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지나고 2021년이 왔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왠지 어색한 기분. 코로나로 인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삶이 변했다. 어떻게 보면 힘들지 않았는데, 또 어떻게 보면 참 힘든 한 해였다. 원래 큰 목표도 없이 시작했었고, 2019년 자체도 나에겐 딱히 기분 좋은 해가 아니었어서 (약간 방향을 상실한 채로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해) 2020년도 그렇게 큰 계획이나 기대를 갖고 시작하진 않았었다. 무척 긴 포스팅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벌써부터 뭘 했는지 가물가물한 나 자신을 위해서 적어보는 포스팅이다. 제대로된 정보성 글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상 포스팅도 아니고 의식의 흐름으로 열심히 적어보는ㅎㅎ
처음에 중국에서 코로나가 심해졌을때 독일은 비교적 잠잠했다. 중국에서 출장 온 중국인으로 인해 한 회사 내의 감염이 심했지만 그 외에는 큰 문제없이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다가 확진자 수가 치솟아서 3월말부터 락다운이 시작되고 말 그대로 경제가 올스탑이 되었다. 생활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슈퍼, 약국 등을 제외하고 상점이 전부 닫았고, 음식점도 배달이나 픽업만 허용됐고, 사람도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만나는게 불가능했다. 그게 한달가량 지속됐다. 이때만 해도 마스크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의견이 분분했던 걸로 기억한다. 애초에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어느 정도 마스크 생산량이 있던 한국과 달리 기능성 마스크는 둘째치고 마스크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독일이라서 “마스크를 써도 효과 없어요. 내가 걸렸을 때 남이 안 걸릴 수 있지만 나를 보호하지는 못해요” 이런 논리를 펼쳤다. 그런데 모두가 남을 보호하면 결국은 나도 안 걸리는 거 아닌가? 그런 얘기 들으면서 이게 말이야 방구야 싶었다. 그러나 어쨌거나 바이러스를 차단해 줄 수 있는 FFP2 마스크는 지금도 귀한 상태고 이때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으면 말 그대로 난리가 났을 것 같다. 인터넷으로도 마스크를 구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마스크를 쓰는 사람을 바보 취급했던 것. 지금은 마스크가 필수이지만 기능성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다수는 면마스크를 쓴다. 그냥 코를 개방하기도 하고, 그 면 마스크를 제대로 빨지 어떨지 모르니 아무리 마스크가 필수라고 해도 효과는 여전히 좀 떨어질 것 같다. 이상한 플라스틱 가림막만 쓰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도 요즘은 어느 상점이든 입구에 손소독제가 구비되어 있어서 열심히 사용하면 어느 정도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아 그리고 휴지와 파스타가 전부 동났던 코미디도 기억나네. 정말 아직도 미스테리이다. 왜 다들 그렇게 휴지를 산 거지ㅋㅋㅋㅋㅋㅋ
남편 회사는 단축근무에 들어갔다. 정확하지는 않은데 원래의 한 70%만 일했나 그랬다 (이게 풀어진 건 부서마다 달랐지만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됐다. 아직도 지속되고 있기도). 운 좋게도 남편 부서만 유일하게 단축근무에서 제외돼서 우리는 경제적인 문제는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걸로 인해 엄청 고생했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문제도 어마어마했다. 남편이 일하는 직군은 전국적으로 일하는 시간과 월급이 정해져 있는데 그게 주 36.5시간이다ㅎㅎㅎㅎ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 할 시간ㅋㅋㅋ) 근데 할 일이 많다보니 이걸 지키는 사람은 없고 그동안 당연히 다들 초과근무를 기본으로 했다. 근데 70%로 줄이라고 하면서 일하는 시간을 매우 철저하게 관리해야 했고 결국은 30%가 아니라 (원래 다들 120% 이상 일했으니) 훨씬 많이 줄어든 것이다. 주 25시간만 일해야 하는데 교대근무를 하는 시스템이라 결국 다른 사람들은 주 3일 정도만 일하게 됐고…. 휴가는 또 그대로니 휴가철에 일할 사람은 더더욱 없고.. 근무시간표 짜야 하는 남편 동료는 다른 일은 거의 못하고 시간표 짜는 데만 어마어마하게 시간과 스트레스를 낭비해야 했다. 그래도 잘린 사람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다른 자영업자들은 파산하고 해고하고.. 정말 손해가 어마어마했다. 여전히 그 손해는 진행중인 것이고.
지난 몇년간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그놈의 Datenschutz..) 재택근무는 불가능하다고 하더니만, 코로나로 인해 순식간에 재택근무로 전환이 되었다. 처음에는 두 팀으로 나눠서 재택근무를 번갈아 가면서 했는데 직장동료들이 친한 친구이기도 해서 팀이 다른 경우는 아예 만나지 못하게 했다. 나중에는 이마저도 관두고 전부 다 재택근무로 바뀌었다. 남편은 거의 백프로 재택근무를 했다. 그래도 이게 가능해서 다행이었지, 업무상 재택근무 불가능한 사람들은 힘들었을 것 같다.
이 와중에 우리는 이사를 했다. 독일에서 원래 집 구하기가 굉장히 힘든데 생각보다 여러 곳에서 답장이 왔고 집을 보고 오면 집주인이 계약하고 싶으면 계약하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세번째 집이 딱 맞는 것 같아서 2월 말쯤에 계약을 해서 3월 중순부터 입주 가능했는데 그동안 이케아 가구에 너무 질려서 Segmüller에서 대부분의 가구를 3월 초에 새로 구매했다. 문제는 우리가 구입한 가구들 중에 맞춤 제작인 것들이 있어서 두달반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두달 이상의 월세를 중복으로 내고 ㅠㅠ 5월말로 이사날짜를 잡았는데 그 사이에 코로나가 심각해진 것이다. 가구 제작을 하는 회사에서 한달 가량 휴업을 하는 바람에 (아니 왜?) 늦어지고, 막상 가구가 가구점에는 왔는데 그걸 배달하고 조립해야 하는 하청 업체에서 밀린 주문도 많고 인력은 부족해서 빨라도 2주 후에나 배달 가능하다고 하지… 결국 마지막 가구는 7월 초에 받았다ㅋㅋㅋ 일부러 두달 넘게 기다려서 이사했는데 침실의 경우는 옷장도 없고 침대도 매트리스만 있었고… 정말 기분이 좋지 않고 찝찝했다. 그래도 코로나 전에 가구를 주문해서 다행이었지 아니면 큰일날 뻔 했다.
돈도 정말 많이 들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집이 예뻐서 만족스럽다. 그리고 예전 집에는 거실, 침실, 부엌만 있었는데 지금 집은 서재가 하나 생겨서 남편은 서재에서 재택근무하고 나는 거실에서 온라인 수업 듣고 공부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이사 가기 전에는 남편이 거실에서 계속 화상회의 해야 하고 나는 지나가면서 화면이 잡히지 않게 계속 침실 침대에서만 공부하고 그래서 스트레스였는데 공간 분리가 되니까 훨씬 살만 했다..
4월 초에 원래 시험이 있었는데 취소되는 바람에 학기 중에 갑자기 시험을 치러야 했고ㅠㅠ 그래도 코로나 방역을 철저히 해서 안심할 수 있었다. 이것 때문에 교수들이나 조교들도 엄청 고생했고..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정말 막심하다. 다음 학기도 전부 온라인 수업일 텐데 2020년 여름학기에 신입생이 된 대학생들은 3년 중 절반을 온라인으로 하다니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나마 대학생들은 다행이지, 유치원생이나 학생들, 그리고 그들을 돌봐야 하는 부모는 또 엄청 고생을. 사실 이 일년간 수많은 정책들이 있었고 그것마저도 지역별로 달랐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학교 수업의 경우 처음엔 온라인으로 하기도 하고 교대로 등교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케어해줄 부모가 없고 (전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재택근무라고 하더라도 어쨌거나 ‘근무’니까) 독일에서 집에 인터넷이 없거나 전자기기가 없는 경우도 많고 아이가 여럿인 경우는 동시에 수업 못 들을 수도 있고 해서 그걸 지속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던 것이 집에서의 아동학대 증가, 빈부격차에 따른 교육격차의 확대 등의 사회적인 차원. 그래서 내가 느끼기에는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아이들은 거의 방치하는 수준으로 정책을 펼쳤다.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등교하고 정상적으로 생활하게 하는. 아이들이 잘 걸리지도 않고 치명적이지 않다고 하면서???한국은 오히려 아이들이 걸릴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였겠지만 여기는 노인들이 문제이지 아이들의 코로나 감염은 거의 문제 삼지 않았다. 사실 그걸 문제 삼고 정책을 펼치려면 일해야 하는 부모들도 난리나고 아동학대 등의 문제도 크고 하니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이들이야말로 거리 지키기가 불가능하고 어린 아이들은 마스크 쓰지도 않고, 유치원 선생님들도 마스크 안 쓰는 경우가 많았다던데 그 안에서도 알게 모르게 감염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12월에 다시 락다운이 시행되면서 아이들 겨울방학도 앞당겼고 1월도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하지만 응급 돌봄이 필요한 경우는 학교에 보낼 수도 있는듯. 전해 들은 바로는 많은 독일부모들이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다. 아이들도 불쌍하고 부모도 불쌍하고 정책을 정해야 하는 정치인들, 정책 담당자들도 다 불쌍한 상황이다.
독일은 개인정보보호의 명목으로 누가 확진자인지 절대 안 가르쳐주고 알리는 체계가 너무 구려서 (글쎄 편지로 보낸단다, 편지로…) 확진자가 발생한지 거의 2주 후에서야 자신이 확진자와 접촉자였다는 걸 알았다는 후기도 너무 많고..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그 반 아이들만 등교 안 하고 다른 반은 전부 등교하고!!!!!!!!!!양성 떴는데 2주 지나면 다시 재검사 안 하고 그냥 자가격리를 푼다던지 하는 정말 허술한 정책들이 넘쳐난다. 왜 확진자 수가 이렇게 치솟는지 놀랍지도 않다. 게다가 독일인들 중에 이걸 단순 음모론으로 취급하고 독감 수준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기가 찬다. 아니 초기에는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 몇달 간 일어난 일들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고.. 이걸로 전세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대체 누가 여기서 이득을 본다고? 단체로 시위를 벌이는 현장에 말이 안 나오고 마스크를 안 쓸 자유가 있다며, 민주주의가 침해받고 있다며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서 데모를 벌이는 거면 모르겠는데 대체 무슨 자유며 민주주의인지. 철인정치를 주장한 플라톤의 마음을 이해할 것만 같다. 뻔히 코로나 규칙 안 지키고 난리칠 게 뻔한데도 번번히 시위를 허락한 정부도 답답했는데 아마 제재할 수 법적인 근거가 부족했던 것 같고 어느순간은 다행히도 그런 모임을 금지시키고 바로바로 해산시키는 것 같다.
한국 분위기가 어떤지는 인터넷으로 간접적으로 밖에 못 접하지만, 친구들 인스타를 보면 그래도 음식점도 다니고 놀러 다니기도 하는 것 같던데 생각보다 코로나 확진자수가 늘지 않아서 신기했다. 서울 같은 곳은 인구 밀집도가 워낙에 높아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할텐데 말이다. 출퇴근길 2호선 사진 보면 정말 숨이 막히던데. 지금은 확진자 수가 많이 증가했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다. 그나마 마스크 쓰는 것에 토 달지 않고 순응하며 조심하는 분위기라 이정도이지, 독일 도시들이 서울의 밀집도를 가졌다고 상상하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럼 하루 확진자수가 10만명씩 될 것 같음..
위의 표를 보면 알겠지만 한동안은 잠잠해지는 것 같았다. 무한정 금지시킬 수는 없으니 여름에는 조금 풀어졌고 (실내 마스크 의무 등의 수칙은 여전히 있었지만) 다들 여름휴가를 즐겁게 다녀왔다. 정말 독일인들은 여행 안 가면 죽는 병에 걸렸는지 꾸역꾸역 여행을 가더라. 유럽은 국경이 다 뚫려있으니 통제는 더욱 안 되고, 공항에서도 위험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한해서만 검사를 했고, 한국처럼 자가격리 필수 이런것도 없었고, 심지어 결과 검사 받을 때까지 분리를 하거나 그런게 아니니 검사를 받고 그냥 그대로 사람들 틈에 섞여서 집으로 가게 됐다ㅎㅎㅎ 그게 다 무슨 소용. 그리고 음성 뜨면 그냥 끝. 초기나 말기면 양성인데도 음성 뜰 수 있는건데 말이다. 우리 주위에 휴가를 안 간 건 우리뿐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정말 다행히도 우리 친구들이나 남편 직장동료들은 합리적이고 이상적이어서 코로나 수칙 잘 지키려고 하고 여행도 인적이 드물고 거리 유지가 되는 곳들로 다니긴 한 것 같다. 아 내 친구의 남친은 친구 다섯명이서 마요르카에서 일주일간 파티를 했다.. 그 남친과 전혀 친분이 없었으나 마음 속으로 강력히 손절을 하고 친한 친구였는데 못 본지 반년이 넘었다. 그 친구는 나처럼 코로나 조심하고 남친의 태도로 스트레스 받았는데 그런 남친과 붙어 있으니 나로서는 어쩔 수 없..ㅠㅠㅠㅠ 근데 사실 우리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하든 우리와는 상관 없는 일이긴 했다. 아무도 안 만났어서 ^_^…
유일하게 여행을 갔던 것이 7월 중순에 잘츠부르크. 남편 생일이라고 시댁 가족들이 왔고 근처에 있는 Chiemsee와 잘츠부르크로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 사실 나는 우리를 방문하시는 것조차 안 내켰으나 (시아버지, 시어머니 두분 다 재택근무 아니라서 계속 사람들 만남) 우리가 사는 바이에른이 시부모님 사시는 곳에 비해서 훨씬 위험지역이고 시누이도 조심하는 편이고 하니까 반대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어머니도 원래 5월에 환갑잔치를 할 예정에 같이 가족여행도 계획했었는데 취소되었고, 너무너무너무너무 서운해하셔서 남편이 굳이 생일날 찾아갔는데 나는 가지 않았기 때문에 차마 아들 생일에 온다는 것마저 막을 수는 없었다. 아마 그랬으면 앓아누우셨을 것이다…..
그런데 잘츠부르크는 마스크 의무가 풀린 상태여서 카페나 식당에 가면 종업원들조차 마스크를 안 쓰고 있었다………밖에서 마스크 쓰는 것은 독일도 의무가 아닌 상태였고. 그러다보니 관광객이 많은 골목에는 사람들이 우글우글. 정말 다행히도 아무일 없이 지나갔지만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그래도 사진으로 보니 날씨도 좋고 예쁘긴 했네.
여름이 끝나가고 9월쯤 되었을때 나도 서서히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늘상 있었지만 그냥 익숙해진 것 같달까. 다들 여행도 가고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내가 너무 유난 떠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은 재택근무 시작하면서 겨우 열번 정도만 직장에 일하러 갔고, 그마저도 코로나 수칙이 철저해서 일하는 자리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 밥 먹을 때도 두명이서만 식사 등의 규칙을 지켰고, 나는 집에만 있어서 정말 평소에는 아무도 안 만났다. 남편과 장보러 갈 때도 항상 카트에도 소독제 뿌리고 마트에서 나와서 마스크 벗고 나서 손에도 손소독제 뿌리고 정말 엄청나게 낮은 확률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져도(?) 감염되지 않게 신경을 엄청 썼다. 그래서 나는 누구를 얼마나 만났는지 나열할 수도 있다.
3월에서 9월 사이에 나의 사회적인 만남은 딱 이게 전부였다: 2살짜리 아이 있는 친구 부부 두번, 그 부부 중 한명과 다른 친구 한명, 다른 친구 커플 한번, 우리 앞집 사는 이웃 가정 세번 정도, 대학교 친구 한번, 시댁 식구 한번. 워낙 집순이고 남편이 계속 같이 있으니까 괜찮긴 했는데 그게 알게 모르게 나를 우울하게 했다. 내가 집순이긴 해도 사람을 참 좋아하는데 그냥 대학교에서 수업 들으면서 아는 사람들 인사라도 하고 잡담이라도 나누는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건지 깨달았달까.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조심하다보니 누구를 만나기가 더 힘들었다. 다들 조심한다고는 하고, 합리적인 친구들이니 그게 사실이라고 믿는데, 그래도 우리만큼 극단적으로 사람을 적게 만난 경우가 거의 없어서 누구를 만나든 우리보다는 훨씬 위험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친구를 안다고 해도 그 친구가 만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 사람들인지까지는 절대 알 수 없으니. 그리고 그 ‘조심’한다는 것도 사람마다 기준이 워낙 천차만별이라. 결국은 약속 자체를 안 잡게 됐다.
그 후 이제 사람들을 좀 만나야겠다 해서 대학교 친구들 두명을 밖에서 따로 만났었고.. 어 생각보다 괜찮네?하던 찰나..갑자기 코로나 숫자가 치솟기 시작했다. 특히 내가 사는 도시에서ㅎㅎㅎㅎ 그래서 그 유명한 Tagesschau에도 나왔다ㅎㅎㅎ
우리 도시 대도시 아니고 인구 30만명의 도시이다. 그리고 저 표는 하루 확진자수이다..
11월초부터 바이에른에서는 마일드한 락다운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음식점이 닫는다는 것 빼고는 이전과 뭐가 다른지 잘 판단이 안 섰다. 게다가 왜 하필 음식점만 영업중지를 시키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 (배달, 테이크아웃은 허용). 오히려 보면 음식점이야 말로 테이블마다 거리 유지가 확실히 되고, 자리 외에 이동할 때는 무조건 마스크 써야 하고 인원제한도 확실해서 위험이 더 적고 다른 상점은 상점 내에서 거리 유지 안 되고, 옷 가게 같은 곳은 옷 갈아입을 때 안에서 마스크를 벗을지 쓸지 알 수 없고 이 물건 저 물건 만질테고, 밖에서 줄 서서 기다릴 때야 말로 거리유지가 전혀… 안 됐는데 말이다. 게다가 지금은 시내 등 사람 많은 밀집지역은 밖도 마스크 의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아서 밖에서 마스크 안 쓰고 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
저래가지고 효과나 있겠어? 싶었는데 역시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결국 12월 중순에 급하게 전국적으로 락다운을 시행해서 3월말처럼 생활에 필수적인 상점을 제외하고는 전부 영업중지시켰다. 우선은 1월 10일까지했다가 지금은 1월말까지 연장한다는데 아마 더 오래 해야 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하루 확진자수가 2만명은 가볍게 넘고 하루 사망자수가 1000명 가까이 될 때도 많다. 아마 한국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너무 생소할 것이다. 저 수치가 누적이 아니라 ‘하루’ 수치라는 것이. 물론 어딜가나 또라이들이 있지만 그래도 독일인들의 국민성이 그나마 규칙 잘 지키고 합리적인 편인데도, 그리고 초기에는 사망자 수가 적었는데도 (물론 사망자들 코로나 검사를 안 해서 그랬다는 얘기도 있다) 이렇게 된 것이 좀 씁쓸하다. 다같이 참았으면 이 지경까지는 안 갔을 것 같은데 꼭 이래야 했나.
그래도 좀 이해가 안 가긴 한다. 인구 밀집도가 높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고 상점도 면적에 따라 인원수 제한도 늘 있었고, 마스크 실내 필수에 사람 많은 지역은 외부도 필수였는데 확진자 수가 변동이 거의 없다. 물론 두 가정 10명 제한, 5명 제한 등으로 인원 수를 뒤늦게 조정하고 뒤늦게 한 명만 따로 만날 수 있게 엄격하게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퍼진다고? 락다운이 길어지면 사람들의 불만도 더욱 커질 텐데 조금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면 4월에 또 부활절이 오고.. 그리고 여름휴가가 있고.. 그리고 또 크리스마스가 올 테고..이게 과연 잡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뭐 위험한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겠지. 이렇게 극단적으로 방구석에 쳐박혀있는데ㅠㅠ 그래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독일 수치 보고 괜찮냐고 물으면 괜찮다고 하는 편이다. 이랬는데 내가 코로나 걸리면 정말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무 운이 없는거라 이건 그냥 내 운명이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 정도 확률이면 제발 로또나 당첨됐으면.
유튜브를 시작했다가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이렇게 내 일상에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똑같고 아무것도 안 일어나고 나는 정말 집에만 있는데 무엇을 하겠나. 특히 2020년 하반기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는 요일 구분도 제대로 못하고 밤낮 구분도 거의 없어졌고 하루에 자는 시간만 엄청 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루종일 사랑하는 남편과 붙어 있을 수 있다는 것.
백신이 나왔지만 2021년은 여전히 마스크 없이 사는 생활은 불가능할 것 같다. 게다가 독일에는 백신 반대론자들이 많아서 (코로나 백신 뿐만 아니라 그냥 백신 자체를 불신 – 자기 아이 예방접종도 안 시킴;;) 백신 공급이 충분히 돼도 과연 집단 면역을 형성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맞을지도 불확실. 아이들용 백신도 아직 없고. 게다가 변종까지ㅠㅠ..그러다보니 2021년이 2020년과 크게 다를 것 같지가 않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해인 것은 확실하고, 우선은 1분기 학업만 잘 마무리하고 싶다.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고 그냥 남편과 건강하게 행복하게 계속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쪽으로는 현재 아무런 의욕이 없고 그저 일상을 버티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이직도 하고 승진도 하고 자기계발도 하고 자격증도 따고 너무나 생산적으로 산 대단한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다ㅎㅎㅎ 하지만 그걸로 인해서 자책하거나 나를 채찍질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나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 거고 지금은 아주 잠시 쉬어가는 타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Blog Comments
River
February 10, 2021 at 8:47 pm
수수님 오랜만인데 코로나 시국에도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있었단 글을 읽으니 괜히 안심이 되네요. 요즘엔 그래도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거의 한 해의 1/3을 이러고 사는데 안 줄어들면 그것도 문제) 날씨가 좀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저도 사람 만나는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자의로 안하는것과 타의로 못하는거의 심리적인 차이가 큰 것 같아요 ㅠㅠ
집에서라도 이것 저것 최소한의 것들을 지키면서 살아가려고 하는데 그것도 지칠때가 많고.. 올해 안에는 어느정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길만을 바라고 있답니다 ㅠㅠ
Sue
March 18, 2021 at 9:39 pm
으아..River님 반가워요❤ 이때만 해도 희망이 보였는데 요새 또 무슨 일이죠ㅠㅠ 수치가 미쳤네요..아직 2차 웨이브 안 지나간 것 같은데 어느새 3차가 오고 있는 것 같은 ㅠㅠㅠㅠ 건강 잘 챙기시고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 잘 챙기실 수 있기를…! 힘내자는 말밖에 못하겠네요ㅠㅠ
river
February 10, 2021 at 8:52 pm
수수님 오랜만이에요! 힘든 시국에도 몸 건강히 있었다는 안부 포스팅을 보니 괜히 안심이 되네요 ㅎㅎ 저도 사람 만나는걸 별로 안좋아하긴 하는데 이게 자의로 안하는 것과 타의로 못하는 것의 심리적인 차이가 생각보다 큰가봐요. 지금 그래도 수치가 줄어들고 있는걸 보면 날씨 따뜻해지면 또 좀 괜찮아질 것 같고.. 아무쪼록 올해안에 숫자가 많이 줄어서 내년엔 한국도 가고 여행도 자주 다닐 수 있어지면 바랄게 없겠어요 ㅠㅠ
윤주
March 1, 2021 at 8:43 am
아이고 이 망할 코로나 ㅠㅠ
오 그런데 이사를 했다니! 사진으로나마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 엄청 이쁘게 꾸몄네 ㅎㅎ
서울도 한창 확진자수 최다일 때보다는 조금 나은데, 이번 휴일 보내면서 또 다시 올랐다는 뉴스도 있고, 재택은 교대로 이어가고는 있는데 막상 출근하는 날 아침 지하철 타면 여전히 사람들 많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여행하던 때가 너무 옛날같다 ㅠㅠ 휴
Sue
March 18, 2021 at 9:45 pm
여기는 변이바이러스 때문에 다시 또 심해졌다ㅠ_ㅠ 정말 계속 락다운 – 수치 감소 – 약간 개방 – 수치 증가 – 다시 락다운 이렇게 반복되는 중..ㅎㅎ독일이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건데도 너무 심하고 옆에 국가들은 더더욱 심각..진짜 옛날 사진 보면 사람 바글바글하고 아무도 마스크 안 쓰고 있는거 보면 너무 생소하다..언제쯤 여행할 수 있을지ㅠㅠ 우리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