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나에게 정말 뜻깊은 한 해였다. 객관적으로 대단한 성취를 이룬 것은 없지만 내 마음가짐과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된 해였다.
명상 시작
작년 연말에 정말 극도의 다혈질인 지인과 며칠 같이 지내면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으로 집에 가다가 기차에 있는 모르는 사람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물론 그 사람이 심하게 개념이 없긴 했으나 평소의 나였으면 낯선 사람에게 절대 소리 지르지는 않았을 것) 그 이후에도 며칠을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있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명상을 시작했다. 그 지인처럼 늙으면 안 되겠다..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Headspace 앱으로 시작했는데 초보자가 간단하게 명상을 시작해보기에 좋다. 유료라서 가격이 좀 부담될 수는 있는데 대학생 할인가는 정말 저렴해서 10유로도 안 되는 금액으로 1년 결제가 가능했다.
사용해보고 싶은 분은 이 링크 타고 30일 무료체험을 해 보시기를.. (나에게 아무런 혜택 없음). 한국어는 없고 몇가지 언어가 있는데 영어 컨텐츠가 압도적으로 많아 영어로 하는 것을 추천.
중간중간에 몇달씩 안 할 때도 있었고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해도 10분 이내로 했기 때문에 명상을 한다고 말하기 민망하기도 하지만 일단 시작을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처음에는 집에서 했으나 집에 있을 때는 아이 때문에 고요하지 않을 때가 많고 실제로 조용해도 마음이 너무 산만해서 집중이 잘 안 됐다. 그래서 나중에는 대학교 연못 앞에서 했다. 보통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수업이 있든 없든 공부를 하기 위해서 바로 대학교를 갔는데 아침 시간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있어도 다들 수업에 들어가 있으니 명상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자연의 소리와 오리들은 덤.
명상을 너무 종교적이거나 신비주의적인 것으로 간주해서 이상하게(?) 볼 수도 있는데 김주환 교수님은 그런 색채를 제외하고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하신다. 교수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면 한 때 매주 라이브 강의를 하신 게 올라와 있는데 설거지하거나 실내 자전거 타면서 보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간간히 봤는데 꽤 유익하다. 이 분 저서인 ‘내면소통’도 샀는데 생각보다 잘 안 읽혀서 (강의를 봐서 이미 아는 내용이 많았음) 읽다 말았지만 올 해는 다 읽어봐야지.
혼자 하는 것은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내가 사는 도시에 명상 모임이 있는지도 검색해봤다. 사실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 것은 제외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게 보이지 않아서 불교 명상 모임을 한번 참석하기도 했다. 보통은 예배처럼 오디오 강의도 있는 모양이던데 내가 갔을 때는 장시간 명상을 했고 두시간을 거의 침묵 속에서 명상을 했다. 다리가 저린 것은 물론이고 계속 딴 생각이 들어서 명상하는 내내 거슬렸는데 오히려 그런 경험도 값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내가 얼마나 끊임없이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있는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어서. 결국 한번 가 보고 너무 바빠서 못 갔는데 다음에도 한번 더 가 보고 아니면 다른 모임들도 있는지 찾아볼 생각이다.
내년 계획은 계속 해서 명상을 꾸준히 하는 것. 이왕이면 시간도 조금 늘리는 것.
올해의 책
대학원을 다니면서 육아를 병행하려니 늘 시간이 없는 것 같아서 오고 가는 길에 이북으로 시간관리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그러다가 좀 지겨워져서 다른 장르의 책을 읽어보려고 하던 중에 어느 블로그에서 에그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를 보고 나도 읽어봤다. 명상, mindfulness에 관한 책인데 읽는 내내 “너무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식의 화법이었다. 반복되는 내용도 많고 경험을 직접 해보면 공감할 수 있겠지만 그냥 읽으면서는 너무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책을 시작으로 명상 관련 책들을 읽게 되었다.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의 만남을 기록해 놓은 ‘Joy 기쁨의 발견’ (다큐멘터리도 있는데 못 봤다)을 읽고는 너무 큰 감명을 받았고 (글로 읽는데도 사랑과 기쁨이 느껴짐) 이렇게 책을 읽는게 내가 실제로 명상을 하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는 느낌이었다.
보통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는데 명상 관련 서적을 검색해 보다가 우연히 찾게 된 마이클 싱어의 “상처 받지 않는 영혼 (The Untethered Soul)”. 정말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글이 엄청 명확하고 논리적이고 신비주의적인 게 전혀 없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가 잘 갔다. 다른 두 저서 “될 일은 된다 (The Surrender Experiment)”,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 (Living Untethered)“도 읽었는데 역시나 좋았다. 이 세 권이 나에게는 인생책이다.
명상, mindfulness 관련 책들에서 공통되게 나타나는 것들,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마인드 (아마도 불교의 가르침이 아닐까, 사실 잘 모름 ㅎㅎ)
-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고통은 그것을 놓아주지 못하는 데에서 온다. 내가 괴로운 것은 내 마음 때문이다. 나의 생각과 마음의 소리가 나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건 내가 아니다.
- 나 자신을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대하라.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경향이 있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올해의 만남
평생을 손톱 뜯는 습관을 못 고치며 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3월말에 갑자기 네일 아트를 받아야겠다고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네일을 받게 되었다. 그 이후로 한 달에 한번씩 꾸준히 가게 되었고, 회생불가능한 상태라고 생각했던 양쪽 엄지 손톱도 어느 정도 사람의 손톱 같아 보이는 수준으로 회복했다. 네일 아트를 해주시는 분은 50대 정도로 보이는 터키 분이신데 어찌나 사람이 좋은지 갈 때마다 네일을 하는 게 아니라 상담 받으러 가는 기분이다. 성인이 된 아들 둘이 있고 손자까지 있는데 아들의 여자친구가 가게에 들려서 둘이 얘기를 하는데 서로 어찌나 다정한지 친엄마와 딸 사이도 이렇기는 힘들겠다 싶을 정도였다.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핸드크림과 비누를 선물해줬는데 이걸 보여주면서 “Meine Mädels kriegen das jedes Jahr von mir”라고 하길래 meine Mädels (my girls)라고 하는 게 며느리와 아들 여친 말하는 건 줄 알고 ‘오 다정하다’ 라고 생각하며 멀뚱멍뚱 쳐다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나를 말한 거였다. 가끔 가게 옆을 지나갈 때 보면 가족들이 놀러와서 같이 있을 때도 있는데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보인다. 네일도 할 때마다 너무 만족스럽고 나처럼 정기적으로 네일을 받는 사람들이 많은지 독일인들은 한달씩도 가는 여름 휴가를 딱 1주일만 간다. 더 오래 쉬면 스케쥴이 다 밀려서 고객들이 곤란하다면서 ㅠㅠ 이 분을 보면서 이렇게 늙고 싶다 생각했다.
또 다른 한 분은 대학교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 항상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학생증을 꺼내면서 허둥지둥대면 천천히 하라고 안심시켜주시는 분이다. 사실 다른 분들은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경우가 많은데 이 분은 어찌나 친절한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사하고 말을 건다. 심지어 한번은 내가 학생증을 안 갖고 온 경우가 있었는데 나한테 현금이 있냐고 물으시더니 본인 카드로 계산해주고 내 현금을 받으셨다. (원래는 얄짤없음.) 이 분은 아침, 점심 다 근무하시는데 그러다보니 사실상 남편과 아이를 제외하고는 내가 가장 자주 보는 사람이다. 내 아침을 환히 밝혀주는 정말 봄날의 햇살 같은 분이신데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또 다른 한 명은 아이의 친구의 엄마. 아이 둘이서 남매 수준으로 붙어다니기도 하고 부모들끼리도 마음이 잘 맞아서 자주 보는데 한번은 내가 예민할 때 정말 못되게 군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전혀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내 입장을 헤아려주고 사랑은 강하다면서 먼저 나에게 연락을 했는데 그게 너무 따뜻하고 감동적이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사소한 일로 친하던 사이에서 원수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 못되게 굴고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너무 어른스럽고 너그러운 그녀의 대처에 정말 감동받았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또 다른 한 분은 남편의 친척분. 전부터 참 따뜻하고 좋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본인 사촌의 아이를 거의 친자식처럼 키우고 (가정사가 복잡해서 부모의 도움을 못 받음) 그 자식들까지 친손주처럼 키워내신 분. 원래 미용사였다가 현재는 요가 강사로 활동하며 본인 집 2층에 공간을 만들어서 수업을 하고 가끔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내어준다고. 그리고 성격이 정말 못된 다른 친척 할머니도 매주 정기적으로 만나고 챙겨준다는데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너무너무 못 돼서.. 본인 부모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봉양하나 싶을 정도이다.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조건”에는 수백명의 사람을 오랫동안 추적관찰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의 특징이 적혀있다. 내용 자체는 크게 새롭지 않았는데 실제 소개된 인물들의 사례를 읽으면서 ‘저렇게 살고 싶다’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나는.. 객관적인 성취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어서 부나 명예를 지닌 인물들보다는 그냥 자기 몫을 해내면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 사회에 이바지하며 소소하게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 훨씬 눈에 들어왔다. 올해는 유난히 ‘어떻게 잘 늙어갈까?’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사실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지금부터 미리 고민하면서 내 삶을 만들어가면 나중에 나이들어서 덜 후회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나보다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친절함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편과 나는 서로를 전혀 소셜하지 않다고 묘사하며 사는데 (둘다 사람들 많이 안 만남) 실제로 코로나 이후로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게 많이 뜸해지기는 했다. 그리고 아이가 있다보니 예전만큼 기운이 없어서..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게 내 자신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다.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예전에 종교활동을 했을 때는 이런저런 모임을 나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주변 사람들 중에서 즉흥적으로 나를 집에 초대하고 밥도 해주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 집은 일단 엉망이고 항상 메뉴를 정해놓고 그것만 딱 사 놓기 때문에 누군가를 즉흥적으로 초대를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요리나 간식을 준비하는 게 늘 부담이라 사람들을 초대하는게 스트레스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몇가지 메뉴들을 개발해놓고 주전부리 같은 것이라도 괜찮은 것 몇 개를 해 놓으면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는데? 내년은 사람들을 더 많이 집에 초대하는 게 목표!
사실 그동안 너무 우리 가족만 중요시 여긴 것 같아서 봉사활동 등을 통해 타인에게 관심을 넓히고 싶은데 이건 애가 커야 가능할 것 같다. 그래도 학부모들 간의 교류가 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어린이집 학부모 대표에도 들었고, 어린이집 애들과 부모에게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내가 작년에 시작했을 때는 기존 부모 중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 좀 어색했음.)
건강한 식습관
아이의 이유식을 만들 때부터 건강한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이 올라갔는데 요즘은 아이와 같이 음식을 먹다보니 자극적인 것은 잘 안 먹게 된다. 그리고 예전에는 파스타에 시중에 파는 페스토, 또는 간장계란밥처럼 탄수화물만 가득한 간단하고 영양가 하나도 없는 음식을 자주 먹었는데 요즘은 그래도 채소를 조금씩이라도 넣으려고 하고 튀긴 음식은 아예 안 먹는다. 독일인들은 그렇게 자주 먹는 감튀는 한 서너번 먹은 것 같고 소세지 같은 가공육도 웬만해서는 안 먹는다. 라면도 전혀 안 먹고, 라볶이 같은 것조차 안 해 먹은 것 같다. 그런데 생야채는 또 별로 안 좋아해서 샐러드를 자주 먹지는 않고, 음식 자체가 엄청 건강식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크림소스가 많이 들어가 있다든지..) 건강한 음식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먹었다기보다는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적극적으로 피했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 내년에는 건강한 식단을 개발해서 자주 먹는 게 목표.
술은 원래도 잘 안 마셨지만 올해는 정말 다섯번도 안 마신 것 같고 (그것도 기념일에 샴페인 한 잔 정도 마신게 한번으로 치는 수준;) 남편도 연말부터 술을 아예 안 마시기로 결단해서 내년에는 한 방울도 안 마시지 않을까 싶다. 커피는 편두통 때문에 백프로 끊어서 아예 안 마시게 되었고, 설탕이 들어간 단 음료를 마시면 앞니가 시려서 단 음료도 거의 다 끊었다. 콜라는 원래 안 좋아해서 안 마신지 10년이 넘은 것 같고, 그 외에 진저에일, 아이스티나 사과주스는 가끔 사 마셨는데 레스토랑에서 진저에일 한 잔 시키는 거 제외하고는 평소에는 전혀 안 마신다. 사과주스는 심지어 탄산수 섞인 쇼를레로 마시는데도 이가 시려ㅠㅠ 이제 안 마신다.
하지만 한 가지 못 끊은 것이 핫초코ㅠㅠ. 특히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 도저히 피할 수가 없다. 일주일에 5번씩 마신듯. 핫초코 마시는 횟수를 줄이는 게 목표. 그리고 초콜릿 같은 군것질도 웬만해서는 안 하지만 스트레스 받거나 생리할 때는 그냥 포기하고 먹는다. 하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한 달의 사분의 일이니 결코 적지 않다.
작년부터 간헐적 단식을 했는데 잘 지키고 있지는 못하다. 대학교 수업이 없으면 괜찮은데 이상하게 수업이 있으면 10시부터 꼬르륵 댄다ㅋㅋㅋ 그래도 야식은 원래도 안 먹었고 저녁 식사시간도 6시쯤으로 고정되어서 공복시간 14시간 정도까지는 잘 지키는 편. 과체중이라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식단을 신경써야 하니 쉽지 않다. 이건 어떻게 할지 물음표. 강박적으로 먹고 싶은 걸 참으며 살고 싶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가끔씩 군것질해도 전혀 타격이 없는 자유로운 상태이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살이 빠진 상태여야 하고.. 그러려면 결국 강박적으로 먹고 싶은 걸 참는 과정도 필수일텐데..?!
운동
작년에 시작했던 테니스! 중간에 몇달 못하기도 하고 지금도 일주일에 한시간 다섯명이서 단체 수업 받는 게 전부라 실력은 아주 더디 늘지만 정말 재미있다. 그냥 너무너무 재미있다. 예전에는 내가 제대로 못 치면 진행이 안 되니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지금 수업 같이 받는 사람들은 항상 같은 사람들이고 수준도 정말 비슷해서 별로 미안한 마음이 안 든다ㅋㅋ 내가 그 사람들이 좀 못 쳐도 상관 안 하듯이 내가 좀 못 쳐도 상관 없겠지 뭐~ 좀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내기도 힘들어서 그냥 꾸준히 계속 하는 게 목표. 친한 친구랑 같이 치기 시작했는데 그 친구를 매주 보게 된 것도 참 좋다.
집에 실내자전거와 철봉이 있는데 하루에 10분이라도 매일 하는 게 2024년 목표이다. 근력운동을 병행하고 싶은데 혼자 홈트레이닝 하다가 역효과 난 적이 있어서 걱정되고 헬스장은 왠지 도전하기 겁나서 (무엇보다 독일은 1년씩 정액제로 끊어야 하는데 감당할 자신이 없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집 근처에 맨몸운동과 소기구 위주의 트레이닝을 하는 곳도 있는데 돈도 없고ㅠㅠ 역시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테니스만으로는 확실히 운동이 부족해서 다른 운동을 찾아야 한다. 이왕이면 이것도 같이 할 친구를 찾아서 시작해보면 좋을테고.
가족과의 시간 (사실상 육아)
다들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하는데 사실 남편이 거의 다 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아이는 거의 8시간을 어린이집에서 지내는데 워낙 즐겁게 다니고 있고 선생님들도 너무 좋아서 그것에 대한 미안함은 전혀 없다. 지금까지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운 적도 한번도 없고 항상 미련없이 헤어진다. 한때는 주말에도 어린이집 가겠다고 했다ㅋㅋ 그런데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짧은 건 좀 아쉽기는 하다. 아이를 집에 데리고 와서 잠시 놀다가 저녁 준비하고 같이 먹고 거의 바로 자러 가니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지는 않다. 게다가 나는 수업이나 공부 때문에 저녁 먹을 때 되어서 집에 올 때도 많았고 시험 기간에는 아예 밤 늦게 들어오는 편이라 오후에는 아이를 보지도 못하고 영상통화만 할 때도 많았다. 죄책감까지는 아니고 아쉬움은 좀 든다. 그런데 아이가 나와 같이 공부하겠다고 하거나 프로그래밍하겠다고 할 때는 왠지 뿌듯한 마음도 든다. (나중에 초등학교 들어가서 공부하기 싫다고 하면 보여주려고 찍어놓음 ㅋㅋㅋ)
다른 아이들을 보면 항상 아이보다 뭐든지 빠른 편이다. 주로 여자아이들이라서 더 그런 것 같지만. 예를 들면 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는 밸런스 바이크 Laufrad도 엄청 잘 타고 색연필도 제대로 잡고 기저귀 떼기도 거의 다 했는데 우리는 지속적으로 노력하지를 않았다. 그래서 세 가지 다 제대로 하지는 못 한다. 그런데 그 아이들도 한번에 잘 하는 게 아니라 그 부모가 매일 꾸준히 시켜서 잘 하게 된 것이다. 뭔가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좀 습관을 잡아주면 아이가 금방 따라오는데 그걸 제대로 못하고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또 그렇게 하기에는 우리의 상황이.. 둘다 집에 있으면 몰라도 내가 없을 때가 많고, 남편 혼자서 애 데리고 와서 저녁 챙겨주기도 바쁜데 거기다가 다른 활동까지 다 하는 것은 무리. 우리는 시부모님도 멀리 살아서 지금까지 둘이서 애를 백프로 돌봤다. 시터 같은 외주도 전혀 없음. 이번에 시부모님 댁에 가서 보니 아이를 돌볼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건지 느꼈다. 우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니 어쩔 수 없지. 보면 어린이집에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시켜주려고 많이 노력하기는 했다. 직접 클래식 연주를 한번 봤으면 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클래식 공연 보러 뮌헨까지 가고, 동네에서 열리는 작은 축제들도 시간이 되면 찾아갔다. 덕분에 우리 부부도 많이 부지런해졌다.

아이에게 인상 깊었던 Turamichele. 거의 크리스마스급 임팩트로 아직도 가끔씩 언급한다.
내년에는 만 3세가 되니 보러갈 수 있는 것도 많아지겠지. 집중력은 꽤 좋은 편인 것 같다.

우리가 처음 만난 Tübingen. 변함없이 아름다운 곳.
여행은 많이 못 다녔지만 내년에는 가까운 근교라도 자주 다녀야겠다 싶다.
9월말에 갔다온 마요르카는 신의 한수였다. 이때 아이는 모든 게 처음. 처음으로 비행기 타고 바다에 가고 동굴에 가고 조랑말도 타고! 모두가 행복한 휴가였다. 독일인들이 왜 그렇게 휴가에 연연하는지를 처음으로 체감하게 된 시간이었다. 휴가 돌아오자마자 휴가를 다시 가고 싶은 아쉬움이 드는 건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내년도 꼭 그리스든 유람선 여행이든 편히 쉴 수 있는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어서 둘만의 데이트를 하려면 남편이 휴가 내고 오전에 놀아야 하는데 어린이집 휴가 기간이 길어서 그것 때문에 휴가를 이미 많이 내야 해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1년동안 두세번 데이트했나. 그게 너무 아쉽다. 물론 저녁때 같이 넷플릭스도 많이 보고 하지만, 외부에서 하는 데이트는 또 다르니까. 또 나는 나만의 시간을 나름대로 잘 확보한 것 같은데 (테니스도 가고 공부를 오래 해야 하는 날은 그냥 오랫동안 대학교에 있고) 남편은 친구들을 가끔 만나기는 하지만 그 외의 시간은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남편이 나를 위해 애써주는 만큼 나도 남편을 충분히 서포트해주고 싶다.
일정한 루틴 만들기
한 때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려고 새벽 5시에 일어났는데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신나고 성취감도 생기고 좋았다. 진짜 별게 아닌데 아침에 일어나서 사소한 루틴을 실행한 것만으로 (실내자전거 타면서 독서 또는 뉴스 보기 – 샤워 – 명상 – 일기쓰기) 자존감과 행복감이 상승하는 경험을 했다. 충분한 수면을 위해서는 그 전날 일찍 자야 했기 때문에 밤 늦게까지 쓸데없이 스마트폰을 붙들고 허송세월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간이 아쉽게도 길지는 않았다. 핑계라면 핑계일 수 있지만 아이가 혼자서 잘 자다가 어느 순간부터 밤에 깨서 울고, 내가 일찍 일어나면 오히려 같이 일찍 깼다. 요즘은 새벽에 우리 방에 와서 같이 자기 때문에 도전해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혼자서도 잘 노는 편이라 내가 실내자전거를 타고 있어도 방해하지 않고 마무리 스트레칭은 옆에서 따라하기까지 해서 이건 다 핑계인가 싶다.
2024년은 다시 모닝루틴과 저녁 루틴을 만들어서 하루를 보람차고 효율적이게 보내고 싶다.
그 중에서 꼭 하고 싶은 것은
- 영어 회화 공부
- 블로그 포스팅
- 대학교 수업 외 전공 공부
매일 10분이라도 꾸준히 시작이라도 하는 게 목표다.
학업, 커리어
육아로 인해 벼락치기는 위험변수가 커서 학기 초반부터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 물론 급할 때만큼 집중력은 없지만 그래도 매일 꾸준히 한두시간이라도 공부를 하는게 효과가 컸다. 듣고 싶은 수업도 난이도에 상관 없이 들었고, 과제를 제출해야 해서 좀 빡센 프로그래밍 수업도 듣고 있다. 많이 배운 것 같은데 역시나 자신감은 하나도 없다. 실전에서 이게 어떻게 쓰일지, 미래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서 2024년에는 어떻게든 일을 구해서 뭐라도 경험을 쌓고 싶고, 이왕이면 졸업논문도 기업에서 쓰고 싶다. 뒤돌아서면 다 까먹는 것 같아서 일하고 싶은 분야 관련 공부도 수업 상관없이 꾸준히 해서 끊임없이 리마인드 시켜야겠다. 이제는 가난한 학생 신분을 벗어나서 돈을 벌고 싶다. ㅠㅠ
쓰다보니 벌써 새해가 되었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2024년 되세요!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