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등학교 때는 다이어리를 정말 열심히 썼는데 대학교 들어온 이후로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때 썼던 다이어리가 악몽(“즐거운 꿈”) 다이어리였는데 아직도 기억날 정도로 애착이 갔었다ㅎㅎ대학교에서는 대신 일기를 열심히 썼는데 그마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안 했다. 습관의 문제인건가? 사실 중고등학교때는 매일 학교나 학원 가는 것 빼고는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이어서 오히려 기록할 게 많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때는 더 열심히 했으니. 야자 시간에 매일 15분 정도는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기록했던 것 같다. 대학교 때는 중도에 앉으면 우선 일기부터 썼다. 답답한 게 많았던 것 같기도? 독일에 오면서 종이에 기록하는 습관은 줄었지만 대신 블로그를 시작한 걸 보면 내면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어딘가에는 항상 남아 있어서 발현되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일정을 기록하는 게 간편해졌지만 항상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예전만큼 사진을 많이 찍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귀찮아짐…) 언제 무엇을 했는지, 누구와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등을 계속 까먹는 아쉬움. 그래서 작년부터 다른 블로그에서 본 6공 바인더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A5를 샀더니 부피가 너무 커서 벽돌을 들고 다니는 기분ㅋㅋㅋㅋㅋㅋ몇개월 쓰고 나서 그대로 방구석에…. A5 사이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내지가 A5이면 바인더는 훨씬 더 크다는 것 + 링의 부피를 무시했던 게 잘못이었다. 그리고 항상 ‘다이어리 다시 쓰고 싶은데..’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인스타그램에서 불렛저널을 보게 된 이후로 새로운 세계에 입문했다ㅋㅋㅋ
사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불렛저널은 절대 시작하지 않았을 것 같다. 시중에 충분히 예쁜 다이어리 많이 판매되고 있으니. 그러나 여기 독일은 다이어리 불모지라서ㅠ_ㅠ 너무 투박하거나 너무 유치하다. 나는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데 적절히 아기자기하면서 촌스럽지 않은 다이어리를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외국에서 불렛저널이 유행하는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럼 불렛저널은 무엇인가?
이게 불렛저널 창시자 Ryder Carroll의 설명인데, 솔직히 보고 나면 더 헷갈린다.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그냥 아무 노트 + 펜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꾸미면 됨! ㅎㅎ 한국에서는 모눈종이노트를 “불렛저널노트”라고 부르고 판매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모눈종이든 백지든, 줄노트든 상관은 없다. 다만 사용하다 보면 네모 칸을 만들거나 수직으로 줄을 그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아무래도 줄이 없거나 가로선만 있는 것보다는 모눈종이가 있는게 훨씬 편하기 때문에 대부분 모눈종이 노트를 쓴다.
원래 내가 무엇에 빠지면 확 빠졌다가 급속도로 싫증을 내기 때문에 불렛저널도 그런게 아닐까 싶어서 처음에 일부러 얇은 노트 하나를 사서 썼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그 첫 불렛저널에 관련된 것. 나처럼 변덕이 심한 사람은 내가 했던 것처럼 우선 얇은 노트 한권 사서 자기한테 맞는지 시험해보는 것 추천. 불렛저널의 장점은 내가 마음대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음번에 바꾸면 된다는 것인데, 그래도 초창기의 실수들이 계속 보이니까 왠지 신경쓰였다. 그래서 얇은 노트 다 쓰고 새로운 노트로 갈아탈 수 있어서 좋았던 것도 있었다.
불렛저널 노트는 보통 월 단위 또는 주 단위로 레이아웃을 만들기 때문에 (나는 매주 새로 만듦) 미래의 계획을 적을 수 있는 항목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참고했던 외국 블로그에서 Calendex를 강력 추천하길래 사용했는데 가장 쓸모없었던 항목. 사용하기 나름이지만 원래는 각 날짜에 네모칸을 그리고 그 네모칸에 불렛저널 페이지를 기록하는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이 10월이고 내가 90페이지 쯤에 글을 쓰고 있는데 12월 22일에 있는 연말행사에 관한 정보를 지금 기록한다면 90페이지에 관련된 내용을 쫙 기록한 다음에 Calendex 12월 22일에 네모칸을 그리고 거기에 90페이지라고 적는 것이다. 그럼 그 행사에 관련된 정보가 어디 있는지 바로 찾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나의 경우는 노트가 워낙 얇아서 페이지 적는게 의미가 없을 뿐더러 모눈의 간격이 0.5mm가 아니고 0.35mm라서 직접 글을 쓰기도 힘들고..아무튼 여러모로 맞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불렛저널은 그냥 달력처럼 날짜를 쫙 적고 옆에 글을 쓸 수 있게 공간을 비워뒀는데 개인적으로 그게 훨씬 잘 맞는다. 오른쪽은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이름을 까먹었는데 매달 일정이 많은 게 아니라면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왼쪽에는 블로그 포스팅 계획…(네…보다시피 전혀 못 지키고 있습니다 흑흑) 오른쪽은 내 방학과 이번 학기 내 영혼을 갈아넣은 수업 자료 수정하는 학과 일 관련된 것…
이것은 암스테르담 여행! 반고흐 미술관에서 산 컵받침과 암스테르담 자석으로 인스타 스타일로 사진 찍어봄 ㅋㅋㅋㅋㅋ
여행 후 시부모님 댁 + 친한 언니 방문한 것.
9월
Instagram이나 Pinterest 에서 다양한 먼슬리 레이아웃을 찾을 수 있는데 이게 가장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계속 사용중.
Habit Tracker 그리고 Sleep Tracker. 그런데 월별로 사용하다보니 내가 매일 체크했는지 까먹게 되고, 후반부에는 귀찮아서 안 하게 되고…수면 체크하는게 별 의미가 없었던 것은 방학 때는 어차피 많이 자고 학기 중에는 어차피 적게 자서 ㅠ_ㅠ 그리고 처참히 실패한 저 목록들을 보라 ㅋㅋㅋ체크하다 보면 자기 반성 차원에서 안 좋은 거 수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손톱 안 뜯기” 어쩔거야….ㅋㅋ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매달 적는 건 과감히 뺐다. 오른쪽에는 매일 한두줄이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 싶어서 만들었는데 9월은 거의 집에서 일만 해서 뭐라도 적는게 힘들었다. 그리고 보통 쓸 말이 있으면 저 칸은 또 한없이 부족해서ㅋㅋ 그냥 이것도 그 다음부터는 안 했다. 어떤 사람들은 매일 감사한 목록을 적던데 나는 감사가 부족한 사람이라 그건 시도도 안 했다. (사실 그런 사람일수록 더욱 적어야하는 것이겠지만 ㅋㅋㅋㅋㅋ)
크로노덱스(Chronodex)가 마음에 들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용 중. 그냥 보기에 좋잖아?ㅎㅎㅎ
아이콘 스티커는 Peacefulmind Design 이라는 Etsy 샵에서.
요일을 쓴 스텐실은 독일 Müller에서 산 것.
크로노덱스를 포함한 다른 것은 Jayden’s Apple 이라는 Etsy 샵에서.
10월
10월은 예전에 한국에서 구입해온 모지라이너 (Moji Liner) 적극 활용. 독일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 수정 테이프처럼 쫙 그어서 쓸 수 있다는 것도 좋고, 색연필 느낌 나는게 너무 예쁜데, 생각보다 반듯하게 그을 수가 없고, 내가 힘 조절을 잘 못하는건지 제품이 좀 안 좋은건지 중간중간 막 끊긴다.
11월
크로노덱스 비슷한 걸 혼자 만들어봤다가 오전/오후 나눠야 한다는 걸 잊고 ㅋㅋㅋ암튼 뭔가 망한 시도
수직으로 쓰는 것도 꽤 괜찮았는데 빈 공간이 많다보니 강제로 일기 쓰게 되는 효과ㅋㅋ
이전에 쓰던 크로노덱스 스텐실이 너무 커서 인터넷에서 크로노덱스 도장을 찾아서 주문했다. 중국에서 시킨 거라 몇주 걸렸는데 이때 도착해서 (+오른쪽 상단에 있는 Weekly Todo 도장 그리고 사진에는 없는 Monthly Todo 도장도 함께ㅎㅎ) 그때 이후로 항상 쓰고 있음.
첫 불렛저널 끝! :) 은근 스트레스 받기도 하지만 또 꾸미는 재미가 있다. 첫 불렛저널은 시행착오가 좀 있었기 때문에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만하면 됐지 ㅎㅎ 하다보니 요령이 생겨서 12월부터 쓰고 있는 새 불렛저널은 이것보다 훨씬 괜찮아졌다. 그러니 기대를….!!! >_<
Blog Comments
융듀
December 24, 2017 at 5:56 pm
캬 감탄스럽습니다 손재주가 없는 나는 구경만 해야지 ㅋㅋ
Sue
December 26, 2017 at 12:26 pm
헤헤 능력자들에 비하면 볼품 없지만..자기 만족으로는 짱이당
YW
March 28, 2018 at 8:28 am
헐 대박….재능충이엇어….
Sue
April 14, 2018 at 5:32 pm
“충”은 왜 붙는건데ㅋㅋㅋ근데 요즘은 또 귀찮아지기 시작했어. 부지런히 하려고 했는데 흑
Fruitfulife
August 26, 2018 at 12:12 am
크로노덱스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거 배웠어요. 정보 고맙습니다.
그다지
December 28, 2018 at 6:01 pm
불렛 저널 관련 검색하다가 보게 되었네요~
완전 금손이세요!!!!