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pinterest
# 블로그 만남
어제 오랫동안 블로그로 소통해왔던 ‘이웃’ 한분을 만났다. (a.k.a. “할로미나씨”ㅋㅋ)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작년에 이맘때쯤 독일 정착 이후 블로그를 활발히 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분은 이과고, 나는 문과라는 점에서는 달랐지만 그 외에 학업에 있어서 많은 부분 유사한 점이 많았고, 글을 읽을 때마다 어쩜 저렇게 나와 생각하는 것이 비슷할까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나의 글은 항상 일관된 논리가 빠져 있는데, (물론 일상생활 글에 무슨 논리가 필요하겠나 싶겠지만 정보성 글에서도 마찬가지였으므로..) 이분은 항상 글이 깔끔하고 논리정연해서 새로운 포스팅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는 한다. 생각이 비슷하다보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여기에 있네!!’ 싶었던 적이 많았다. 게다가 성격도 비슷할 것만 같았다. 댓글로 정말 공감된다고 남기면서도, 항상 한편으로는 상대방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심스럽기도 했다. ‘내가 왜 너랑 생각이 같아. 그거 아니거든.’하고 불쾌할 수도 있으니. 그러나 나의 소심함으로 인한 그런 고민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나뿐만 아니라 그분도 내 글에 여러번 공감을 표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블로그를 하다보면 일상 글에 내 생각과 사생활을 솔직하게 오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실제 알고 있는 (그러나 만나지 못하는) 지인들보다 내 블로그 독자들이 내 근황에 대해 더 잘 아는 경우가 생긴다. 마찬가지로 나도, 생전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도 블로그 글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잘 아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고 그것을 넘어서 친근감까지 생기고는 한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게 되면 그 ‘환상’이 깨질까봐 그동안은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에게 쉽게 만나자고 하지를 못했다. 학기 중에 시간이 없기도 했고. 그러다가 문득, 모든 것에도 ‘타이밍’이 있는데 지금이 아니면 계속 시간이 안 맞아 미루다가 영영 못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만나자고 말하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이 안 된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잘 맞을 것 같다는 근거 ‘있는’ 확신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니까…처음 얼굴 보고 인사한 몇초 빼고는 어색할 틈조차 없었다ㅋㅋㅋㅋ 그리고 진짜 웃겼던 것은 우연히 음식, 음료, 케익도 다 같은 걸 선택했다 ㅋㅋㅋㅋㅋㅋㅋ 도플갱어세요? 하면서 엄청 웃었다. 얘기를 나누다보니 8시간이 그냥 슝- 지나갔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하기 망설여지는 직설적인 속마음 얘기도 아무 걱정 없이 나눌 수 있었다. 왠지 오해없이 다 이해해줄 것만 같아서.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타인의 이야기(특히 험담…-_-)가 아닌,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내가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블로그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된 것 같아 너무 뿌듯했다. 다음에 또 봐요..♥*그런데 이제 보니 블로그 한다는 사람들이 만나서 사진 한 장을 안 찍었다…
#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것
블로그로 알게 된 사람을 실제로 만난 건 두번째였는데 이전에 만난 경우는 같은 도시에 산다는 이유로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만났기에 조금 다른 상황이었다. 이때는 솔직히 더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서로 잘 맞았고 앞으로도 자주 볼 것 같다. 그러나 원래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친하게 지내는 것에 엄청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지난 교환학생 때도 정말 이상하고 무례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고 여행 갔다가 같은 호스텔 방에 묵어서 어쩌다 하루 동행한 사람이 상상초월로 다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굉장히 고생했던 경험도 있다. 생각해보면 한국에 있어도 모든 사람과 잘 맞는 게 아닌데, 그게 외국에서 만났다고 달라질리가 있나. 외국에서 만난 한국인 중 잘 맞는 사람은 한국사회에 대한 비슷한 비판 의식을 갖고 있거나 한국인을 멀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한국인끼리 뭉쳐다니는 걸 경계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같이 다닌다는 게 엄청난 아이러니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연히 한국인을 만나도 절대 먼저 아는 척을 안 한다. 심지어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교 같은 과에도 한국인이 여러명이 있어서 자주 마주치는데 서로 한국인인 것을 알면서도 아는 체를 안 하고 따로 다닌다.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알 수는 없으나, ‘우리 서로 한국인인 것 가지고 친한 척 하지 말고 각자 알아서 잘 살자-‘이런 무언의 동의를 한 것 같은 느낌ㅋㅋㅋ만약 같이 다니다가 안 맞으면 정말 피곤할 것이기에. 외국에서의 한인사회는 좁다. 한인교회 같은 한인 커뮤니티에 절대 들어가고 싶지 않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은 다 좋았기 때문에 내가 그동안 너무 지나치게 한국 사람들을 경계하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실 한국인을 만나면 좋다. 우선 한국어로 막힘 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크고, 한국의 문화를 일일이 설명할 필요 없이 통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외국인과 친하게 지내도 일정한 장벽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한국인과는 그런 부분이 아무래도 더 적다. 그러나 ‘한국인의 전형적 특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내가 이래서 한국을 싫어했지. 하고 새삼 깨닫게 되면서….한국인과 다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긴다.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한국인들끼리는 친해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보니 그만큼 멀어지는 속도도 빠른 것인가 싶기도 하고. 결국 인간관계는 복불복인 것이겠지? 넓은 인간관계보다는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 내 성격 탓인가 싶기도 하다.
Blog Comments
Lividk
September 19, 2016 at 5:07 pm
저도 공감해요. 한국에서 한국사람이란 이유로 모든 사람과 교제하지 않는 것 처럼 해외에서도 한국인이라고 해서 만나면 전혀 맞지 않는 사람도 많죠. 블로그를 통해 혼자 매우 가까워진 것 같은 이웃과 언제 한번 용기를 내거나 기회를 만들어 만나면, 아무래도 이미 얼굴 없는 소통을 통해 서로 마음이 맞아 만난 거라 그런지 참 좋았어요. :) 수수님이 쓰신 것처럼 글을 쓸 때 생각이나 사생활이 많이 드러나게 되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할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라 불필요하게 가십거리갖고 이야기할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도 같고요. :D
Sue
September 20, 2016 at 2:21 pm
'얼굴 없는 소통'이라는 표현이 좋네요ㅎㅎ 어느정도 교류하다가 실제로 만나는거니 이미 거기에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던 측면인데, 확실히 블로그를 하다 보면 평소에 그냥 지나칠 뻔한 생각이나 사건들을 붙잡을 수가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만났을 때 상대방의 이야기를 다시 물어볼 수도 있구요. 친한 친구도 오랜만에 만나면 "잘 지내?" "응. 그냥 그렇지 뭐" 맥빠진 대화를 하는 경우가 엄청 많았거든요..ㅠ_ㅠ
Mina
September 19, 2016 at 7:19 pm
우아앗 뭐죠 이 러브레터를 받은 것만 같은 기분은?! 하트뿅뿅 ❤.❤ㅋㅋㅋㅋ
우리 시키는 음식 음료 케잌 다 똑같아서 나중엔 좀 무서웠다구요 ㅋㅋ 안그래도 생각도 완전 비슷한 사람이 나랑 먹는 취향까지 같다니(..)
저도 한인 커뮤니티는 피하는 편이고 랜덤하게 한국 사람을 만나는 것엔 약간의 경계심이 있지만, 이렇게 가끔씩 한두 명 마음이 잘 맞는 한국인을 만나는 기회는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외국에 있으니 더더군다나요. :D
우리 다음엔 또 만나용! 다음 번엔 제가 아욱국으로 갑니다요잉~��
Sue
September 20, 2016 at 2:23 pm
ㅋㅋㅋㅋ최근에 러브레터 여러번 받는 기분이시죠? 헤헤❤ 저는 벌써 다음번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