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엄청 추워졌다.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더니만 이제 완전 영하권. 두꺼운 바지 안에다 내복 껴입고, 위에는 목폴라 입고 두꺼운 오리털 점퍼까지 껴입어도…. 춥다. 4시만 되어도 깜깜해지는데 5일 중 3일이 수업이 5시 넘어서 끝나니 이건 뭐 ㅠ_ㅠ 사실 추운것보다 어두운게 더 우울.
오늘 아침에 (언제나 그렇듯) 급하게 집을 나섰는데 온 세상이 눈으로 덮여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눈이 수북히 쌓여있다는 느낌보다는 아침 일찍 보면 이슬 때문에 식물에 서리 껴있듯이 되어 있는거다. 웬일로 눈이 내 옷에 붙어도 축축하다는 느낌도 없고 바닥에 녹은 눈도 별로 거슬리지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렇게 가로등에 거미줄이 얼어있는게 눈에 들어와서 남편한테 사진 찍기 좋은 모티브라고 추천해줬는데 (남편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정기적으로 사진 올리거나 신문 페북 페이지에 독자들 반응 유도용으로 일상멘트 올릴 때 사진을 쓰기도 한다) 나보고 직접 찍으란다 -_-;; 기껏 생각해서 알려줬더니만. 그런데 또 말 잘 들어서 바쁜 와중에도 찍었다ㅋㅋㅋㅋ
학교 개울(?)도 다 얼어있고. 사방이 겨울왕국
그런데 반.전.
……………………………
이게 눈이 아니란다.
눈이 아니면 뭔데……………………….?!
Industriestaub(미세먼지?)ㅋㅋㅋㅋㅋ공기에 있는 오염물질 얼어서 날라다니는 거였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쩐지…좀 다르다 했더니만….본격 동_심_파_괴…………….ㅠ_ㅠ
뭐 질척거리지 않아서 좋았더만….밤에 가로등 불빛 아래 적나라하게 미세먼지가 흩날리는 거 보니 좀 소름돋더라.
내가 한국의 미세먼지 피해서 공기 좋은 독일로 피난왔건만 미세먼지 가짜눈을 맞을 줄이야..
아주 미련없이 도서관에 가서 (오랜만에) 공부. 지난 학기부터 주구장창 통계학만 공부하는 것 같지만… 뭐… 사실임ㅋㅋㅋ 통계학은 중요한거니까? 허허허
이번 학기는 정말 성실히 미리미리 공부하려고 했는데(매학기 하는 다짐이라 별 의미도 없지만;) 학과에서 하는 일 때문에 지난 두달간 한 50시간 정도는 프로그래밍 붙들고 있어서 시간이 안 났다. 덕분에 지난 학기 내용을 복습하는 효과는 있지만 이번 학기 새로운 공부를 좀 하고 싶고.. 물론 그렇다고 시간이 아예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원래 또 그런 시간은 남편과 보내고 친구와 보내고 좀 쉬는 데 써야 하는거 아니겠습니까^_^…..
원래는 한달 계약이었는데 다음 두 달도 40시간씩 일하게 되었다. 사실 장소나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몇시간 일했는지 정확히 검사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이력서에 한줄 쓸 수 있고 돈까지 버니까 정말 좋은 기회인데….내 공부는…내 시험공부는……또르르…그래도 다행히도 다들 내 사정을 이해해서 시험 끝나고 나중에 추가로 일해도 된다는데 문제는 내가 또 시험 끝나자마자 한달간 한국을 가고……노느라 정신 없을텐데 컴퓨터 앞에서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을까…과연?!결론은 내가 시간관리를 잘 하면 되는건데 그게 그렇게 쉬운 거였으면 이렇게 징징거리고 있지 않겠지.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스러운 인간 타입은 공부, 일, 가정 다 병행하면서 진짜 타이트하게 사는 인간. 나는 천성이 잉여/ 한량이라서 빡센 스케쥴은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놓고서는 항상 죄책감에 시달리지.
11월부터 새로운 플래너를 사서 쓰고 있는데 확실히 비싼 걸 사니까 돈 아까워서 사용하게 된다.중고등학교 때 5년 정도 정말 꾸준히 플래너를 쓰고 대학교때는 2년 정도 매일매일 꾸준히 일기를 쓰고는 했는데 최근 몇년간은 아무것도 안 했다. 그러다보니 내 하루하루가 너무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그렇잖아도 기억력이 안 좋은데 뭐를 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는게 아쉽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간관리도 엉망이고. 물론 스마트폰 앱도 있지만 손으로 직접 쓰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플래너 사면서 다른 데서 스티커도 대량주문했는데 집안일, 운동, 취미생활 관련 아이콘 스티커도 사서 붙이니까 일주일동안 뭘 했는지 또는 뭐를 해야하는지 한 눈에 보여서 좋다. 엊그제는 공부하자는 다짐으로 스터디 스티커를 붙였는데 어제 정말 공부하기 싫은 와중에도 저 스티커 붙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서관에 기어가서 (정말 기어가는 심정이었음) 밤 10시까지 남아서 공부했다 ㅋㅋㅋ친구들이 스티커가 최고의 동기부여 수단이라며ㅋㅋㅋ마법의 스티커라며…ㅋㅋㅋ
아직 시험기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8시 정도만 돼도 도서관에 사람이 거의 없다. 물론 다른 층에, 다른 도서관에도 몇명 있겠지만 이렇게 한줄이 완전히 비면 도서관 전세낸 기분.
크리스마스 분위기 낸다고 학교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는데 중앙도서관에 있던ㅎㅎㅎ 우리집에도 트리 없는데 학교 트리 주제(?)에 쓸데없이 좋은 퀄리티.
원래 크리스마스 시즌이라고 특별히 기분이 더 좋다거나 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선물도 받고 어쩌다보니 크리스마스마켓도 세번 정도 가고. 이 쓸쓸한 계절에 소소한 행복인 것 같다. 상술에 놀아나면 안돼! 라며 텅텅 빈 내 통장을 사수해야 하는게 좀 힘들지만.
Blog Comments
Mina
December 8, 2016 at 11:14 am
댓글 달려고 컴퓨터를 켰어요! (!!) 아이폰으로 핸드폰을 바꾸고 나서 마음에 안 드는 것 중 하나가 핸드폰으로 댓글을 못 단다는 것(..)
그나저나 눈이 아니라 미세 먼지가 얼어 붙은 거라고요?! (동공지진) 말도 안돼 ㅠ_ㅠ
요즘 춥긴 진짜 추운 것 같아요. 새로 산 코트는 옷장에 처박혀있고 제 취향이 아닌 파카지만 따듯하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꺼내입게 되네요 ㅠ_ㅠ ㅋㅋ
플래너에 있는 '언제 공부할래!"에 빵터졌네요 ㅋㅋㅋ 저는 중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플래너를 열심히 쓰는 편이었는데 이젠 완전 디지털화 되었어요 :P 나중에 다시 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긴 한데… 안그래도 무거운 가방에 뭔가 더 넣는 게 싫어서 ㅋㅋㅋ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날로그 감성 충반하게 플래너 잘 쓰는 분들을 보면 너무너무 부러워요 :D
전 요즘에 Punsch를 사서 집에서 쏠쏠하게 데워 마시고 있어요 ㅋ_ㅋ 소파에 앉아서 두꺼운 이불 껴안고 호록 호록 마시면 그것만한 겨울나기도 또 없더라구요 ! 소소한 행복!
Sue
December 8, 2016 at 10:51 pm
저도 처음에 미세먼지라는 얘기를 듣고 '설마 독일이…' 했는데 기사도 여러번 나고 사람들 대화도 엿들으니까 다들 그 얘기하더라구요ㅠㅠ 근데 그걸 알기 전에도 눈이 뭔가 특이하다고 느꼈었기 때문에 맞는 것 같아요. 근데 나무에 쌓인 모습이 정말 너무 예쁘더라구요ㅋㅋㅋ보기만 좋음ㅋㅋ 뮌헨은 어때요? 이런 눈 없었나요?:)추우면 패션 따위 포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 껴입으니까 또 실내에서 문제더라구요. 난방은 어찌나 잘 되는지. 바지 안에 있는 내복을 벗을 수도 없고 약간 딜레마ㅋㅋㅋㅋ
제가 쓰는 플래너 너무 거대해서 사고 나서 조금 후회하긴 했어요. 처음에 진짜 벽돌 들고 다니는 느낌이었는데 종이를 엄청 뺐더니 그나마 괜찮아지더라는ㅎㅎㅎ 그냥 자기 만족이죠 뭐. 해야 할 일 확인하고 스티커 딱딱 붙이고! 그런데 저같이 단순한 사람은 저런게 동기부여가 되더라구요ㅋㅋㅋ
가비
December 8, 2016 at 7:49 pm
헐 대박….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 소복히 쌓여있는 줄 알고 소리지르고 강아지마냥 동동 거렸는데….미세먼지가 얼은 거였어요? 가짜였어요? 대박….소름….진짜…소름….눈 인줄 알았는데 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사진 잘 찍었는데용?ㅎㅎㅎㅎㅎ
내가 페북 찾아서 사진 보여주면서, 이거 언니 손이야 하니까 귀엽다고ㅋㅋㅋ 근데 왜 옆으로 찍었녜요ㅋㅋㅋㅋㅋㅋㅋ 좋아요 하나 갑니다아앙
그나저나 일도 하고 열심히 살고 있네요! 도서관에서 공부했던게. 밤새서 학교에 있었던게 너무 옛날 옛적 일이라…
지금은 책상에 몇시간 앉아잇는건 상상도 못 하는ㅠㅠ
요새 너무 독일어에 달고 살았더니 머리가 넘 아파요….
다들 한국가네용!!! 부러워요:) 한국 가기 전 까지 화이팅해요!
다이어리 쓰는 것도 대단하네용ㅎㅎㅎ 인내심이 없어서 끝까지 써 본 적이 없는….
Sue
December 8, 2016 at 11:01 pm
저도 집 나서면서 볼 때는 참 예쁘다 싶었는데… 흑흑 눈 별로 안 좋아하지만 미세먼지 눈이라니 그건 너무하지 않나요 ㅠ_ㅠ 인기없던 그 사진에 좋아요라도 하나 추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
저도 오래 앉아있는게 참 힘들어요. 집중력이 별로 없어서 자꾸 핸드폰 보고 그러더라구요. 앱 중에서 포모도로라는 것들이 있는데 원래 원리는 25분 집중해서 공부 5분 휴식. 이렇게 하는 건데 집중 안 될 때는 거의 10분마다 화면 확인하는 것 같고 집중 잘 될 때는 1시간 정도 연속해서 하다가 결국 또 30분씩 놀고 이러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 조금씩 딴짓을 줄여나가야겠어요. 어학공부는 더 힘들죠.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만 한다고 막 느는 것도 아니고, 문제 어떤거 푸느냐에 따라 잘 됐다가 잘 안 됐다가..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다 해야하니 그것도 스트레스고..특히 시험 준비하는 거는 또 더 짜증나던데ㅠㅠㅠ 그때는 두시간 이상 계속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시 보라고 하면 진짜 악몽ㅠㅠㅠㅠ한번에 기분 좋게 패스! 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