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임신] 독일에서는 임신부터 출산까지 전부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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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부터 말하자면 케바케, 네니요 정도.

우선 독일은 건강보험료가 엄청 세다. 예를 들어 수입이 전혀 없는 대학생이라도 가족보험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 (예 유학생이나 교환학생 등의 신분) 최소 15만원 정도를 매달 내야 한다. 수입이 있는 경우는 또 비율에 따라 더 납부하고.. 그러다보니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대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때 따로 납부해야 되는 금액은 보통 없다. 사보험을 들 경우는 본인이 내고 나중에 보험사에서 돌려받는 식이라고 들었는데 사보험에 대해서는 잘 모르므로 패스. 돈이 많이 드는 검사도 필요에 따라 받을 경우는 전부 무료이다. 문제는 그 “필요”라는 것을 판단하는게 의사들인데 (당연히 법으로 정해진 것도 다 있겠지만) 한국에 비해서 훨씬 까다롭게 따지므로 “불안한데 이런 검사 좀 해보면 안될까요?” 이런게 안 통한다. 웬만해서는 잘 안 해주고… 그래서 독일인들 자체도 어디 아파도 바로 병원을 달려가지 않고 (애초에 Hausarzt 제외하고는 동네 병원 예약 잡으려고 해도 최소 두달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대학병원이 아니라 동네 병원이 말이다;;;) 참으려고 하는 편이다. 좋은 점은 이 공보험으로 큰 병도 거의 다 커버된다는 것. 즉 갑자기 암에 걸렸는데 병원비가 없어서 빚을 내야 해서 집안이 풍비박산 난다거나 그런 건 없다. 보험처리가 다 되기 때문.

임신, 출산도 마찬가지이다. 임신 때문에 정기적으로 진료 받는 것 자체는 돈이 안 든다. 물론 매주 가서 초음파 보는 건 불가능하다. 위에 설명했듯이 예약 잡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갑자기 배가 아프거나 피가 난다거나 하는 응급 상황이 아니라 단지 내가 보고 싶어서 가는 것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초음파의 경우는 임신기간동안 세번 보험에서 커버가 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임신 1분기, 2분기, 3분기 검사) 나의 경우는 임신 1분기 검사는 11주차에, 임신 2분기 검사는 21주, 임신 3분기 검사는 31주에 했다. 그런데 5주(임신확인), 7주에도 초음파를 했었는데 그건 비용청구를 따로 안 했다. 임신확인 차원에서 커버를 해주는건가? 38주차에 한 초음파 검사도 무료로 해줬고, 예정일 대학병원에서 했던 초음파 검사도 무료였다. 막달에 아기 상태를 확인해야 해서 하는 초음파 검사는 또 커버해주는 건가? 정확한 기준을 모르겠다. 그 외에 내가 따로 원해서 하는 초음파 검사는 40유로였는데, 이게 산부인과마다 다 가격이 다른 모양이다. (참고로 네이버에 행복한독일맘이라는 카페가 있는데 거기 후기를 읽으면 역시 산부인과마다 다르구나, 케바케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간 산부인과에서는 초음파 사진도 줬는데 어떤 곳은 초음파 사진은 따로 돈을 내야 받을 수 있다고도 하고;; (한국식 동영상은 기대도 하지 말자.) 총 14번의 검진 중에서 11번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그 중 7번은 무료로 했고 4번은 사비로 했다.

그리고 추가로 Geburtsvorbereitungskurs (출산준비교실), Hebamme (조산사, 산후도우미의 역할을 하는 직업) 방문, Rückbildungskurs (산후운동교실?) 비용이 전부 커버된다.

그러나 모든 게 공짜인 것은 아니다. 항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여러 피검사들은 추가 비용을 내야 하고 기형아 검사나 정밀초음파 같은 것들도 기본적으로 보험처리가 안된다. 다만, 보험사에 따라서 비용 청구서를 제출하면 추가적으로 비용을 처리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우 결국은 보험처리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가입한 DAK의 경우는 파격적으로 500유로나 추가로 지원해준다. 산부인과 의사한테 그 사실을 말하니 보통 많아도 250유로 정도 커버되는데 꽤 많이 되는 거라고 했다. 보통 구글에 “(보험사 이름) + Schwangerschaft(임신)”이라고 치면 보험사에서 제공되는 임신 관련 정보들이 나오므로 어떤 부분들이 얼만큼이나 비용처리가 되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나의 경우는 항체 확인하는 피검사들, 목투명대 검사, 초음파, 의사가 처방해준 영양제 등이 커버가 됐다. 그래서 사비로 내고 한 4번의 초음파 검사도 결국 보험사에서 돈을 돌려 받았다.

한가지 또 케바케가 적용되는 것은, 고위험 산모라고 판단되는 경우 많은 부분들이 추가적으로 보험처리가 된다는 것!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만35세 이상의 산모일 경우 (그러나 정확히 어떤 항목이 보험처리 되는지는 문의해봐야 함. 그리고 워낙에 자주 바뀐다), 이전에 유산의 경험이 있거나 임신초기에 문제가 있었거나 유전적인 질병이 의심되는 경우 등. 그러면 보통 의사가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라고 권하고 그렇게 의사 소견에 의해서 검사를 하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보험처리가 되는 것 같다. NIPT 검사의 경우는 안 됐는데 작년 기사에는 빠르면 2020년 후반부터 필요에 따른 검사에서는 보험료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으니 앞으로는 이것도 커버가 될 수도?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의사가 따로 받아봐야 한다고 권하지 않은 이상 자신이 직접 부담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 일부는 보험사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항목이냐에 따라.

이런 “자발적으로” 하는 추가 검사들은 병원에 따라서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 설명을 듣고 할지 안 할지 결정하면 된다.


 

아래는 내가 추가로 받았던 검사들과 대략적인 비용:

1.Toxoplasmose 톡소플라즈마(11주, 25주) 15유로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다는데 그래서인지 나도 항체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평소에는 걸려도 문제가 안 되지만 임신 기간 중에 감염되면 큰일 나서 조심하라고 했다. 익히지 않은 고기나 고양이 똥을 조심하라는데 뭐 나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고기는 바싹 익힌 것만 먹었다. 항체가 없었기 때문에 원하면 임신 중기와 후기에 추가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중기에 한번 더 받고 후기에는 안 받았다.

2. Cytomegalie 거대세포바이러스(CMV) (11주) 30유로

대체 이 병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으나 항체가 있다고 나왔다. 항체가 있으면 다음 임신 때는 검사 안 해봐도 된다고 함.

3. Parvovirus B19 (Ringelröteln) 전염성 홍반(11주) 35유로

항체가 있다고 나옴. 이것도 항체가 있으면 다음 임신 때는 검사 안 해도 된다고 함.

피검사할 때 피를 뽑는 비용 5유로와 상담비용 20유로를 추가로 받아서 1, 2, 3번 검사를 한꺼번에 했을 때 총 105유로가 나왔고 임신 중기에 톡소플라즈마만 따로 했을 때 40유로나 나왔다.

4. Ersttrisemester Screening / Nackenfaltungmessung 목투명대검사 & 피검사 (13주) *:

한국에서는 1, 2차 기형아 검사라고 부르는 검사. 여기서는 한번에 한다.다른 사람들 후기를 보니 모든 산부인과에서 다 해주는 건 아니라서 어떨 때는 다른 산부인과나 병원으로 안내해주는 것 같다. 내가 다닌 산부인과에서 내 담당 의사 선생님은 이걸 못 했는데 원장 선생님의 경우는 자격(?)이 되셔서 편하게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었다. 목투명대 외에 이런저런 장기들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한다. 가격은 150유로.

이 검사에 포함되는 피검사의 경우는 한국은 여러가지를 검사하는 것 같던데 독일은 PAPP-A 와 freie ẞ-hCG만 (한국어로 뭔지 모름..) 한다. 이건 외부에 보내서 결과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나오지는 않고 일주일 정도 후에 산부인과에서 전화로 결과를 미리 알려주고 다음에 방문하면 결과지를 받을 수 있다. 다른 항체 검사의 경우는 문제가 있을 경우만 전화를 했는데 (그래서 전화가 온 적 없음) 기형아 검사의 경우는 결과가 어떻든 무조건 전화를 해주기 때문에 전화가 와도 겁먹지 말라고 미리 당부를 해줬다. 이건 50유로.

(목투명대 말고 다른 기형아 검사로는 NIPT 검사가 있는데 독일에서는 회사명에 따라 보통 하모니 아니면 프레나 검사라고도 불린다. 가격은 검사를 얼마나 상세히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00 유로 정도 나온다고. 내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은 목투명대 검사를 더 추천해서 NIPT는 안 했다.)

5. B-Streptokokken B형 연쇄상구균 (35주) 40유로

걸렸을 경우 출산시 아이한테도 가서 항생제 처방을 해야 한다고. 보험 처리는 안되지만 막달에 반드시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그런데 어떤 출산병원의 경우는 아예 출산 전에 필수로 검사를 하기도 한다. 그 경우 굳이 따로 할 필요가 없다.

그외에도 정밀초음파, 3D/4D 초음파* , 양수 검사 등이 있는데 나는 전부 받지 않았으므로 자세한 사항은 모른다.

*2021년 1월1일부터 독일에서 의료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3D/4D 초음파 촬영이 금지되었다.


 

출산과정출산 후 병원 입원비도 기본적으로는 무료이다. 한국은 출산과정에서 무통주사, 촉진제 등을 사용할 경우 비용을 따로 내야 하던데 독일은 그런 것 없다. 공보험은 전부 커버된다. 출산 후 입원할 때 기본적으로 2인실이나 3인실로 배정되는데 그것도 무료이다. 다만 1인실이나 가족실 (보호자도 같이 지낼 수 있게 만든, 따지고 보면 2인실)을 선택할 경우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데 보통 미리 예약을 못 하고 출산당일 자리가 있으면 신청할 수 있다. 병원마다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내가 간 병원의 경우 1인실 1박에 125유로였다. 이건 내가 든 보험사에서 부담을 해주지 않았는데 어차피 이미 추가 검사들로 금액이 초과된 상태였기 때문에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보험사에서 500유로를 추가적으로 지원 받은 덕분에 임신 과정에서 든 비용은 0유로에 가깝고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지만 아마 많아봤자 30유로 정도 자비였을 듯?) 출산 후에 1인실 입원해서 추가적으로 든 비용이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공보험이고 (사보험은 아예 시스템이 다름), 심지어 같은 보험이어도 병원에 따라, 산모 상황에 따라 비용과 혜택 범위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꼭 직접 알아봐야 한다. 그래도 대략적으로 어떤 검사들이 있고 비용은 어떤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이었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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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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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Comments

한국서도 주기적으로 촘파 진료 보러 오라고 하고 전부 보험으로 커버되지만 (다행히 내가 아무 일이 없어서 그런지) 아기 촘파 사진 남기러 가는 느낌이었어 ㅋㅋㅋㅋ 아기 성장 상태 파악하고 아… 애가 크니깐 제왕 잡아야겠다 맘 다잡는 정도?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렇게 촘파 많이 보는걸 의료제도 차이도 있으니 외국과 비교하면 안된다고 하더라고 (그 비교대상이 독일은 아니라 미국인듯)

나도 입초는 따로 돈내야 하기도 하고 애한테 해가 갈 수도 있다는 말 들어서 안봤는데, 막달에 서비스(?)로 아기 얼굴 정도 확인은 해주시더라고

워낙 저출산이다보니 임신바우처라고 나라에서 100만원 주는게 있어서 그걸로 산부인과 비용 커버한다던데 나는 니프티 50만원 쓰고 입덧약에 털고 나니 (입덧약 끊자마자 그 이후에 보험적용 되는 걸로 정책바뀜 ㅋㅋㅋ) 임신 중기부터는 내 돈 쌩으로 나갔음 ㅜㅜㅋㅋ 그런데 완전 기본적인 진료만 받고 정기진료 외에 촘파도 안보러 간다는 전제 있으면 실제 저 100만원 안에서 해결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더라-엽산이랑 철분제도 보건소에서 주는데 지나서 생각래보니 저출산국가에서 적어도 출생 자체에 들어가는 아주 기본적인 비용은 부담 없게 해주어야 하는게 맞는거 같음

100만원이면 지원 많이 해주네! 독일은 많은 부분 커버되는 대신 정말 딱 기본만 해주는 느낌. 그 이상 하고 싶으면 비싸고. 그마저도 산부인과마다 차이가 있더라. 그리고 워낙 자연주의를 추구해서 한국처럼 선택제왕 같은 것도 없고 무통주사도 잘 안 놔주려고 하고ㅋㅋ 의지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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