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를 채워넣으며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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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를 무슨 내용으로 채워넣을까 고민하다가 자기성찰과 자기칭찬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성찰, 자기비판은 내 주특기. 정신상태 많이 안 좋을 때는 비판과 비난이 다른 사람에게 향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내 스스로에게 가장 까다로운 편이다. 이번에 블로그를 새로 만들고 자기소개 항목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뜬금없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외국 생활 블로그는 보통 카테고리를 어떻게 나누고 ‘About me’ 항목을 뭐라고 채워넣는지 궁금해져서 참고하려고 이 블로그 저 블로그 검색을 해봤는데 누가 간단하게 자신의 이름, 직업, 취미 등을 키워드로 나열한 것을 보고 저렇게 해볼까 싶었다. 그런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이 MBTI 유형을 적은 것이었다. 심리테스트를 워낙 좋아했던 데다가 주위 사람들과 서로의 유형을 공유하고 자신에 대해서 얘기한 기억이 많은 터라 이런저런 유형에 맞춰 나를 설명하는 데에는 능하다. 사람은 각기 제각각이지만 자신이 놓인 환경에 따라 비슷비슷한 사람들과만 지낼 때가 많은데 (예를 들어 나는 외고를 나왔으니 고등학교 때 예체능계나 이과 유형의 사람들을 만난 일이 드물었고, 대학교도 처음에는 주로 인문대생들과만 지냈는데 학문의 영향을 받는건지 애초에 그런 사람들이 그 과를 선택하는 건지는 몰라도 서로 성향이 비슷비슷한 편이었다) 다른 단과대 사람들과 동아리 활동을 하고 그들과 대화를 하다보니 진짜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하는 충격이 있었다. 그나마 같은 대학교 대학생이고 같은 관심사가 있어서 동일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접점이 많은 편이었는데도 정말 신기했달까.
 
원래 심리검사 결과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아서 뭐든 ‘맞아. 난 이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름 신빙성이 있다고 느꼈던 것은, 다른 유형을 읽으면 나한테 전.혀. 해당이 안 되는 항목도 많기 때문. 예를 들어 내가 MBTI로는 ISTJ인데 검사해보면 T와 J는 조금 약한 편이라 ISTP 또는 ISFJ 등도 어느정도 나와 맞고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내 모습이 검사받을 당시에 어떠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E 성향이나 N 성향이 들어간 것은 나와 전~혀 다르다. 한때 같이 일을 하던 사람과 트러블이 너무 많아서 (서로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진짜 뼛속부터 ’근본적으로‘ 안 맞아서 힘들었음) 저 사람은 참 착하고 좋은데, 그리고 내가 저 사람을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사건건 우리는 부딪히는 건가 싶었는데 우연히 서로의 MBTI 유형을 공유하게 되고 집에 와서 그 사람 유형을 검색해봤는데 맙소사. 나의 유형과 완전 상극이라서 서로 엄청 안 맞을 거라고 적혀 있네. 굉장히 신기했었다. 그것도 ’가장 안 맞는 유형‘ 콕 집어서 하나 적혀 있었는데…! (참고로 모든 기호가 완전 반대인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ENFP인 사람들도 여럿 알고 지냈는데 아무 문제 없이 매우 잘 지냈다) 물론 그것만 보고 ’저 사람과는 안 맞으니 그냥 관계를 포기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지만 이미 서로 안 맞는다는 것을 너무 적나라하게 확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안 맞아서 그렇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홀가분했달까.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리고 보통 이런 심리검사는 결국 그 심리검사를 푸는 ’나‘의 영향을 받아서 굉장히 주관적인 평가일 수밖에 없는데 나는 그 점이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나‘를 확인해볼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상대방의 유형을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 상대방이 ENFP라고 한다면 실제로는 저 유형이 아닐 수 있어도 본인이 생각하는 또는 추구하는 자신의 모습일테니 그것만으로 상대방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편견을 가지고 상대를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위험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상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달까.
 
특히 3년 쯤 전에 이런 식의 심리유형검사를 하고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흥미가 떨어져서 생각을 안 해본지 오래 됐었다. 사실 내 성격과 인격 걱정할 때가 아니라 당장 내 미래의 구체적 진로 고민하기 바빠서(…) 그런데 이번에 MBTI 찾아보고 에니어그램 찾아보면서 문득 자기성찰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유형을 알고 나면 좋은 점은 취하고 나쁜 점은 보완해나가야 할텐데 (사실 이런 마인드는 완벽주의자인 내 성격적 특성이기도 함. ‘완전한’ 성격을 갖고 싶은 욕구) 한편으로는 ‘나는 이런 사람이야.’하고 내 모든 생각을 어떤 기준이나 틀 안에 가두어버리는 면이 있어서 이런거에 너무 빠져 살 때는 그게 내 감정 상태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멀리 한 것도 있다. MBTI는 그런게 좀 적은데 에니어그램은 어떤 사람의 강점보다는 약점을 꼬집는 면이 강해서 유형풀이를 봐도 보통 대안을 제시해주는 편이다. MBTI는 “이런 유형의 사람은 이러이러함~”(서술도 비교적 중립적)에서 그친다면 에니어그램은 “이런 유형의 사람은 상태가 좋을 때는 이런식, 상태가 나쁠 때는 이런식인데 나쁠때는 이런이런 게 많이 안 좋으므로 되도록 모 유형의 장점을 취해서 이런이런 부분은 보완하는 게 좋음~”식이다. 내 유형의 경우는 지나치게 기준이 까다롭고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하다는 점, 상태 안 좋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도 너무 많은 잣대를 들이대서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인데 – 그래서 대안은 높은 기준을 내려놓고 자신과 타인에게 관대해지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강박을 갖지 말아라 – 정작 에니어그램 서술 방식은 대안을 제시해주므로 내 유형의 사람에게는 더 압박 아닌가.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를 내려놓으라면서 왜 나에게 더 많은 조건들을 갖다붙이는건데 ㅋㅋㅋ그래서 그 모순을 느끼고 일부러 좀 멀리했는데 최근 들어 겪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다시 생각해보니 모든 것은 역시나 ‘내 자신에게 너무 까다롭게 굴어서’였다. 열심히 사는 것 vs 여유롭게 사는 것 사이에서 갈등한 것은 결국 어떤 ‘이상적이고 완벽한’ ‘행복한 삶’에 대한 기준이 있을 것이라는, 그래서 그 완전한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내 강박이 아니었을까.
 
해야 할 일을 굳이 만들지는 않아도 나는 그냥 천성적으로 주어진 것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주어진 게 없을 때는 아무것도 안 한다는게 함정) 그러니까 기준을 좀 내려놓는다고 내가 인생 망칠리는 없다. 그래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스스로에게 칭찬을 많이 해야겠다는 것. 그동안 나름의 작은 성취들이 있어 왔는데 나에게는 그것들이 ‘당연한 것’,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사실 한국에서는 그런 것들을 말하는 게 잘난척 같기도 했고, 왠지 겸손해야 할 것 같기도 했고. 그런데 여기서는 사람들이 작은 일도 엄청 큰 일인 것처럼 말하고 (과장이 아니라 본인들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 일에도 함께 정말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칭찬해주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들이 자존감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 없고, 좋은 일 있으면 알리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겸손이 미덕’이라는 그 말 때문에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마음껏 기뻐하고 자랑하지 못했나. 또한 다른 사람의 ‘사소한’ 성취에도 함께 진심으로 기뻐해주지 못했나. 안 좋은 반응(시기나 무시)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그릇이 좁은거니 관계정리도 하면 좋고. 나를 경쟁자로 생각하는 사람과는 친구를 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니까. 그래서 이 블로그에는 좋은 일 있으면 마음껏 쓰고 마음껏 자기자랑을 하고, 내가 마치 대단한 사람인양 스스로를 자랑하고 싶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가 느끼는 그대로 솔직하게. 그러나 성격상 역시나 자기성찰의 비중이 더 클 것 같기는 하다.
 
 
 
 
* 이번에 MBTI 다시 검색해보다 발견한 사이트 : https://www.16personalities.com/

웹사이트 자체가 깔끔하게 잘 되어 있고 설명도 꽤나 상세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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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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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Comments

첫 댓글! :) 새로운 모습이라서 반갑다!

첫 댓글 고맙당ㅋㅋ 자주 놀러와 :)

예전에 심리검사 받았을 때 결과가 기억이 안 나서 다시 해봤는데.. 저도 ISTJ가 나왔어요. 주어진 일을 잘 하는 사람이죠 하하 ㅋㅋㅋㅋ 이런 사람이 많으면 세상이 잘 굴러갈 거라고 얘기하시던 심리상담사 분이 생각나네요. 전 지난 번 검사에서는 E랑 I가 애매하게 섞여있었어서 상담가 분이 말씀하시길 천성이 I인데 교육적으로 필요에의해 E가 늘어난 거라고 했는데, 독일와서 다시 I가 폭발한듯(..) 다음 번에 만났을 때 할 이야기가 늘었네요! (찡긋)

솔직히 유형이 비슷할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어요ㅋㅋ 미나씨가 ISTJ가 아니라 완전 딴 유형이었으면 그게 오히려 엄청 놀라운 일이었을 것 같다는…!예전에 들은 바로는 E와 I를 구분하는 쉬운 방법은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하느냐에 달려있대요. 외부활동으로 인해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면 E, 오히려 에너지를 다 잃어서 집에서 다시 충전해야 하면 I라고.(집…집순이..) 그래서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고 엄청 활발해 보여도 의외로 I 성향이 높은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런데 반대의 경우, 엄청 얌전하고 조용해 보이는데 E성향이 높게 나오는 사람은 저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ㅎㅎ (찡긋)<- 이거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찡긋* 곧 봅시다아앙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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