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시부모님댁에 갔을 때 하루는 근교 도시 Emden에 갔다. 미술관 Kunsthalle Emden에서는 Nikolai Astrup 특별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1월 22일까지 한다) 내가 미술관 좋아하는 걸 아시는 시부모님께서 좋아할 것 같다며 보러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남편과 나를 미술관에 내려다주시고 시부모님은 다른 곳에서 강아지 산책시켰다ㅎㅎ도시 엠덴도 처음 들어보고 (미술관은 당연히 들어본 적도 없고) Astrup도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화가여서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미술관 상설전시의 경우 현대미술이기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표현주의도 있고, 특별전시 작품들을 사진으로 보니 꽤 괜찮아보여서 약간 기대하는 마음으로 갔다.
Astrup은 노르웨이 화가인데 그래서 미술관 앞에 노르웨이 국기가 있고 미술관 창문에도 “안녕 노르웨이”라고…뭔가 귀여웠다 *.*
스트레칭 할때 내가 자주 하는 자세 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귀여운 것은 항상 찍어줘야 함
전시실에 들어가니 (항상 그렇듯) 화가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노르웨이 대표 화가이지만 국제적으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라고 적혀 있어서 마음속으로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이 사람 누구야?… 그런데 전시회를 다 보고 나서 대체 이 사람이 왜 유명하지 않은지 내가 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 전시회에 작품 수도 많았는데 전혀 지겨운 생각이 안 들고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게 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노르웨이인들은 마케팅을 배워야 합니다!
Henrik Lund | Porträt Nikolai Astrup | 1900 | Oslo museum, Oslo
아스트룹은 저렇게 생겼었다고 합니다.
Nikolai Astrup | Großes Selbstporträt | ca.1914 | Sparkassenstiftung DNB / Die Astrup Sammlung / KODE Art Museums of Bergen, Bergen
근데 셜록…이세요?ㅋㅋㅋㅋㅋ여기서 의문:이분은 정말 저렇게 하고 다녔던건가 탐정놀이를 하고 싶었던 건가
아스트룹은 주로 풍경이나 일상적인 광경을 많이 그렸는데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작품 사진과 실제 장소에서의 사진을 옆에 붙여놓아서 비교가 가능했다. 저 작품들은 여기에 없는 건가 했는데 알고보니 옆 전시실에 다 있었다.
Nikolai Astrup | Ansicht der Pfarrei | Private collection
처음 전시실에는 살았던 집이나 지역 등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 많았는데 정말 평범한데도 다 마음에 들어서 사진으로는 뭐를 찍어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였다. 다 찍기는 민망하니까…^^;그런데 결국은 거의 다 찍었다.ㅋㅋ 처음에는 색이 조금 어둡고 탁해서 조금만 더 알록달록했으면 딱 내 취향이었을텐데-라고 생각했는데 노르웨이 날씨가 항상 탁하니까 그런거였다ㅋㅋㅋㅋ햇빛이 쨍할 때가 거의 없으니 작품들도 딱 분위기가 비오기 직전, 강풍, 뭐 이런. 흐리길래 가을 풍경인 줄 알았는데 작품 제목은 “6월…”뭐 이런식인 게 한두개가 아니다. 작품만 봐서는 계절을 맞힐 수가 없…그는 그저 사실적으로 그렸을 뿐…(음침하고 춥고…흐린…그런 날씨)
Nikolai Astrup | Frühlingsnacht und Weide | 1917 | Musea i Sogn og Fjordane(MISF), Astruptunet
아스트룹은 목판화 작업을 많이 했는데 보통은 같은 작품을 여러번 찍어내기 위한 ‘복사’의 용도인 것과는 달리 오히려 매번 다른 작품을 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같은 장소와 대상이더라도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그래서 흑백보다는 색으로 작업하는 걸 선호했다는데 실제로 작품들에서 그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항상 변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려 했다는 점에서 인상주의자들도 생각나고 특히 같은 대상을 반복해서 그린 모네의 연작들도 생각이 많이 났다.
Nikolai Astrup | Frühlingsnacht und Weide | 1917 | Sparkassenstiftung DNB / Die Astrup Sammlung / KODE Art Museums of Bergen, Bergen
Nikolai Astrup | Frühlingsnacht und Weide | after 1920 | Sparkassenstiftung DNB / Die Astrup Sammlung / KODE Art Museums of Bergen, Bergen
목판화는 다 종이 위에 찍어낸거라 무조건 유리 액자 안에 있었는데 빛반사 되는 게 정말 안타까웠다. 색이 정말 엄청 아름다웠는데…ㅠㅠ
Nikolai Astrup | Ein Morgen im März | ca.1920 | Sparkassenstiftung DNB / Die Astrup Sammlung / KODE Art Museums of Bergen, Bergen
먼저 유화로 그림을 그리고 그걸 모티브 삼아 목판화를 하기도 하고, 반대로 목판화를 먼저 하고 다음에 그린 경우도 있었는데 이건 후자. 그리고 여기서는 명확하게 사람 모양이 보이기는 하는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사람 형상을 자연풍경에 숨겨놓은 작품들도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ㅎㅎ
사진 찍어서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태그해서 올리라며 마련해둔 공간. 살짝 눈치가 보였으나 남편이 열심히 사진 찍어줘서 나도 한장 건지고ㅎㅎ
Nikolai Astrup | Stilleben-Interieur:Wohnstube in Sandalstrand | ca.1921 | Private collection
원래 작품 :) 나름 정교하게 재현했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 ‘뭐야 별로 안 대단한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뭐 개인 취향이라는 것도 있고ㅎㅎ) 사실 오늘 올린 작품들은 내가 생각하기에 best가 아님. 찍은 사진이 50장이 넘어서 다 정리하려면 영영 못 올릴 것 같아서 주제/모티브가 비슷한 것들을 따로 모아 Art of the Day로 포스팅해서 올릴 생각이다. 그러니 기대하시라!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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