의 시선으로 보는거라 정확한 사정이야 모르겠고, 사람 사이가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간접적으로 많이 들었던 ‘교수 갑질’, ‘만년 을인 대학원생’ 같은 ‘수직적’인 서열을 느낄 수가 없었다. 예전에 한국에서 다녔던 대학교에서 우리과 교수님들이 대부분 천사 같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교수님들과 (학부생은 당연히 제쳐두고) 대학원생이나 강사분들과의 관계가 정말 동료처럼 ‘수평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애초에 한국 사회에서 그런 것이 불가능한 것이겠지만. 물론 독일 교수들이 다 이런건 절.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러니 더더욱 정말 감사하다고 할 수밖에. 교수님들이 계속 학생들 칭찬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뒤에서 안 좋은 얘기 전혀 안 하고 항상 우리 교수님들 너무 좋다고 얘기하게 되니 결국 서로서로 존중해주는 선순환 구조가 아닐까 싶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당연히 같이 일해서 나온 결과물도 좋을 수밖에 없고.
연말파티를 다녀오고 나니 이전부터 느끼기는 했지만 전보다 더욱더 이 곳에 소속될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ㅠㅠ)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근데 나 앞으로 뭐를 어떻게 하지?’라는 다른 고민이 같이 따라왔지만. 누군가가 “넌 이거 해!”하고 내 진로를 땅땅! 정해줬으면 좋겠는데..ㅎㅎ원래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분야라서 앞으로 학업을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관심이 있던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게 너무 없고. 이대로 어버버버 하다가 너무 늦은 시점에 ‘어 이게 내가 원하던게 아닌데’하고 또다시 고민하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 반, 다른 한편으로는 삶이 흘러가는대로 살자! 하는게 내 신조였고, 자연스레 일이 풀리는대로 하게 되면 그게 내 운명이고 그것에 따라 살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약간은 안일한 생각 반. 우선은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들었다.(그런데 나는 공부를 안 하고 블로그 글을 쓰고 있고…ㅋㅋㅋ) 어떤 때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나기라도 했듯이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때가 있고, 어떤 때는 반대로 내가 세상에서 제일 하찮은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 감정이 롤러코스터 마냥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자신을 제대로 볼 줄 아는 객관성과 겸손함을 잃지 않는 적절한 선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마인드는 ‘내 인생은 잘 될거야! 나는 행복할거야!’라는 생각을 놓지 않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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